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작가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스티브 잡스 - 불꽃 튀는 연기 대결, 압권 영화

※ 본 포스팅은 ‘스티브 잡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잡스’, 그리고 ‘스티브 잡스’

2011년 사망한 애플의 공동 설립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로는 2013년 작 ‘잡스’가 있었습니다.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애쉬튼 커쳐가 스티브 잡스를 연기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대학 시절부터 아이팟 공개까지의 25년을 나열하지만 딱히 인상적인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을 맡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스티브 잡스를 연기하는 ‘스티브 잡스’의 제작이 결정되었을 때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독과 주연 배우의 이름값이 우월하다 해도 과연 ‘스티브 잡스’가 무엇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지 의문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3번의 프레젠테이션 막전

‘스티브 잡스’의 서두는 SF의 거장 아서 C. 클라크의 기록 영상으로 장식됩니다. 아서 C. 클라크는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언급하며 21세기에는 인류가 휴대용 단말기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것이라며 미래를 정확히 예견합니다. 스티브 잡스와 일견 무관한 듯 보이는 아서 C. 클라크의 증언이 서두를 장식하는 이유는 스티즈 잡스가 1976년 동료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 1을 개발 및 판매해 퍼스널 컴퓨터, 즉 PC의 시대를 선도했기 때문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2010년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아론 소킨이 각본을 쓴 ‘스티브 잡스’는 ‘잡스’와 같이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나열하는 손쉬운 형식을 과감히 포기합니다. 대신 스티브 잡스의 세 번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막전의 상황을 실시간처럼 집중적으로 묘사합니다.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의 대상이 된 신제품은 1984년 매킨토시, 1988년 넥스트, 1998년 아이맥입니다. 세 개의 사건은 각각 4년과 10년의 차이를 지닌 만큼 세월의 간극은 뉴스 보도 등을 콜라주해 메워집니다. 뚜렷하게 구분된 세 개의 막 사이의 배우들의 분장 변화,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딸 리사의 캐스팅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리사는 1988년에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이지만 1998년에는 아버지를 혐오하는 여대생으로 변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과 차고에서 애플 1을 개발하며 벌인 폐쇄성 논쟁, 전문 경영인 존 스컬리와의 대립 끝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축출된 에피소드 등은 과거 회상 형식으로 중간에 삽입됩니다.

조안나 호프만

‘스티브 잡스’는 ‘잡스’에 등장하지 않았던 마케팅 담당 여성 전문가 조안나 호프만을 스티브 잡스의 지근거리에 배치해 괴팍하고도 비열한 천재의 이면을 엿보도록 합니다. 조안나 호프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티브 잡스를 가장 잘 다루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가 ‘Hello’라는 인사말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집착합니다. 조안나 호프만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살인 컴퓨터 HAL의 ‘Hello’를 떠올리며 몸서리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자 아서 C. 클라크의 기록 영상이 서두에 제시되기에 흥미로운 장면입니다.

팽팽한 연기 대결

‘스티브 잡스’는 연극적입니다. 명확히 구분되는 3개의 시간적 배경은 연극의 3막과도 같습니다. 대사가 극도로 많고 대부분의 장면이 실내에 머물러 연극으로 상연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압도적인 컷 수와 속도감 넘치는 편집,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는 화려한 카메라 워킹을 통해 스릴러 영화와 같은 긴박감도 자아냅니다. ‘잡스’와 비교하면 매우 세련된 연출을 자랑합니다. 현란함은 대니 보일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볼거리는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대결입니다. 외모는 스티브 잡스와 그다지 닮지 않은 마이클 패스벤더는 마치 연기의 신과 같이 천재의 다양한 면모를 자유자재로 치고 빠지듯 선보이고 거둬들입니다. 대부분은 비열하지만 때로는 인간적이며 아주 가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뻔뻔스러운 인간의 형상을 완성합니다.

소셜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스티브 잡스’도 IT 천재의 비열함을 놓치지 않습니다. 1막에 해당하는 1984년 매킨토시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분장실의 숱한 거울 사이에서 상당한 장면이 할애되는 연출은 스티브 잡스의 과도한 자의식을 상징한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3막에서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실존 인물이며 아이맥의 홍보에 활용된 앨런 튜링이 언급됩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기존 이미지와 달리 유능한 커리어 우먼 조안나 호프만을 연기합니다. 극중에서 스티브 잡스의 ‘Work Wife(한글 자막은 ‘오피스 와이프’로 번역)’를 자처하며 그의 카리스마에 결코 밀리지 않는 유연함과 당당함을 동시에 과시합니다. 올 2월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이클 패스벤더는 남우주연상, 케이트 윈슬렛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악으로 출연한 세스 로건은 코미디 배우라는 익숙한 면모를 뒤엎고 마이클 패스벤더와 맞서는 정극 연기를 펼칩니다. ‘타임 패러독스’에서 주연으로서 남녀 역할을 모두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 사라 스누크는 프레젠테이션 매니저 앤디 커닝햄을 연기합니다. 배우들은 서로간의 연기 대결을 위해 출연한 것처럼 강력한 아우라를 내뿜습니다.

후반부에서 결말까지는 아쉬워

1막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잠시 동안의 산책 장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면은 실내에 국한됩니다. 집중력과 긴박감을 유지하기 위한 연출 의도로 합니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듯 모처럼 탁 트인 옥상에서 스티브 잡스가 리사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합니다. 이 장면에서 스티브 잡스는 워크맨을 비판하며 아이팟 개발을 호언장담합니다. 그에 앞서 스티브 잡스가 PDA 뉴턴의 스타일러스 펜을 비판하는 장면은 향후 터치스크린의 활용을 암시합니다.

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티브 잡스는 박수갈채 속에서 아이맥의 프레젠이션을 시작하는 것이 마지막 장면입니다. 박수갈채의 청중 속에는 조안나 호프만도 포함되었습니다. 러닝 타임 막판까지 유지되어온 속도감이 떨어지는 3막 후반부에 이어 스티브 잡스의 삶을 긍정하는 박수갈채 결말은 전형적 연출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잡스’를 관람했거나 스티브 잡스의 생에 사전 지식이 있다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백지 상태에서 관람할 경우에는 대사의 양이 매우 많고 전개가 빨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밀리언즈 - '쉘로우 그레이브'의 실망스런 아동 버전
선샤인 - 극장에서 봐야할 SF 스릴러
슬럼독 밀리어네어 - 인도, 지옥 속 판타지
127시간 - 비슷한 소재 ‘베리드’만 못하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