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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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 보다 과감히 재해석 했어야 영화

※ 본 포스팅은 ‘맥베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글래미스의 영주 맥베스(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반란을 일으킨 코더 영주를 무찌릅니다. 왕 던컨(데이빗 튤리스 분)은 맥베스에 코더 영주의 지위를 수여합니다. 세 마녀와 아내(마리온 코티아르 분)에 의해 충동질된 맥베스는 던컨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릅니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영화화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맥베스’는 17세기 초에 집필된 것으로 알려진 너무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영화화했습니다. ‘맥베스’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걸작이지만 400여년이 지난 현재 영상으로 옮기는 것은 지난한 작업입니다. 시간의 간극은 물론 연극과 영화의 장르적 차이 또한 극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관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원작이나 상연된 연극을 접하지 않았어도 맥베스가 맞이하는 비극적 결말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변화와 재해석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지루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저스틴 커젤 감독은 흑백 고전 영화를 연상시키는 단색 톤에 가까운 영상으로 승부합니다. 원작에서는 암살당하는 맥더프의 아내(엘리자베스 데비키 분)와 그녀의 자식들을 맥베스가 화형에 처하는 장면을 비롯해 유혈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붉은색으로 스크린을 채우기도 합니다.

결말에서는 원작에는 없었던, 죽은 맥베스의 칼을 집어든 플리언스(로크란 해리스 분)가 새로운 왕 말콤(잭 레이노어 분)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을 제시합니다. 밴쿠오(패디 콘사이딘 분)의 자손이 왕이 된다는 세 마녀의 예언이 실현되는 듯한 암시입니다. 소년조차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끝 모를 권력욕을 풍자하는 주제의식의 반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약점 두드러져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맥베스’는 재해석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합니다. 영국의 광활한 자연을 부각시키는 영상은 장엄함을 돋보이게 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개별 컷마다 다른 색상으로 화면 전체를 채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엇비슷한 장면의 반복으로 인해 중반 이후부터는 다소 지루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명을 자제하는 연출은 사실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관객이 기대하는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온 코티아르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의 긴 대사가 어두운 조명 속에서 되풀이되는 연출은 영화적으로 약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세를 배경으로 했지만 제대로 된 공성전은 물론 기병이나 궁수도 활용하지 않은 채 체계적 전략 및 전술이 실종된 혼전만 제시될 뿐입니다. 원작에서 맥베스가 던시네인 성을 두고 성 밖에 나와 싸우는 원작의 전개를 고스란히 영화로 옮긴 것부터 의문을 자아냅니다. ‘여자 뱃속에서 태어난 이는 맥베스를 이길 수 없다’는 예언을 맥베스가 과신했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영화적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영상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영화에서 볼거리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거대 스펙타클은 아니더라도 아기자기한 전투 장면 연출을 통해 흥미를 돋우지 못합니다. 단지 연극의 충실한 재현처럼 보입니다. 세트, 소품, 의상도 두드러지기보다 간소화된 인상입니다.

‘거미집의 성’에는 역부족

‘맥베스’의 원작은 여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예언을 통해 맥베스에 찬탈을 처음으로 권유하는 것은 세 마녀이고 던컨 살해를 포기하려는 맥베스를 꼬드기는 것이 그의 아내입니다. 양성 평등이 강조되는 시대에 영화화되었으니 세 마녀와 맥베스의 아내에 대한 보다 과감한 해석이 뒷받침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욕망을 현실화시키는 능력만큼은 맥베스의 아내가 남편보다 용의주도하고 냉정했음을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시켰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맥베스’의 재해석으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7년 작 ‘거미집의 성’이 유명합니다. 중세 스코틀랜드가 아닌 일본 전국시대로 시공간을 옮겨와 주연 미후네 토시로의 목숨이 위험했던 클라이맥스의 화살 발사 장면으로 각인된 걸작입니다. ‘리어 왕’을 역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재해석한 1985년 작 ‘’도 두 말할 나위 없는 걸작입니다. 바즈 루허만의 1996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온 것은 물론 로미오의 절친한 친구 머큐쇼를 흑인 동성애자로 암시하는 과감한 재해석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제임스 커젤 감독의 ‘맥베스’에는 그와 같은 과감성이 부족합니다.

한글 자막에는 오류가 엿보입니다. “당신은 모르는 채 순진하게”는 “당신은 모르는 체 순진하게”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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