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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0화 파트너 건담 철혈의 오펀스

제작진 대신한 마카나이의 변명

철화단의 셔틀이 오세아니아 연방 영해에 안착합니다. 하필이면 그들이 안착한 섬은 마카나이가 은둔 중인 곳입니다. 마카나이는 철화단 앞에 혈혈단신 나타납니다. 실로 놀라운 우연의 일치입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서사 전개가 얼마나 우연에 의존하는지 드러납니다.

마카나이는 도르트 콜로니에서 노동조합이 유리한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밝힙니다. 제17화 ‘쿠델리아의 결의’에서 사측의 사전 조작에 의해 노동조합의 봉기가 치명적 타격을 입었음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입니다.

오세아니아 연방의 영역에는 걀라르호른이 자의적으로 침략할 수 없다며 제작진의 전투 장면 배제 이유를 마카나이가 변명합니다. 제20화가 방영되는 와중에 9화 째 전투 장면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카나이의 대사는 말미에서 번복됩니다. 지구 외연궤도 통제통합함대의 사령관 카르타에게는 오세아니아 연방의 주권도 무시할 수 있다는 설정이 제시됩니다. 그렇다면 왜 카르타는 철화단이 지구에 강하한 직후에 공격하지 않고 그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마카나이와 접촉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방관한 후에 뒤늦게 움직인 것인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대기권에 강하하려는 화이트베이스를 집요하게 공격해 그들의 목적지인 남미 쟈브로가 아니라 지온군 점령 지역인 북미로 떨어뜨린 샤아의 주도면밀한 전략을 통해 매회 전투 장면을 제시했던 ‘기동전사 건담’의 치밀한 각본에 비교하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각본은 참으로 고민이 부족하고 손쉬운 결과물로 보입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긴장감이나 속도감은 전무한 한가한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전락했습니다.

마카나이의 대사는 스스로도 모순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오세아니아 연방을 움직여 당장 철화단을 공격받게 만들 수 있다며 올가를 협박합니다. 하지만 그는 철화단의 무력이 있어야만 회의장에 참석할 수 있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일선에서 실각해 회의장조차 접근할 수 없는 인사가 어떻게 오세아니아 연방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풋내기들의 집단, 걀라르호른

휴가에서 복귀한 맥길리스는 가엘리오에게 아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라야식 수술밖에 없다고 설득합니다. 맥길리스의 대사 “너에게 가르쳐 주지, 아라야식의 진정한 힘을”은 ‘기동전사 건담’ 제3화 ‘적의 보급함을 공격하라!’의 샤아의 명대사 “MS의 성능 차이가 전력의 결정적 차이가 아님을 가르쳐 주지”와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의 카피 문구 ‘너는 진정한 건담을 모른다’를 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걀라르호른의 지휘관 중 미카즈키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파일럿은 라이벌 맥길리스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엘리오는 미카즈키에 크게 못 미치며 제21화 ‘돌아가야 할 곳으로’에서 처음으로 MS에 탑승한 모습이 제시되는 카르타도 코믹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라이벌 외에도 주인공과 대등하게 싸우거나 능가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을수록 주인공의 성장이 설득력 있게 묘사되며 서사의 긴장감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기동전사 Z건담’의 시로코, 하만, 야잔, ‘기동전사 건담ZZ’의 라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걀라르호른의 지휘관들은 전부 풋내기들뿐입니다.

비스킷, 뒤늦은 반발

철화단은 이사리비의 유진과 직접 통화합니다. 어떻게든 아군과 접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영상 통화는 전시 중인 용병집단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통신 내용이 걀라르호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구에 강하한 카미유 일행이 아가마와 직접 연락을 취하지 못해 카라바의 도움을 받는 ‘기동전사 Z건담’의 전개가 전쟁을 묘사하는 작품으로서 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자살한 사바랭의 부고를 이사리비를 통해 전달받은 비스킷은 마카나이에 협조해 계속 싸우려는 올가의 계획에 반대합니다. 제16화 ‘후미탄 아드모스’에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가 내부 갈등 묘사에 인색하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전체 26화 방영 중 20화가 되어서야 뒤늦게 내부 갈등이 나타난 셈입니다. 하지만 비스킷이 정말로 철화단을 이탈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시드’에서 아크엔젤을 스스로의 의지로 떠났던 카즈이와 같은 결단력은 비스킷에게는 없을 듯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가 유독 ‘가족’을 강조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20화 제목 ‘파트너’는 올가와 비스킷의 관계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비스킷은 방영 초반 CGS를 상대로 소년들이 봉기할 때를 제외하면 비중이 미미했습니다. 올가의 파트너는 그의 수족이 되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떠돌이 시절부터의 친구 미카즈키(굶주림을 비롯해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미카즈키가 생선 요리에 손도 대지 않는 장면도 어색합니다.)이지 비스킷은 아니었습니다. 각 화 제목과 줄거리도 제대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바랭은 유언을 남기고 자살했지만 애당초 그의 방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소속 집단 유지를 위해 처음에는 쿠델리아, 뒤이어 애꿎은 아트라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외부자의 부당한 희생을 발판 삼으려 했던 사바랭의 비극적 최후는 사필귀정의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비스킷의 반발에 올가는 메리빗에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어차피 올가와 메리빗의 관계가 진전할 것이라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의 나나이가 샤아의 머리를 가슴에 파묻고 안아주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연상의 여인으로 보이는 메리빗이 가볍게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짚어주며 올가를 위로하는 연출이 어울렸을 것입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로봇보다는 캐릭터의 비중이 훨씬 크지만 제대로 된 로맨스는 전혀 없습니다. 역시 각본이 문제입니다.

온정 가득한 가족 애니메이션

제21화 ‘돌아가야 할 곳으로’에서는 지구에서의 첫 지상전이 묘사됩니다. 걀라르호른의 신형 MS도 등장합니다. 제목 ‘돌아가야 할 곳으로(還るべき場所へ)’는 ‘기동전사 Z건담’의 소설판 최종권인 5권의 제목 ‘되돌아가야 할 곳(戻るべき処)’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내레이션을 맡은 카르타는 자신의 지구 외연궤도 통제통합함대를 ‘가족’이라 칭합니다. 언제부터 건담이 온정과 매너리즘이 가득한 가족 애니메이션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화 철과 피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화 발바토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화 산화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화 목숨의 가격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5화 붉은 하늘의 저편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6화 그들에 관하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7화 고래잡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8화 다가서는 모습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9화 술잔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0화 내일로부터의 편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1화 휴먼 데브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2화 암초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3화 장송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4화 희망을 나르는 배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5화 발자국의 행방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6화 후미탄 아드모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7화 쿠델리아의 결의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8화 목소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9화 소원의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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