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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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리빙 데이라이트 - ‘일부일처제 본드’의 탄생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리빙 데이라이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티모시 달튼 분)는 소련군 장군 코스코프(예로엔 크라베 분)의 망명을 돕는 과정에서 코스코프를 노리는 여성 저격수 카라(마리엄 다보 분)에 부상을 입힙니다. 코스코프는 소련군 장군 푸시킨(존 리드 데이비스 분)에 의해 영국 스파이 제거 작전이 시행 중이라고 MI6에 제보합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화 25주년 기념작

1987년 작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제임스 본드 영화화 25주년 기념작으로 시리즈 15번째 영화입니다. 존 글렌 감독이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 이래 4편 연속으로 연출을 맡은 제임스 본드 영화이기도 합니다.

존 글렌 감독은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비둘기 등 동물을 갑자기 등장시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을 즐겼는데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서는 비둘기와 더불어 원숭이가 활용됩니다. 원숭이는 오프닝 시퀀스의 지브롤터 장면에서, 비둘기는 종반의 탕헤르 장면에 등장합니다.

제목 ‘리빙 데이라이트’는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단편 소설 제목 ‘The Living Daylights’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극중에서는 본드가 카라에 부상을 입힌 뒤 동료 손더스(토마스 휘틀리 분)에 말한 대사 “Whoever she was, I must have scared the living daylights out of her(그녀가 누구든 간에 난 그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거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동명의 주제가 ‘The Living Daylights’는 ‘007 뷰 투 어 킬’의 주제가를 부른 듀란듀란의 라이벌 아하가 불렀습니다. 제작자 알버트 R. 브로콜리의 딸로 제작에 참여한 바바라 브로콜리의 추천으로 발탁되었습니다. 주제가 ‘The Living Daylights’의 작곡에는 아하의 멤버 폴 왁타와 함께 ‘리빙 데이라이트’의 음악을 작곡한 존 배리가 참여했습니다.

존 배리는 첫 작품 ‘007 살인 번호’부터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음악을 맡았는데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되었습니다. ‘007 리빙 데이라이트’의 결말의 오케스트라 장면에서 그는 지휘자로 출연했습니다. 존 배리는 2011년 77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티모시 달튼, 일부일처제 제임스 본드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티모시 달튼의 제임스 본드 데뷔작입니다. 그는 1969년 작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 제임스 본드로 거론되었으나 23세의 젊은 나이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사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약 20여년이 지나 40대가 되어 제임스 본드 배역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4대 제임스 본드 티모시 달튼의 이미지는 자신에 바통을 물려준 로저 무어와는 정반대입니다. 로저 무어는 도회적이며 세련된 이미지였지만 티모시 달튼은 야성적이며 본능적입니다. 굳이 비교하면 초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에 가깝습니다. 티모시 달튼은 상당한 분량의 스턴트를 직접 소화하며 의욕을 보였습니다. 본드를 상징하는 검정색 정장이 아닌 점퍼를 비롯한 캐주얼 위주의 의상은 인간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입니다.

티모시 달튼의 진지한 이미지와 에이즈에 대한 당대의 공포가 반영되어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일부일처제 제임스 본드 영화’로 일컬어졌습니다. 본드가 카라를 만난 뒤에는 다른 여자를 넘보지 않고 카라에만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카라는 섹시함을 발산하는 글래머 본드 걸이 아닌 첼리스트로 차분한 캐릭터입니다. 카라를 연기한 마리엄 다보는 나스타샤 킨스키와 흡사하지만 관능미가 빠진 이미지였습니다.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로맨스가 강조되었지만 본드 특유의 바람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참신한 변화를 시도했지만 티모시 달튼은 후속작 ‘007 살인 면허’를 끝으로 두 편 만에 제임스 본드 배역에서 하차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쉽고 매끈하게 해결할 것만 같은 로저 무어에 비해 티모시 달튼은 지친 듯한 이미지라 대중적 매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오락성을 보다 부각시키지 못한 각본과 연출력에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티모시 달튼이 젊은 시절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 캐스팅되었다면 본드로 롱런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부일처제 본드’는 티모시 달튼이 정착시키는 데 실패했지만 2006년 작 ‘007 카지노 로얄’을 통해 발탁된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가 정착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보드카 마티니 직접 요구

주연 배우가 교체된 만큼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기존 요소들은 강조됩니다. 본드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명대사 “본드, 제임스 본드”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목숨을 건 추격전이 마무리된 뒤 지쳐서 한숨을 쉬는 것처럼 소화됩니다. 본드의 위조 여권에는 ‘저지 본돈(Jerzy Bondon)’으로 이름이 표기되었는데 제임스 본드(James Bond)와 머리글자가 동일하며 어감도 유사합니다.

로저 무어는 7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보드카 마티니 칵테일을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인물들이 본드에 알아서 보드카 마티니 칵테일을 제공하는 연출이었습니다. 하지만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서 티모시 달튼이 젓지 않고 흔드는 특유의 제조법을 요구하는 장면을 비롯해 세 번이나 보드카 마티니 칵테일이 등장합니다.

보드카 마티니의 두 번째 등장 시에는 카라가 수면제를 타서 제공하는데 순진한 본드는 벌컥벌컥 마신 뒤 기절해 적의 포로가 됩니다. ‘007 살인 번호’에서 숀 코네리가 닥터 노가 숙소에서 제공한 커피를 벌컥벌컥 마신 뒤 기절한 장면과 유사합니다.

007 골드핑거’에 등장해 본드 카의 대명사가 된 애스턴 마틴은 V8 밴티지가 등장합니다. 미사일과 레이저 발사는 물론 스키 기능에 ‘전격 Z작전’의 나이트 라이더의 터보 부스트를 연상시키는 터보 점프도 선보입니다.

M(로버트 브라운)과 Q(데스먼드 르웰린 분)는 캐스팅이 유지되었지만 머니페니는 당시 26세였던 캐롤라인 블리스로 교체되었습니다. 새로운 머니페니는 M의 비서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 자료를 분석하는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CIA 요원 펠릭스 라이터는 존 테리가 맡았습니다. 고골(월터 고텔 분)은 결말 직전 잠시 등장하는데 KGB에서 외교부로 영전했습니다. 고골은 ‘007 리빙 데이라이트’를 끝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퇴장합니다.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와 공통점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와 유사한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초 적으로 제시된 캐릭터가 본드와 한 편이 되는 반면 본드의 편이었던 캐릭터가 진정한 악역이 드러나는 전개입니다.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서는 푸시킨이 악역, 코스코프가 본드의 편으로 출발하지만 둘의 위치는 뒤바뀝니다. 당초 푸시킨의 역할을 고골이 맡는 것으로 각본 단계에서 논의되었지만 새로운 캐릭터의 필요성으로 인해 푸시킨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에 등장했던 앵무새는 ‘007 리빙 데이라이트’의 초반에 재등장합니다.

코스코프와 한통속인 무기 거래상 휘태커(조 돈 베이커 분)는 ‘007 옥토퍼시’의 칸에 해당하는 캐릭터입니다. 비행 중인 항공기 밖으로 본드가 나와 적과 맞서는 액션 장면도 ‘007 옥토퍼시’에서 발전된 것입니다.

본드가 소련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전개는 ‘007 위기일발’과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반복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장면은 모로코에서 촬영

공간적 배경으로는 영국령 지브롤터, 체코 브라티슬라바, 모로코 탕헤르, 아프가니스탄이 제시됩니다. 하지만 브라티슬라바 장면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아프가니스탄 장면은 모로코, 대형 수송기 C-130의 스턴트 액션은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모로코 탕헤르는 ‘007 스펙터’에도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에서 무자헤딘을 규합해 코스코프 일당에 맞서는 본드의 활약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로렌스를 방불케 합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는 이집트가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 가운데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메인 테마 OST가 삽입된 바 있습니다.

비행중인 C-130의 후미에 대롱대롱 매달린 본드가 코스코프의 부하 네크로스(안드레아스 위스뉴스키 분)가 자신의 발에 의지하자 신발 끈을 칼로 잘라 떨쳐내는 장면은 ‘에이리언 2’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시킵니다.

007 뷰 투 어 킬’에 이어 ‘007 리빙 데이라이트’도 후속작의 제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James bond will return)’로 엔딩 크레딧을 마무리합니다.

‘직배 파동’으로 한국 개봉 늦어져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한국에서 1989년 2월 4일에 뒤늦게 개봉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개봉으로부터 약 1년 이상 지체되었습니다.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개봉이 늦춰진 이유는 UIP가 ‘위험한 정사’에 이어 ‘007 리빙 데이라이트’를 한국 시장 두 번째 직접 배급 영화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에는 멀티플렉스가 존재하지 않았고 한국 영화의 자생력이 크게 떨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만일 할리우드 영화사의 직배가 이루어질 경우 한국 영화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직배 반대 이유였습니다. 직배에 반대하던 영화인들은 UIP 직배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에 뱀을 풀고 방화를 저질렀습니다.

극렬한 반대 속에서 서울 도심 대형 개봉관 아닌 외곽의 소규모 극장에서 개봉된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개봉이 밀린 대부분의 영화들이 맞이하는 비극적 운명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제임스 본드에 대한 한국의 냉대는 2002년 작 ‘007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되풀이됩니다.

‘007 리빙 데이라이트’의 블루레이 한글 자막은 주연 여배우 Maryam d'Abo의 이름을 ‘미리암 다보’로 통일해 표기하고 있습니다. ‘Maryam’은 ‘미리암’이 아닌 ‘마리엄’, 혹은 ‘매리엄’으로 표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007 살인 번호 - 제임스 본드 기념비적 첫 영화
007 위기일발 - 본격 오락영화로 발돋움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007 골드핑거 - 한국인 악역 오드잡 등장
007 썬더볼 - 본격 해양-수중 블록버스터
007 두 번 산다 - 제임스 본드, 일본서 결혼하고 유람하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 - 역대 가장 이질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 숀 코네리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007 죽느냐 사느냐 - 로저 무어 매력적이나 인종차별 두드러져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 본드 vs 스카라만가 1:1 대결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007 두 번 산다’와 너무 닮았다
007 문레이커 - 우주 SF를 열망했던 제임스 본드 영화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 - ‘007 문레이커’에 대한 반동
007 옥토퍼시 - 아기자기 흥미진진, 그리고 피에로가 된 본드
007 뷰 투 어 킬 - 로저 무어, 제임스 본드 은퇴작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007 스카이폴 - 옛것과 새것, 절묘한 줄타기
007 스펙터 IMAX - 스펙터의 부활, 기존 팬은 반갑지만…
007 스펙터 -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라도 나쁘지 않다

[블루레이 지름] 007 50주년 기념 한정판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rumic71 2015/12/22 17:56 #

    티모시가 못 한다고 하차한 게 아닙니다. 소송 때문에 시리즈 자체가 8년간 중단된 게 문제였던 겁니다.
  • 디제 2015/12/22 21:23 #

    지적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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