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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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007 두 번 산다’와 너무 닮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소련의 핵잠수함이 연이어 실종됩니다. 영국 정부는 007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 분), 소련 정부는 트리플 X 아냐 아마소바(바바라 바흐 분)를 파견합니다. 두 사람은 잠수함 추적 장치의 부품 설계도를 확보하기 위해 이집트에서 경쟁을 벌입니다.

3년 만에 제작된 후속편, 그 속사정

1977년 작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10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자 로저 무어 주연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리즈 첫 번째 영화 ‘007 살인 번호’부터 공동 제작을 맡아왔던 해리 솔츠먼이 떠나고 알버트 R. 브로콜리가 홀로 제작을 맡은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점입니다. 이후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현재까지 알버트 R. 브로콜리 집안의 가업이 됩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이외의 사업으로 인해 막대한 빚에 시달리던 해리 솔츠먼의 하차에는 복잡한 법적 절차가 뒤따랐습니다. 해리 솔츠먼과 알버트 R. 브로콜리의 불화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까지 4편의 시리즈를 감독한 가이 해밀튼 감독이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연출자로 낙점되었으나 연출을 포기했습니다.

1964년 사망한 원작자 이언 플레밍은 생전에 해리 솔츠먼과 알버트 R. 브로콜리에게 자신의 소설 제목에 대한 판권만을 판매했을 뿐 그 외의 요소는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까지 등장했던 악의 조직 스펙터와 수괴 블로펠트에 대한 판권은 ‘007 썬더볼’의 제작자 케빈 맥클로리가 보유해 해리 솔츠먼의 이온 프로덕션에는 판권이 없었습니다. 판권 문제가 약 반세기만에 해결되어 스펙터가 재등장하게 될 작품이 곧 개봉을 앞둔 신작 ‘007 스펙터’입니다.

영화 제작을 위해 집필한 각본을 둘러싸고 소송까지 벌어진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전작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개봉으로부터 3년 뒤인 1977년에 공개되었습니다. 3년 만에 후속편이 공개된 것은 당시만 해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 사상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입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타이틀 시퀀스에는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지 않은 채 섹시한 여성들 위주의 상징적 영상들로 채워져 왔습니다. 하지만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는 로저 무어가 처음으로 직접 출연했습니다. 이제는 제임스 본드의 타이틀 시퀀스 등장은 더 이상 어색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007 두 번 산다’와의 공통점

당초 스펙터의 재등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인 만큼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스펙터가 등장했던 전작들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특히 루이스 길버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였던 ‘007 두 번 산다’와 비슷합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역 스트롬버그는 ‘007 두 번 산다’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스펙터의 수괴 에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트와 유사합니다. 스트롬버그의 미영소 핵잠수함 나포는 블로펠트의 미소 우주선 나포와 유사합니다. 스트롬버그가 보유한 거대 유조선 리파루스는 3척의 잠수함을 동시에 숨길 수 있는 대형 격납고를 갖췄는데 블로펠트의 화산 내부의 거대 우주선 발사 기지와 유사합니다. 즉석에서 조립해 본드가 활용하는 수상 오토바이 웨트바이크는 자이로콥터를 떠올리게 합니다.

리파루스 내부의 거대한 세트는 블로펠트의 우주선 발사 기지의 거대 세트와 비슷합니다. 세트 내부에서 촬영된 큰 스케일의 집단적인 교전 장면도 그러합니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역에 맞서 미영소의 합동 작전이 벌어지는 서사 구조 또한 두 작품이 비슷합니다.

여가수가 부르는 두 작품의 주제가의 부드러운 분위기도 유사해 제임스 본드 시리즈 여타 영화들의 박력을 강조하는 주제가와는 다릅니다. 본드 걸과의 사랑을 강조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본드 걸 아마소바의 암호명 트리플 X는 섹스를 연상시킵니다. 동시에 2002년 작 빈 디젤 주연의 스파이 액션 영화 ‘트리플 X’에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싶습니다.

본드 시리즈 다른 영화들과의 공통점

유조선을 비롯한 해상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많은 만큼 ‘007 썬더볼’과도 유사합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는 스포츠카 로터스 에스프리가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유명합니다. 덕분에 본드는 ‘007 썬더볼’과 달리 수중에서 맨몸으로 힘들게 격투를 벌이지 않아도 됩니다. 수중 장면은 ‘007 썬더볼’과 마찬가지로 마하마 나소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는 가운데 스트롬버그가 식인상어로 살인을 일삼는 장면은 ‘007 썬더볼’의 라르고의 식인상어 풀장을 연상시킵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는 G선상의 아리아 외에도 몇몇 고전음악이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었습니다.

007 위기일발’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습니다. 본드가 소련 정부에 소속된 여성과 모험을 함께 하며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는 동일합니다. 217cm의 거인 리차드 키엘이 분한 죠스의 열차 객실 습격 장면은 ‘007 위기일발’의 그랜트의 습격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열차 객실 습격 장면은 ‘007 죽느냐 사느냐’에도 제시된 바 있습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Q(데스먼드 르웰린 분)는 이집트 유적지 내부에도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의자의 스프링이 튀어 올라 사람을 날리는 장면은 ‘007 골드핑거’의 애스턴 마틴의 조수석이 날아가 앉아있던 악역을 차 밖으로 튕겨낸 명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에 앞서 본드가 산도르(밀튼 리드 분)의 저격을 키스 중이던 펠리카(올가 비세라 분)를 방패삼아 막아내는 장면은 ‘007 골드핑거’의 서두에서 자신을 노리던 킬러가 키스 중이던 여성의 눈동자에 비치자 그녀의 몸을 돌려 막아내던 장면의 반복입니다.

본드가 소련 KGB의 요원들과 초반 스키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을 연상시킵니다. 아마소바는 본드가 한 번 결혼을 했지만 아내가 사망했다고 과거를 줄줄 꿰는데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줄거리에 해당합니다. 원경을 멀리서 잡아 공간 감각과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영상미도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을 연상시키는 요소입니다.

아마소바는 ‘젓지 않고 흔드는’ 보드카와 마티니의 칵테일도 입에 올리는데 로저 무어 주연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는 최초로 언급됩니다. 죠스가 차량을 공격하는 이집트 장면에서 아마소바는 다시 한 번 ‘젓지 않고 흔들어’라며 명대사를 언급합니다. 흥미롭게도 로저 무어는 ‘젓지 않고 흔드는’이라는 대사는 입에 올리지 않지만 칵테일을 처음으로 마십니다. 샴페인 돔페리뇽도 로저 무어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본드는 중절모가 아닌 재킷 상의를 옷걸이에 던져서 겁니다.

본드는 이집트에서 어렵사리 잠수함 추적 장치의 설계도면을 입수한 뒤 라이터와 담배 케이스를 조합해 설계도를 즉석에서 확인합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악역 스카라만가가 라이터와 담배 케이스 등을 조합해 황금총을 즉석에서 완성하는 설정을 연상시킵니다.

아프리카 본격 첫 등장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가 공간적 배경으로 본격 제시됩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비롯한 유적지와 카이로가 초반을 장식합니다. 제임스 본드는 아랍의 전통 의상을 입고 등장하고 배경 음악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메인 테마가 삽입되어 경의를 표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로렌스와 소설로부터 탄생한 본드는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둘 모두 영국 군인이며 애국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극중 조명 쇼에 등장하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원경은 미니어처를 활용한 것입니다. 리파루스의 외관과 스트롬버그의 연구실이자 거처 아틀란티스, 그리고 로터스 에스프리 모두 미니어처와 모형을 활용해 촬영되었습니다. 재현 수준은 매우 뛰어납니다.

본드의 임무 완수로 스트롬버그는 제거되지만 죠스는 살아남습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엔딩 크레딧에는 후속작으로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를 예고하지만 실제로 먼저 제작되어 공개된 후속작은 ‘007 문레이커’였습니다. 죠스는 ‘007 문레이커’에 재등장합니다.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에 포함된 프로덕션 디자이너 켄 아담의 다큐멘터리에는 ‘007 골드핑거’를 ‘007 위기일발’로 잘못 번역된 한글 자막이 반복적으로 삽입되었습니다.

007 살인 번호 - 제임스 본드 기념비적 첫 영화
007 위기일발 - 본격 오락영화로 발돋움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007 골드핑거 - 한국인 악역 오드잡 등장
007 썬더볼 - 본격 해양-수중 블록버스터
007 두 번 산다 - 제임스 본드, 일본서 결혼하고 유람하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 - 역대 가장 이질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 숀 코네리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007 죽느냐 사느냐 - 로저 무어 매력적이나 인종차별 두드러져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 본드 vs 스카라만가 1:1 대결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007 스카이폴 - 옛것과 새것, 절묘한 줄타기

[블루레이 지름] 007 50주년 기념 한정판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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