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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 본드 vs 스카라만가 1:1 대결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명성이 자자한 킬러 스카라만가(크리스토퍼 리 분)가 MI6에 황금총탄을 보내 007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 분)가 목표임을 알립니다. 본드는 황금총탄의 제작자를 찾아 마카오를 방문합니다.

황금총의 사나이

1974년 작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9번째 영화입니다. 가이 해밀튼 감독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제임스 본드 연출작이기도 합니다.

007 살인 번호’부터 ‘007 죽느냐 사느냐’에 이르는 7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는 원대한 욕망을 거대 조직을 통해 실현하려는 보스 악역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의 지력과 권력욕은 놀라웠지만 본드와 1:1로 결투에 어울리는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007 살인 번호’의 닥터 노가 괴력을 과시하며 본드와 격투를 벌였지만 그의 지상 과제가 본드와의 대결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악역의 경호원이나 킬러가 본드와 1:1 결투를 벌이곤 했습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는 타이틀 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스카라만가가 등장합니다. 지난 6월 7일 93세를 일기로 사망한 대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스카라만가를 연기합니다. 그의 지상 과제는 본드와 1:1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서부 영화와 같은 대결 구도가 진작부터 성립됩니다. 클라이맥스의 둘의 결투는 서로 권총을 들고 등을 진 채 서부 영화처럼 시작됩니다.

닮은꼴, 본드와 스카라만가

본드와 스카라만가는 닮은꼴입니다. 장신에 카리스마 넘치는 중년 남성입니다. 본드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특유의 대사 “본드, 제임스 본드”를 세 번이나 되풀이하는데 스카라만가 또한 “스카라만가, 프란시스코 스카라만가”라고 본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본드는 유행이 지난 중절모를 더 이상 착용하거나 머니페니(로이스 맥스웰 분) 앞에서 옷걸이에 던지지 않습니다. 본드를 상징했던 소품 중 하나인 중절모가 퇴장했습니다. 대신 본드는 멋들어진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을 착용해 옷맵시를 강조합니다.

둘은 여성 편력이 대단하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본드는 스카라만가의 여자인 안드레아(모드 아담스 분)와 동침합니다. 스카라만가는 본드의 동료이자 MI6의 여성 요원 굿나잇(브릿 에크랜드 분)과의 동침이 암시됩니다. ‘굿나잇(Goodnight)’의 독특한 작명은 결말의 마지막 대사까지 유머러스하게 활용됩니다. 그녀의 이름이 ‘007 언리미티드’의 데니스 리차즈가 연기한 본드 걸 ‘크리스마스’에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스카라만가의 섹스 능력은 그의 독특한 신체적 특성인 3개의 젖꼭지를 통해 강조됩니다. 본드는 스카라만가로 가장하기 위해 가짜 젖꼭지 1개를 붙이기도 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본드가 스카라만가를 만난 적은 없었기에 세 번째 젖꼭지의 위치가 스카라만가와는 반대입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Q의 유일한 ‘신무기’가 본드가 활용한 가짜 젖꼭지입니다.

스카라만가의 신무기도 돋보입니다. 그의 상징 황금총은 라이터와 만년필 등을 조합해 즉석에서 조립이 가능합니다. 마치 언제든 발기가 가능한 남성 성기와 같습니다. 그가 황금총의 총신을 안드레아의 얼굴과 몸에 더듬는 장면은 섹스를 노골적으로 암시합니다. 본드가 궐련이 아닌 굵직한 시거를 애용해 남성 성기를 암시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본드가 시거를 즐기는 장면은 로저 무어가 시거를 애용하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스카라만가는 본드와 태국 경찰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동차를 비행기로 변형시킵니다. Q(데스먼드 르웰린 분)는 비행 가능한 자동차에 대해 MI6의 Q부서가 제작 중이라고 언급합니다. 바꿔 말하면 아직 Q부서도 완성시키지 못한 신무기를 스카라만가는 보유했다는 의미입니다.

스카라만가는 태양열을 집중시켜 수상비행기도 단박에 격파할 수 있는 무기도 갖추고 있습니다. ‘007 골드핑거’의 골드핑거가 보유한 레이저 병기를 연상시킵니다. 본드가 특별한 신무기 없이 스카라만가와 싸우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설정입니다. 태양열을 집중시키는 신기술의 결정체 ‘솔렉스’는 당대의 세계적 이슈 석유 파동을 반영한 소품입니다.

스카라만가의 근거지의 식탁 장면을 통해 본드와 스카라만가의 공통점은 더욱 부각됩니다. 스카라만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본드 역시 살인을 즐긴다고 규정합니다. 본드는 개인적 이유가 아니라 영국 정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 변명합니다. 하지만 그가 악인들을 처리한 뒤 내뱉는 농담을 통해 그가 살인을 즐기고 있음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는 여성을 때리고 어린이를 강물에 내팽개치는 본드의 비열한 성격이 여과 없이 노출됩니다.

서커스 단원 출신의 아버지를 둔 스카라만가는 자신의 근거지에 놀이동산의 유령의 집과 같은 시설을 설치하고 목숨을 건 결투를 즐깁니다. 서두에 등장한 유령의 집은 클라이맥스에서 본드와 스카라만가의 대결에 재차 등장합니다. 스카라만가는 유령의 집 대결을 위해 식탁에서 본드를 황금총으로 살해할 수 있었던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 의외의 일면을 보입니다.

클라이맥스의 유령의 집 결투 장면의 귀결은 본드의 등신대 인형이 등장한 초반부터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스카라만가는 제 꾀에 넘어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게다가 1947년 작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영향을 받은 1973년 작 ‘용쟁호투’의 클라이맥스의 공간적 배경과 매우 흡사해 독창성이 부족합니다. 태국의 무술도장 대련 장면까지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당시 인기였던 이소룡 주연의 쿵푸 영화를 상당히 의식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로저 무어의 무술 연기는 어설픕니다.

마카오, 홍콩, 그리고 태국

스카라만가의 왜소증 부하 닉 낵(에르베 빌리셰이즈 분)은 본드가 스카라만가를 처리하고 굿나잇과 함께 떠난 정크 선의 선실을 급습합니다. ‘007 위기일발’의 클렙,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윈트와 키드 콤비, ‘007 죽느냐 사느냐’의 티히의 결말의 습격 장면의 변주입니다. 전술한 장면에서 그들은 모두 본드의 반격에 의해 살해되었지만 닉 낵은 본드가 살려둔 채 정크 선의 돛대에 매달아두는 자비를 베풉니다. 여성을 때리고 어린이를 물속에 내동댕이치는 것은 본드에 어울리지만 왜소증 사나이를 살해하는 것은 본드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로 간주한 듯한 연출입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공간적 배경은 ‘007 두 번 산다’에 이어 다시 아시아입니다. 당초 캄보디아가 촬영지로 예정되었지만 내전으로 인해 취소된 대신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마카오, 홍콩, 태국, 중국으로 이어집니다. 레바논의 벨리댄스, 마카오의 카지노, 태국의 무에 타이 등이 제시됩니다. 무에 타이 장면은 ‘007 두 번 산다’의 스모 장면과 유사합니다. 베이루트 장면은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중국으로 제시되는 떼섬 장면은 태국 푸껫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을 배경으로는 본드를 돕는 현지인 요원 힙이 등장합니다. 힙을 연기한 배우는 한국계 미국인 오순택입니다. ‘007 골드핑거’에서 한국인 캐릭터 오드잡이 등장했지만 연기한 배우는 일본계 미국인 해롤드 사카타였습니다.

페퍼의 재등장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007 두 번 산다’에 비해 오리엔탈리즘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007 죽느냐 사느냐’의 뉴올리언스 보트 추격전 장면에 이어 태국 보트 추격전 장면에 재등장한 양념 캐릭터 페퍼(클리프튼 제임스 분)는 태국인들을 무시하는 대사를 입에 올립니다. 아내와 함께 태국 여행을 온 것으로 설정된 페퍼는 본드와 두 번 조우하며 두 번째에는 본드와 승용차에 동승해 차량 추격전에 참여합니다. 페퍼가 태국 경찰 앞에서 자신이 루이지애나 경찰이라고 거들먹거리는 장면은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영국의 조롱이 아닌가 싶습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후속작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예고합니다.

한글 자막은 오류나 어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본드와 머니페니의 대화 중 스카라만가에 살해당한 MI6 요원 002 ‘페어뱅크스(Fairbanks)’를 ‘페어뱅크’로 잘못 번역했습니다. 홍콩의 지명에 대한 한글 자막 ‘퀄룽’은 ‘주룽’ 혹은 ‘구룡’이 되어야 합니다. 힙의 조카딸 2명은 놀라운 무술 실력을 뽐내는데 힙의 대사는 ‘카라테’를 배웠다고 하지만 한글 자막은 ‘태권도’로 잘못 번역했습니다. 의도적 오류로 보입니다.

007 살인 번호 - 제임스 본드 기념비적 첫 영화
007 위기일발 - 본격 오락영화로 발돋움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007 골드핑거 - 한국인 악역 오드잡 등장
007 썬더볼 - 본격 해양-수중 블록버스터
007 두 번 산다 - 제임스 본드, 일본서 결혼하고 유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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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 숀 코네리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007 죽느냐 사느냐 - 로저 무어 매력적이나 인종차별 두드러져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007 스카이폴 - 옛것과 새것, 절묘한 줄타기

[블루레이 지름] 007 50주년 기념 한정판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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