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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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 8 - 사악한 8人, 피 칠갑 생지옥을 만들다 영화

※ 본 포스팅은 ‘헤이트풀 8’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상금 사냥꾼 존(커트 러셀 분)은 교수형을 받아야 하는 여성 수배자 데이지(제니퍼 제이슨 리 분)를 생포해 마차로 레드락에 가려합니다. 마차에는 또 다른 현상금 사냥꾼 마퀴스(사무엘 L. 잭슨), 보안관 발령을 받은 크리스(월튼 고긴스 분)가 동승합니다. 폭설을 뚫고 달리던 마차는 깊은 산 속의 잡화점에 당도합니다.

사악한 8인

오프닝 크레딧부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8번째 작품임을 알리는 ‘헤이트풀 8(원제 ‘The Hateful Eight’)’은 ‘혐오스런 8인’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남북전쟁 직후 사악한 8인이 설원 속 잡화점에 모여 벌이는 하루 동안의 유혈극을 묘사하는 서부극입니다. 서부극의 고전 ‘황야의 7인(원제 ‘The Magnificent Seven’)’을 비튼 제목이기도 합니다. 스파게티 웨스턴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불길하면서도 복고적인 배경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죽음을 상징하는 십자가의 등 뒤로 눈밭을 질주하는 마차를 포착하는 타이틀 시퀀스의 롱 테이크는 영화 전체의 느린 템포의 복선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수다가 총 6장 167분의 긴 러팅 타임에 걸쳐 절정에 달할 것을 암시합니다.

존, 데이지, 마퀴스, 크리스는 마차 안에서 수다를 늘어놓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마퀴스는 에이브람 링컨과 직접 편지를 주고받았다며 자랑하는 등 4인의 대화에 상당한 분량의 러닝 타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과거 회상 장면이 삽입되는 일 없이 온전히 등장인물들의 대사 및 표정 연기에만 의존합니다.

잡화점에 도착한 3장 ‘미니의 잡화점’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잡화점 운영을 대신하게 된 멕시코인 밥(데미안 비쉬어 분), 레드락으로 발령받은 사형 집행인 오스왈도(팀 로스 분), 카우보이 조(마이클 매드슨 분), 남부군 퇴역 장교 샌포드(브루스 던 분)가 잡화점에서 가세해 총 8명이 됩니다.

진실과 거짓

중반까지 대화에만 의존하며 총격전도 없지만 긴장감은 서서히 고조됩니다. 대화와 언쟁을 거치며 그들은 각기 거짓말을 일삼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이를테면 마퀴스가 자랑하던 링컨의 편지는 가짜로 드러납니다. 진실이 밝혀져 총격전으로 연결되어 한 명 씩 희생되는 것은 수순입니다. 악인들을 탈출 불가능한 한정된 공간에 우겨 넣으면 피칠 갑 생지옥은 필연적입니다.

합종연횡이 시도되지만 아무도 믿을 수 없기에 긴장감은 증폭됩니다. 8인은 과연 누구인가,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누가 거짓을 말하는가, 누가 데이지를 구출하려 하는가,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어찌 되는가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3장 ‘미니의 잡화점’에서 마퀴스는 샌포드의 아들이 현상금에 눈이 멀어 자신을 찾아왔다 치욕적인 수모를 당한 뒤 살해되었음을 자랑합니다. 이 장면부터 회상 장면이 활용되어 분위기가 전환되고 유혈극도 수반됩니다. 관객이 지루해할 것을 의식했는데 성기 노출 장면까지 삽입됩니다. 샌포드는 분노해 마퀴스에 총을 겨누지만 재빠른 총잡이 마퀴스는 샌포드를 살해한 뒤 정당방위를 주장합니다. 샌포드는 8인 중 첫 번째 희생자가 됩니다.

수다 끝에 벌어지는 총격전과 유혈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전형적 요소입니다. 하지만 총격전 장면은 사실적이고 잔혹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피가 많이 흘러 도리어 비현실적이며 우스꽝스럽습니다. 오히려 극중에 묘사되는 추위가 극장 밖 1월의 한파와 맞물려 더욱 춥게 느껴집니다.

갈등론과 운명론의 결합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말 많은 악인은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캐릭터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신과 같은 위치에서 자신이 창조한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며 마음껏 조롱합니다. 마부 O. B.(제임스 파크스 분)를 비롯해 8인에 포함되지 않은 선한 인물들은 무참히 살해됩니다. 정의는 없으며 비열하고 사악해야만 일단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8인 중에는 운이 좋아 일단 목숨을 건지는 인물도 당일 기다리고 있는 비참한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5장 ‘4명의 여행자’에 묘사되듯 샌포드는 갱단을 만난 잡화점의 기존 인물 중 유일하게 죽음을 피하지만 결과적으로 마퀴스에 살해됩니다. 주인공인 듯싶었던 존은 어처구니없이 독살됩니다. 자신을 구하러 온 갱단 동료들 덕분에 교수형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데이지는 즉석 교수형의 운명을 피하지 못합니다. 극중에 제시되는 마지막 살인 장면은 총이나 칼이 아닌 밧줄을 활용합니다.

마퀴스와 크리스는 설원에서 동사할 위기를 존이 탑승한 마차를 만나 벗어나지만 결과적으로 죽음을 피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침대에 기대 죽음을 기다리는 결말은 ‘영웅본색 2’의 결말을 연상시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집필한 ‘트루 로맨스’에는 등장인물들이 주윤발이 등장하는 ‘영웅본색 2’를 VTR로 시청하는 장면을 삽입해 경의를 표한 바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운명론을 강조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주제의식은 ‘펄프 픽션’ 등 초기작부터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한 마디로 ‘죽을 놈은 죽는다’입니다. ‘헤이트풀 8’은 갈등론과 운명론의 조합으로 만든 세계관입니다. 엉킨 실타래처럼 뒤얽힌 악인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전개는 ‘저수지의 개들’과 유사합니다. 시간을 되돌린 5장 ‘4명의 여행자’는 ‘펄프 픽션’의 시간을 뒤죽박죽 뒤섞은 편집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니퍼 제이슨 리, 압도적

배우들 또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전작을 통해 익숙합니다. 사무엘 L. 잭슨은 ‘펄프 픽션’과 ‘재키 브라운’, 팀 로스는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포 룸’, 월튼 고긴스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커트 러셀은 ‘데쓰 프루프’에 이어 또 다시 여성에 적대적인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마이클 매드슨은 ‘저수지의 개들’의 저 유명한 귀 절단 장면을 장식한 바 있습니다.

1989년 작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제니퍼 제이슨 리는 쟁쟁한 남자배우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샌포드를 제외하면 모든 인물들은 데이지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프닝 크레딧에는 이름이 오르지만 중반까지 등장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채닝 테이텀은 반전을 이끌어내는 캐릭터 조디로 등장합니다. 조디의 갑작스런 출현은 성룡 주연의 1984년 작 ‘대복성’의 클라이맥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조디 역시 잔혹하게 살해됩니다.

오락성은 부족

165분의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오락성을 갖추고 있었던 전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달리 ‘헤이트풀 8’은 쿠엔틴 타란티노 마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지루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O. B.가 수거한 총기를 버리는 장면을 제외하면 화장실이 공간적 배경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극중에서 화장실을 가는 등장인물이 없는데 화장실을 활용해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극중에는 시대상을 반영해 인종 차별적 대사가 난무합니다. 하지만 치킨런의 한글 자막이 ‘Red Skins’를 점잖게 ‘원주민’으로 번역한 것은 영화의 분위기는 물론 비하하는 의미의 대사 어감에도 부합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인디언’, 혹은 ‘인디언 놈들’로 번역하는 것이 어울렸을 것입니다.

킬 빌 Vol. 1 - 문화적 잡탕, 피칠갑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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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 프루프 - 지루한 수다 뒤의 화끈한 카 액션
바스터즈 - 타란티노, ‘발키리’를 조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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