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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뷰 투 어 킬 - 로저 무어, 제임스 본드 은퇴작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뷰 투 어 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 분)는 시베리아에 파견되어 003의 사체에서 컴퓨터용 마이크로칩을 회수합니다. 소련의 마이크로칩은 미국의 회사 조린에서 제작된 것으로 의심됩니다. 본드는 조린의 CEO 맥스 조린(크리스토퍼 워큰 분)을 조사합니다.

‘From a View to a Kill’이 ‘A View to a Kill’로

‘007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은 존 글렌 감독이 연출한 1985년 작으로 14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입니다. 전작 ‘007 옥토퍼시’의 엔딩 크레딧에서 후속작 제목을 이언 플레밍의 단편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From a View to a Kill’로 예고했지만 ‘A View to a Kill’로 변경되었습니다. 극중에서는 악역 조린의 여성 경호원 메이 데이(그레이스 존스 분)와 조린이 샌프란시스코 대량 학살을 꿈꾸며 연이어 언급하는 대사 “What a view”, “To a kill”을 합친 것입니다.

동명의 주제가 ‘A View to a Kill’는 당대를 풍미했던 뉴웨이브 그룹 듀란 듀란이 불렀습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 역대 주제가 중 손꼽히는 히트곡으로 박력이 넘칩니다. 후렴의 가사 ‘Dance into the Fire’가 말해주듯 ‘007 뷰 투 어 킬’은 불의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주제가와 함께 제시되는 모리스 빈더의 타이틀 시퀀스부터 불이 강조됩니다. 조린이 본드를 살인 경마로 유도할 때 빌려주는 말의 이름은 ‘지옥 불’을 의미하는 ‘Inferno’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이 조린의 방화로 화염에 휩싸입니다. 조린의 광산과 비행선은 연이어 폭발합니다. 광산 내부의 액션 및 물바다 장면은 1984년 작 ‘인디아나 존스’의 클라이맥스 광산 장면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007 골드핑거’ 오마주

‘007 뷰 투 어 킬’은 시대상을 반영해 유전공학과 실리콘밸리를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본드는 신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이지만 조린은 실리콘밸리의 젊은 재벌인 만큼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가 본드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컴퓨터를 통해 신분을 조회하는 장면은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 MI6에서 본드와 Q가 범죄 용의자의 신분을 컴퓨터를 통해 조회하던 방식과 동일합니다. 일국의 정보부에 뒤지지 않는 첨단 장비를 갖춘 조린입니다.

조린은 유전공학을 악용해 경주마의 능력을 조작하고 실리콘밸리를 인공 지진으로 침수시켜 마이크로 칩 생산을 독점하려 합니다. ‘007 골드핑거’에서 미국 정부의 금괴 보관소에 핵폭발을 일으켜 무용지물로 만든 다음 자신이 보유한 금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인상시키려는 악역 골드핑거를 오마주한 캐릭터가 조린입니다. 둘 모두 금발의 미치광이 미국인 거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주된 공간적 배경은 모두 미국입니다.

악역 본드 걸이 마음을 바꿔 본드를 도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개도 동일합니다. ‘007 골드핑거’에서는 본드가 푸시와 마굿간에서 격투를 하다 강제로 입을 맞추는데 ‘007 뷰 투 어 킬’에서는 조린이 메이 데이와 격투를 연습하다 강제로 입을 맞추는 장면으로 변형되었습니다.

007 골드핑거’에서 골드핑거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후원자들에 밝힌 뒤 동조하지 않는 자를 살해하는데 ‘007 뷰 투 어 킬’에서도 동일한 전개가 반복됩니다. 조린에 동조하지 않는 자는 비행선 계단 바닥이 꺼지며 추락사합니다. 조연 캐릭터들이 ‘007 두 번 산다’에서 다리가 꺼져 피라냐의 제물이 되는 장면과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엘리베이터 바닥이 꺼져 상어의 먹이가 되는 장면의 변형입니다. ‘007 골드핑거’를 상징하는 소품인 금괴보관소와 주변의 모형은 ‘007 뷰 투 어 킬’에서는 실리콘밸리 모형으로 발전했습니다.

본드 걸의 선명한 흑백 대비

메이 데이는 조린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본드 걸입니다. 완력으로도 본드와 1:1 대결이 가능한 시리즈 사상 최초의 악역 본드 걸이기도 합니다. 메이 데이(May Day)라는 독특한 작명은 ‘007 살인 번호’의 허니 라이더로부터 시작된 본드 걸의 전통이기도 합니다. 본드의 도움을 받는 선한 본드 걸 스테이시(타냐 로버츠 분)가 금발에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흑백의 인종적 대비가 뚜렷한 것이 사실입니다. 21세기에 제작되었다면 본드 걸의 선명한 인종적 대비는 취하지 않았을 듯합니다.

스테이시는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조린에 사기당해 빈털터리가 되어 저택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생계를 잇기 위해 시청에 근무하지만 지진의 위협을 경고하다 해고됩니다. 스테이시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영화에서 가장 평범한 신분의 본드 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드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드 걸의 사적 복수를 돕고 사랑에도 빠지는 전개는 ‘007 썬더볼’과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를 답습한 것입니다.

스테이시는 자택에서 고양이를 키웁니다. 고양이의 갑작스런 등장은 관객을 놀라게 합니다.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와 ‘007 옥토퍼시’의 갑작스런 비둘기 등장이 관객이 놀라게 햇던 연출과 동일합니다.

스테이시의 고양이는 스펙터의 수괴 블로펠트의 고양이처럼 새하얀 것은 아니나 하얀색입니다. 고양이의 사료그릇에는 ‘PUSSY’라 표기되어있는데 ‘007 골드핑거’의 본드 걸 푸시 갈로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007 스펙터’에서도 본드가 블로펠트의 새하얀 고양이를 “푸시”라 부른 바 있습니다.

전통이 된 스키 추격전

서두의 시베리아의 빙산 추격전 장면은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알프스의 스키 추격전 장면 이래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본드는 스노모빌의 부품을 스노보드처럼 활용하는 변주를 선보입니다. 공간적 배경은 시베리아이지만 실제 촬영지는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입니다.

에펠탑에서 펼쳐지는 본드와 메이 데이의 추격전 장면은 1980년 작 ‘슈퍼맨 2’를 의식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어지는 소형차를 활용한 차량 추격전 장면은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와 ‘007 옥토퍼시’에서 존 글렌이 시도한 소형차 추격전 장면이 발전한 것입니다.

본드는 티벳(패트릭 맥니 분)과 함께 조린의 거대한 성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운전기사로 가장한 티벳이 운전하는 차량은 제작자 알버트 R. 브로콜리의 실제 소유 차량인 롤스로이스입니다. 조린과 메이 데이가 티벳을 살해하고 본드마저 수장하기 위해 롤스로이스를 강에 밀어 넣는 장면에서는 알버트 R. 브로콜리의 차량이 아닌 다른 차량이 사용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본드와 스테이시는 소방차에 탈취해 경찰차와 추격전을 벌입니다. 본드와 미국 경찰의 차량 추격전은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라스베이거스 추격전을 연상시킵니다. 경찰 간부가 본드와의 추격전 끝에 우스꽝스럽게 패하는 귀결은 ‘007 죽느냐 사느냐’의 보트 추격전 장면의 귀결과 동일합니다.

클라이맥스의 금문교 장면은 아찔한 고공 액션이라는 점에서 ‘007 문레이커’의 리우데자네이루 케이블카 장면에서 발전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금문교에서 촬영된 분량은 약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장면은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다양한 스케일의 금문교 및 비행선 모형을 제작하고 전면 영사로 합성해 완성되었습니다.

옥에 티도 있습니다. 소련 스파이 폴라(피오나 풀러튼 분)는 본드를 뿌리치고 조린의 음모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확보해 고골(월터 고텔 분)의 차량에 탑승합니다. 폴라의 탑승 순간 차량 운전자는 고골이 아니지만 다음 장면에서 고골로 바뀌어 있습니다. 앞선 장면의 촬영 당시 배우 월터 고텔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고골은 ‘007 옥토퍼시’에 이어 ‘007 뷰 투 어 킬’에서도 온건파로 등장합니다.

고골의 부하이자 KGB 요원으로는 당시 그레이스 존스의 연인이었던 돌프 룬드그렌이 단역으로 출연했습니다. 그는 스웨덴 인이지만 ‘록키 4’에 다시 소련인 복서로 출연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릅니다.

로저 무어, 제임스 본드 은퇴

본드는 자신의 2개의 가명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도 “본드, 제임스 본드”처럼 자신의 실명을 소개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2개의 가명 모두 성만 다를 뿐 이름은 모두 제임스입니다.

‘007 뷰 투 어 킬’은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은퇴작입니다. 로저 무어는 ‘007 뷰 투 어 킬’의 촬영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1973년 작이자 시리즈 8번째 영화인 ‘007 죽느냐 사느냐’에서 제임스 본드 배역에 발탁된 로저 무어는 ‘007 뷰 투 어 킬’까지 12년 간 역대 최다인 7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숀 코네리의 6편 출연보다 한 편 더 많은 로저 무어입니다. 최근에는 제임스 본드 영화가 제작되는 기간이 길어져 로저 무어의 7편을 능가할 배우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듯합니다.

숀 코네리와 조지 레이젠비는 제임스 본드 배역에 대한 불만을 언론에 표출했으며 최근에는 다니엘 크레이그도 그러했지만 로저 무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배역에 대한 애정은 블루레이의 코멘터리에도 드러납니다. 숀 코네리와 조지 레이젠비는 단독 코멘터리를 녹음하지 않았지만 로저 무어는 자신의 출연작 7편에 모두 단독 코멘터리를 녹음했습니다.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와 ‘007 뷰 투 어 킬’의 블루레이의 로저 무어 코멘터리에 한글 자막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로저 무어는 부드러움과 우아함, 유머 감각을 모두 갖춘 제임스 본드였습니다. ‘007 뷰 투 어 킬’의 개봉 당시 58세에 달했지만 노년기에 접어든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크리스토프 워큰이 로저 무어보다 16세 연하이며 그가 연기한 조린이 실리콘밸리의 젊은 재벌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날 뿐이었습니다.

머니페니 역의 로이스 맥스웰도 ‘007 뷰 투 어 킬’을 끝으로 제임스 본드 영화와 작별했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 영화 ‘007 살인 번호’ 이래 한 작품도 거르지 않고 23년 동안 1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개근하며 세 명의 제임스 본드 배우와 공연했던 로이스 맥스웰은 2007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핵심 배우 2명이 떠나며 제임스 본드 영화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습니다.

‘007 뷰 투 어 킬’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사상 최초로 후속작의 제목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James bond will return)’로 언젠가가 될지 모를 후속작의 개봉을 약속했을 뿐입니다. 이후 엔딩 크레딧의 문구 ‘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James bond will return)’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새로운 전통이 됩니다.

007 살인 번호 - 제임스 본드 기념비적 첫 영화
007 위기일발 - 본격 오락영화로 발돋움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007 골드핑거 - 한국인 악역 오드잡 등장
007 썬더볼 - 본격 해양-수중 블록버스터
007 두 번 산다 - 제임스 본드, 일본서 결혼하고 유람하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 - 역대 가장 이질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 숀 코네리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007 죽느냐 사느냐 - 로저 무어 매력적이나 인종차별 두드러져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 본드 vs 스카라만가 1:1 대결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007 두 번 산다’와 너무 닮았다
007 문레이커 - 우주 SF를 열망했던 제임스 본드 영화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 - ‘007 문레이커’에 대한 반동
007 옥토퍼시 - 아기자기 흥미진진, 그리고 피에로가 된 본드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007 스카이폴 - 옛것과 새것, 절묘한 줄타기
007 스펙터 IMAX - 스펙터의 부활, 기존 팬은 반갑지만…
007 스펙터 -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라도 나쁘지 않다

[블루레이 지름] 007 50주년 기념 한정판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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