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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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 8 - 결말조차 우스꽝스런 이유는? 영화

※ 본 포스팅은 ‘헤이트풀 8’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헤이트풀 8 - 사악한 8人, 피 칠갑 생지옥을 만들다’에 이어

소설로도 손색없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각본 및 연출을 맡은 ‘헤이트풀 8’은 밀실 스릴러입니다. 167분의 러닝 타임 중 대부분은 O. B.(제임스 파크스 분)의 마차 내부 혹은 미니의 잡화점 내부에서 벌어지는 실내 장면입니다. 연극으로 상연되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등장인물의 개성이 반영된 풍성한 대사를 감안하면 소설로 출간되어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존(커트 러셀 분)과 마퀴스(사무엘 L. 잭슨 분)는 미니의 잡화점에 도착한 뒤 연행 중인 여죄수 데이지(제니퍼 제이슨 리 분)와 한패가 있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특히 미니의 잡화점에 익숙한 마퀴스는 미니(대나 구리어 분)를 비롯한 잡화점 사람들이 부재중이며 멕시코인 밥(데미안 비쉬어 분)이 운영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미니의 스튜 맛에 의심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젤리 빈도 의심을 유발합니다. 마퀴스가 탐정 역할을 맡으면서 누가 데이지와 한패인지 관객이 함께 의심하게 되는 추리극의 요소가 본격화됩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창조한 등장인물들은 사소한 원칙에 집착하거나 대단치 않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들의 원칙과 자부심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유가 됩니다.

존은 생사불문의 수배자를 생포해 이송하는 원칙에 집착합니다. 그는 현상금 사냥꾼이며 실질적인 사형집행인은 아니지만 ‘사형집행인(The Hangma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마퀴스는 수배자의 반격의 위험성을 존에 일깨웁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잔다’는 존의 자신감은 굳건합니다. 결국 존은 데이지에 살해됩니다. 존이 데이지를 살해한 뒤 마퀴스처럼 시체로 운반했다면 데이지의 동료들에 복수당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치밀하게 준비된 반격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존의 원칙은 샌포드(브루스 던 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물들의 죽음을 야기합니다.

마퀴스는 샌포드의 아들에 오럴 섹스를 강요한 뒤 살해했다며 자신의 ‘큰 물건’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는 잡화점 지하에 잠복한 조디(채닝 테이텀 분)에 의해 성기에 흉탄을 맞습니다. 중상을 입고 분노한 마퀴스는 조디를 살해해 복수하고 데이지도 목매달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존과 마퀴스의 비참한 죽음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거나 자부심을 지니는 인간의 속성을 비웃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조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4장 ‘도머그의 비밀’ 초반 커피에 독약을 타는 장면과 5장 ‘4명의 여행자’의 중반 무고한 이들의 학살 후 뒤처리 장면에서 내레이션으로 영화에 개입합니다. 그가 영화의 화자이자 등장인물들을 조종하는 신의 위치에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의 집착 혹은 자부심은 신화의 주인공이 지닌 근본적 결함과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착하든 혹은 악하든

‘헤이트풀 8’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이어 두 작품 연속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서부극입니다. 울트라 파나비전의 70mm는 고전 서부극에 대한 향수를 유발합니다.

하지만 ‘헤이트풀 8’에는 고전 서부극의 단골 주인공 ‘정의의 총잡이’가 없습니다. ‘혐오스런 8인(The Hateful Eight)’이라는 원제가 말해주듯 총잡이들은 모두 사악합니다. 그들은 현상금 사냥꾼이거나 갱단입니다. 크리스는 보안관 발령을 받았지만 남북전쟁에서 비열한 짓을 저지른 바 있습니다. 그들 중 누구에게도 감정 이입은 어렵습니다.

선한 이들은 너무나 약합니다. 그들은 모두 갱단에 희생됩니다. 미니의 잡화점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찰리(키스 제퍼슨 분)가 조(마이클 매드슨 분)에 의해 살해될 때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는 데비잇 헤스의 ‘Now You're All Alone’의 가사는 찰리의 무고한 죽음을 동정하기보다는 조롱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상금 사냥꾼도, 갱도, 보안관도 모두 죽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자들의 죽음에 대해 위안을 주지는 못합니다. 착하든 악하든 누구나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비관론의 세계관이 드러납니다. ‘헤이트풀 8’은 광기에 휘말린 과장된 캐릭터를 앞세워 비현실적인 영화처럼 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진정 현실적인 작품입니다.

가짜에 위안받은 죽음

결말에서 크리스는 마퀴스로부터 링컨의 편지를 받아 읽으며 죽음을 준비합니다. 따뜻한 내용의 편지는 두 사람의 죽음에 최후의 안식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마퀴스가 소장 중인 링컨의 편지는 가짜입니다. 그것도 크리스가 가짜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가짜 편지를 꺼내 읽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마퀴스와 크리스의 처지는 비장하거나 훈훈하기보다 우스꽝스럽습니다. 역시 타란티노식 유머입니다.

6번째인 마지막 장 ‘흑인, 하얀 지옥’에서 조가 식탁 밑에 숨겨둔 총을 뽑으려다 반격당해 총격전이 벌어지는 슬로 모션에 삽입되는 음악의 앞부분은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배경 음악 중 ‘SOLAR SYSTEM-II’의 끝부분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궁금합니다.

킬 빌 Vol. 1 - 문화적 잡탕, 피칠갑 복수극
킬 빌 Vol. 2 - 복수는 유장한 수다처럼
데쓰 프루프 - 지루한 수다 뒤의 화끈한 카 액션
바스터즈 - 타란티노, ‘발키리’를 조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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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분노의 추적자 - 압권의 총격전, 전복적 서부극
헤이트풀 8 - 사악한 8人, 피 칠갑 생지옥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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