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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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② - 하루키의 여성 혐오?

여성 혐오 의심되는 ‘독립기관’

‘여자 없는 남자들’의 세 번째 단편 ‘독립기관’의 주인공은 52세 성형외과 의사 토카이입니다. 그는 독신 남성으로 가벼운 연애를 즐깁니다. 결혼, 출산, 육아 등을 책임지는 것이 싫어 다양한 여자들을 만나며 동침합니다. 그중에는 유부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카이(渡会)라는 이름은 도회(都会 ; とかい)와 발음이 동일합니다. 즉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도회적인 가벼운 삶을 즐기는 캐릭터입니다.

토카이의 삶을 묘사하는 작중 화자는 ‘예스터데이’의 화자와 동일한 인물로 보이는 작가 타니구치입니다. 타니구치는 스쿼시 파트너 토카이와 가까워져 그의 연애에 대해 알게 됩니다.

토카이는 36세의 유부녀와 깊은 사랑에 빠집니다. 어떤 여자든 진심으로는 상대하지 않으며 이별에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원칙과 달리 미칠 듯이 집착합니다. 그녀는 토카이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린 뒤 연락을 끊습니다. 사랑에 배신당한 충격으로 몸져누운 토카이는 식사를 거부해 영양실조로 사망합니다.

타니구치는 토카이의 비서와 만나 고인을 회고합니다. 토카이의 비서는 동성애자 남성으로 깔끔한 일처리가 돋보이는 인물입니다. ‘태엽 감는 새’의 시나몬과 흡사한 캐릭터입니다. 비서는 여성에 ‘거짓말을 하기 위한 독립기관’이 있다고 규정하는데 타니구치 또한 이에 동의합니다. 제목 ‘독립기관’이 유래한 부분입니다.

화자 타니구치는 여성에 대한 악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독립기관’에 대한 의견은 끝내 포기하지 않습니다. 남성에게는 거짓말을 위한 독립기관이 없지만 여성에게는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남성은 토카이처럼 진실하며 솔직한 존재이지만 여자는 거짓말에 능숙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성 혐오’가 다분합니다. 거짓말은 남녀를 떠나 인간의 본성임을 감안하면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작품에서 여성에 대해 관대했던 하루키의 ‘혼네(本音 ; 속마음)’가 드러난 것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작품으로서 ‘독립기관’에 공감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타니구치와 비서는 토카이를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토카이는 유부녀들과 동침하며 불륜을 저지른 남성입니다. 첫 번째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인공 카후쿠와 다섯 번째 단편 ‘키노’의 주인공 키노와 다섯 번째 단편 ‘키노’의 주인공 키노가 아내의 불륜에 상처받고 두 번째 단편 ‘예스터데이’의 주인공 키타루가 여자 친구 에리카의 배신으로 인해 떠돌이 인생으로 전락한 점을 감안하면 토카이 불륜의 합리화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의 아픔을 부각시킨 여타 단편들과 부합되지 않는 ‘독립기관’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목숨을 끊다시피 한 토카이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서도 선뜻 공감할 수 없습니다. ‘독립기관’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단편 소설집의 제목과는 어울리지만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나머지 작품들과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합니다.

왕가위 영화 연상시키는 ‘세헤라자데’

‘세헤라자데’는 타의에 의해 아파트에 감금된 주인공 하바라가 ‘세헤라자데’라는 애칭을 붙인 여성으로부터 주기적 방문을 받는다는 줄거리입니다. 하바라는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이지만 유부녀로 보이는 세헤라자데가 아파트를 찾아 식량과 책, dvd 등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배달해줍니다. 그리고 하바라의 성욕 해소를 위해 섹스한 뒤에 세헤라자데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착안한 단편입니다.

세헤라자데는 칠성장어였다고 주장하는 자신의 전생과 중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남학생의 빈집에 불법적으로 잠입했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하바라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들은 뒤 수첩에 간단한 핵심어까지 기록합니다. 작가적 기질을 갖춘 주인공이 하바라입니다.

남학생의 빈집에 잠입해 그의 물건을 하나 훔치고 대신 자신의 물건을 남겨놓은 비밀스런 습관을 지니게 된 세헤라자데는 그의 방 침대 위에서 자위행위까지 합니다. ‘중경삼림’에서 페이(왕정문 분)가 경찰 663(양조위 분)의 빈집에 잠입하기를 즐겼던 전개와 ‘타락천사’에서 과장(이가흔 분)이 킬러(여명 분)의 빈집에 들어가 침대 위에서 자위행위를 했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1990년대에 하루키의 소설과 왕가위의 영화가 가볍고 유머러스하며 도시적 정서에서 유사성을 지적받았음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결말에서 세헤라자데는 남학생의 엄격한 어머니와 조우한 사실에 대해 운을 띄우지만 구체적 후일담은 제시하지 않고 마무리됩니다. 여백을 남겨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하루키의 기교가 엿보입니다.

하바라가 머무는 아파트는 ‘하우스’, 세헤라자데의 지위는 ‘연락계’, 그녀가 하는 일은 ‘지원활동’으로 독특한 용어를 사용하여 기괴한 상황을 풀어내 판타지의 요소를 갖췄지만 세계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습니다. 따라서 장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장편 ‘1Q84’에서 여주인공 아오마메가 맨션에 은신했던 전개와 유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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