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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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신파 함정 피한 대중적 우주 SF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은 ‘마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화성을 탐사하는 아레스 3의 임무 도중 강력한 폭풍으로 인해 마크(맷 데이먼 분)가 화성에 홀로 남겨집니다. 지구와 동료 승무원들은 그가 사망한 것으로 인지하는 가운데 마크는 화성의 기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합니다.

‘로빈슨 크루소’의 우주 SF판

‘마션’은 앤디 위어의 2011년 작 소설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근 미래 배경의 SF 영화입니다. ‘화성인(Martian)’을 뜻하는 제목처럼 장기간 화성에 머물다 구출되는 주인공을 묘사합니다. 세월의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주인공 마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외모 및 체형 변화도 두드러집니다.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육체적, 정신적 고난을 극복하고 생존하다 극적으로 구출된다는 점에서 ‘마션’은 다니엘 디포의 고전 ‘로빈슨 크루소’의 줄거리를 답습합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나무에 빗금을 남겨 날짜를 센 것처럼 마크는 벽에 직접 날짜를 펜으로 표기합니다. 역시 비슷한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00년 작 ‘캐스트 어웨이’도 당연히 떠오릅니다.

‘마션’의 초반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 두 편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갑작스레 폭풍이 밀려와 시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서두는 ‘에이리언’에서 에이리언이 감염되는 원인을 제공한 별의 폭풍 속으로 노스트로모의 승무원들이 첫발을 내디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복부에 부상을 입은 와트니가 스스로 파편을 꺼내고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봉합하는 장면은 ‘프로메테우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의료용 포드 내부에서의 긴급 제왕절개 수술과 의료용 스테이플러에 의한 봉합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와의 비교

‘마션’은 지난 몇 년 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두 편의 SF 영화 2013년 작 ‘그래비티’와 2014년 작 ‘인터스텔라’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지구로 생환하는 악전고투를 묘사하는 줄거리는 ‘그래비티’와의 공통점입니다. 주인공이 우주과학기술이 발달한 중국의 도움을 받으며 조연 캐릭터가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마션’의 주제가 ‘I Will Survive’는 주제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디스코 음악이 주로 삽입된 것은 멜리사(제시카 차스테인 분)가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설정이지만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약점을 피하기 위한 연출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두려우며 고독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인류의 우주 탐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낙천적 결말로 마무리한다는 점에서는 ‘인터스텔라’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배우의 이름과 등장인물이 겹치며 후일담이 묘사됩니다. 다시는 우주에 나갈 수 없을 것이라던 릭(마이클 페냐 분)은 다음 화성유인 탐사 계획에 우주비행사로 선발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과 맷 데이먼의 출연도 동일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은 우주 공간에 나간 장면을 연기하지 않았지만 ‘마션’에서는 아레스 3 임무를 맡은 헤르메스 호의 선장으로 화성을 비롯한 우주 공간을 누빕니다. 맷 데이먼은 ‘인터스텔라’에서도 외딴 별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를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제시카 차스테인과 맷 데이먼이 만나는 장면은 없었는데 ‘마션’에서는 서두에서 두 배우가 헤어진 뒤 한참이 지나서야 재회합니다.

우주비행사이자 식물학자로 명석한 영재인 마크는 맷 데이먼이 하버드대에 재학했던 과거와 ‘굿 윌 헌팅’을 연상시킵니다. ‘마션’의 결말에서 마크는 나사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관이 됩니다. 맷 데이먼의 엘리트 이미지와 어울리는 결말입니다. 악조건에서 살아남는 마크의 생존 능력은 맷 데이먼이 액션 연기가 가능함을 입증하며 첩보 영화 장르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이슨 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는 모두 워너브라더스가 배급을 맡았는데 ‘마션’은 20세기폭스가 배급을 맡았습니다. ‘마션’은 20세기폭스도 우주 SF 영화를 얼마든지 성공시킬 수 있다고 웅변하는 듯합니다.

리들리 스콧 연출력, 탁월

헤르메스가 화성으로 되돌아가 마크를 구출해 결자해지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엘론드 회의’는 ‘반지의 제왕’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반지의 제왕’ 엘론드 회의 장면에 참여했던 보로미르 역의 숀 빈이 나사의 미션 디렉터 미치 역으로 해당 장면에 출연했습니다. 헤르메스의 여승무원 베스 역으로 출연한 케이트 마라는 ‘판타스틱 4’에 이어 또 다시 모범생 이미지로 출연합니다.

‘마션’은 걸작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이래 우주 SF라면 응당 갖춰야하는 듯한 철학적 고뇌는 거의 없으며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무겁습니다. 극중에서 사망하는 등장인물도 없으며 승무원 전원이 무사귀환 하는 대중적인 해피엔딩에 충실해 가족 영화로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장기간 홀로 지내며 성욕을 어찌 해결했을까와 같은 원초적 질문을 무시하는 것 역시 가족 영화를 도모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붉은 별 화성이 몇 번의 모래 폭풍을 제외하면 마치 그랜드 캐니언과 사막으로 가득한 평온한 별처럼 묘사하는 연출 역시 동일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마크가 아레스 3의 기지에서 아레스 4의 발사용 로켓에 도달하기까지 변변한 모래 폭풍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순탄하게 여정을 마치는 전개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유머 감각을 활용하고 때로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은 탁월합니다. 마크의 가족이나 연인, 혹은 아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신파의 함정을 피하는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2014년 연출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의 아쉬움을 완전히 떨쳐낸 노거장입니다. 연출작마다 풍성한 부가 영상은 물론 솔직담백한 코멘터리까지 제공하는 리들리 스콧의 성향을 감안하면 ‘마션’의 블루레이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 장르적 전복을 통해 탄생한 SF 걸작
블랙 레인 - 리들리 스콧의 오리엔탈리즘 느와르
블랙 호크 다운 - 원인은 없고 결과만 있다
킹덤 오브 헤븐 -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만 재미없는 기사담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 - 풍성해진 서사, 완성도 높인 기사담
아메리칸 갱스터 - 장르 역사에 남을 새로운 걸작
아메리칸 갱스터 - 두 번째 관람
바디 오브 라이즈 - 시적인 비주얼과 따로 노는 썰렁한 내러티브
로빈 후드 - 지나치게 꼼꼼해 지루한 가상 사극
프로메테우스 IMAX 3D - ‘에이리언’ 팬 위한 최고의 축복
프로메테우스 - 고압적 예술품, 화려한 악몽
카운슬러 - 치타가 인간보다 낫다
카운슬러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카운슬러 확장판 - 21분 추가, 문학에 더욱 가까워지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 기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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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티라노 2015/10/12 12:42 #

    리들리 스콧은 결국 SF를 해야해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SF물로 이렇게 극장에서 웃음 터진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후 오랫만이네요 ㅎㅎㅎㅎ
  • 블랙하트 2015/10/12 13:21 #

    아레스 4의 발사용 로켓에 도달하기까지 7달 동안 변변한 모래 폭풍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순탄하게 여정을 마치는 전개는 의문이 남습니다. <- 사실 원작에서는 아레스4 MAV로 가는 도중에 모래 폭풍을 만나 회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화에서 편집된겁니다.
  • 大望 2015/10/13 03:20 #

    원작은 감자 심기 과정도 나름 과학적인 고증에다 주인공의 고민이 많고 MAV로 가는 과정도 꽤 고생해서 갑니다.
    저는 영화는 아직 안봤는데 대체적인 평들을 보니 와트니의 일지내용들이 많아 생략되어서 그런지 영화만 보신 분들은 주인공이 비교적 편하게 화성 삼시세끼를 찍은 걸로 인식하시는 것 같네요. 안그래도 책보면서 이걸 영상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는데 죄다 생략인 모양입니다. 소설을 펼치자 마자 나오는 '아무래도 ㅈ 됐다'도 안나온다고 하고. ㅎ
  • Nocchi 2015/10/26 11:30 #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우주영화 3부작(?) 중에서 저는 마션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비티 만 못하겠지" "인터스텔라 보다 중후하겠어?" 이렇게 만만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그 작품들에 못 하지 않고 색다른 맛이 있는 괜찮은 작품이더라구요
    인간과 인간의 협력, 실제적으로 진행되는 우주과학 이러한 영역에 대한 묘사가 그야말로 찰졌습니다
    역사나 우주 과학 같은 분야 좋아하시는 분 이라면 마션에 제일 큰 점수를 줄 듯
    반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칼끝의 참선 같은 거 좋아하는 분은 그래비티
    심오한 우주 철학 같은 거 좋아하는 분은 인터스텔라가 취향에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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