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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① - 치유, 그리고 어긋난 커플

2014년 4월 출간된 ‘여자 없는 남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동명의 작품을 비롯한 6편의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네 번째 단편 ‘세헤라자데’는 잡지 ‘몽키’에 실렸으며 마지막 단편 ‘여자 없는 남자들’은 단편집 출간을 위해 새롭게 집필되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 ‘드라이브 마이 카’를 비롯한 4개의 단편은 ‘문예춘추’에 먼저 게재된 바 있습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작중에서 남성 등장인물들은 사랑하는 여성의 부재에 괴로워합니다.

치유를 말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

중년의 배우 카후쿠는 연극 출연을 위해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할 기사를 고용합니다. 소개를 받아 고용한 기사는 젊은 여성 미사키입니다.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카후쿠는 미사키의 부드러운 운전 솜씨에 고용을 승낙합니다. 과묵하면서도 인간적이고 유능한 운전기사는 ‘양을 쫓는 모험’에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드라이브 마이 카’가 보다 기묘하며 하루키적입니다. ‘양을 쫓는 모험’은 클라이맥스에서 삿포로를 공간적 배경으로 제시했는데 미사키의 고향 또한 삿포로입니다.

카후쿠는 병으로 죽은 아내가 생전에 바람을 피웠던 상대인 동료 배우 타카츠키와의 만남을 회상합니다. 타카츠키는 ‘댄스 댄스 댄스’의 고탄다와 같이 잘 생긴 배우이지만 부정적인 성향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나름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개도 공통점입니다.

주인공 카후쿠는 ‘집안에 복이 많다’고 해석될 수 있는 ‘家福’이라는 이름과 달리 불운합니다. 첫딸이 탄생 직후 사망했고 이후 자식 없이 지내다 아내마저 병사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자 의도적인 작명입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카후쿠는 재혼하지 않고 연인도 없이 고독하게 지냅니다. 인간관계가 비좁으며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 털어놓지 않고 홀로 감내하는 인물은 하루키 소설의 전형적 주인공입니다. 등장인물의 갑작스런 죽음과 아내의 불륜은 하루키의 작품에서 반복된 소재입니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카후쿠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춘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제는 ‘치유’입니다. 카후쿠는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원망하기보다 아내와 동침했던 타카츠키를 만나 생전의 아내의 심경을 읽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내의 속내를 몰랐던 자신을 자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카츠키는 인간은 자신의 속마음도 잘 알 수 없다며 카후쿠가 죄의식을 느낄 필요 없음을 깨우쳐줍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과 동일한 주제의식입니다.

카후쿠는 미사키와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미사키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으며 카후쿠의 죽은 딸과 동갑임이 드러납니다. 고독한 두 사람이 향후 친밀한 유사 부녀 관계로 발전할 것을 암시합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여자 없는 남자들’의 6편의 단편 중 거의 유일한 해피엔딩입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단편이지만 캐릭터에 깊이가 있으며 생생합니다. 오히려 장편으로 발전할 경우 역시 치유를 말하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츠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보다 작품성에서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은 단편 ‘반딧불이’에서 출발한 바 있습니다.

도달하지 못했던 남녀 ‘예스터데이’

와세다 대학 재학 중인 화자 타니구치는 찻집에서 아르바이트 동료 키타루와 가까워집니다. 삼수생 키타루는 입시 공부에는 무관심합니다. 그의 특기는 도쿄 출신이면서도 완벽한 간사이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입니다. 간사이 출신이지만 도쿄 표준어를 완벽하게 말하는 타니구치는 키타루와 동질감을 느낍니다. 둘 모두 프로야구를 좋아하는데 키타루가 오사카 연고의 한신 타이거즈의 팬이 된 것이 간사이 사투리를 배우게 된 동기입니다.

타니구치와 키타루는 또 다른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타니구치는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면서 고향의 여자친구와 결별했습니다. 키타루는 어린 시절부터 친밀한 에리카가 있지만 둘은 본격적인 연애 관계라 보기 어려우며 섹스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여자가 없는 남자들’입니다.

키타루는 에리카가 다른 남자와 사귈 바에야 친구인 타니구치와 사귀는 편이 낫다며 타니구치와 에리카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타니구치는 에리카와 한 번 만나지만 사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에리카는 키타루 몰래 제3자를 사귀고 있음을 타니구치에 고백합니다.

‘예스터데이’는 ‘노르웨이의 숲’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습니다. 키타루가 간사이 사투리로 불러 작품의 제목이 된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의 노래로부터 비롯되었는데 ‘노르웨이의 숲’ 또한 비틀즈의 노래로부터 비롯된 제목입니다. 화자인 주인공이 아르바이트 근무처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전개도 두 작품이 유사합니다.

키타루와 에리카의 기묘한 관계는 ‘노르웨이의 숲’의 나가사와와 하츠미의 관계를 연상시킵니다. 나가사와의 하츠미의 관계가 훨씬 왜곡되었으며 참혹하리만치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키타루와 에리카 또한 쓸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친밀했지만 섹스에는 이르지 못하고 이별한 남녀를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단편 ‘우리들의 시대의 포크로어 고도자본주의전사’와 유사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인공이 아시야 출신의 와세대 대학생이고 한참의 시간 뒤 글을 쓰는 직업을 지닌 것은 하루키의 자전적 이력과 동일합니다. ‘노르웨이의 숲’ 또한 매우 자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에리카의 배신을 뒤늦게 알게 된 키타루는 크게 상심하고 둘은 이별합니다. 키타루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전 세계를 떠도는 초밥 요리사가 된 후일담은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주인공 ‘나’의 떠돌이 마술사가 된 숙부를 연상시킵니다.

‘예스터데이’는 오랜 시간 사귀었지만 해피엔딩에 도달하지 못한 커플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주제의식을 길게 설명한 것은 사족과도 같습니다. 타니구치가 본 에리카의 마지막 뒷모습이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간결하게 마무리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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