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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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여왕 폐하 대작전 - 역대 가장 이질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조지 레이젠비 분)는 우연히 만난 여성 트레이시(다이애나 릭 분)와 사랑에 빠집니다. 트레이시의 아버지이자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드라코(가브리엘레 페르제티 분)는 본드에게 트레이시를 지켜줄 것을 부탁합니다. 본드는 대가로 스펙터의 우두머리 에른스트 스타브로 블로펠트(텔리 사발라스 분)의 정보를 드라코에 요구합니다.

조지 레이젠비, 본드는 맞지 않는 옷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은 1969년 작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여섯 번째 영화입니다. ‘007 살인 번호’부터 ‘007 두 번 산다’까지 본드를 연기한 숀 코네리가 하차해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조지 레이젠비가 본드를 연기했습니다. 새로운 본드로는 젊은 배우 티모시 달튼 등이 물망에 오른 바 있습니다. 티모시 달튼은 1987년 작 ‘007 리빙 데이라이츠’에서 본드로 뒤늦게 발탁됩니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타이틀 시퀀스는 역대 본드 걸과 악역들을 제시해 전편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암시합니다. 본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007 살인 번호’의 허니의 단검, ‘007 위기일발’의 그랜트의 교살용 손목시계, ‘007 썬더볼’의 소형 수중 호흡기를 꺼내드는 장면을 통해 ‘바로 그 본드’임을 강조합니다. 샴페인 돔 페리뇽, 마티니와 보드카를 젓지 않고 흔들어 제조하는 칵테일에 대한 본드의 취향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초콜릿 CF 모델 외에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무명 조지 레이젠비의 공무원과 같은 딱딱한 이미지는 숀 코네리가 쌓아놓은 섹시한 터프 가이 이미지와 비교하면 대중적 인기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탄탄한 체구의 숀 코네리에 비해 마른 체형의 조지 레이젠비는 왜소해 보입니다.

본드 특유의 농담을 늘어놓고 장난기를 부리지만 조지 레이젠비의 외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변호사 굼볼트(제임스 브리 분)의 사무실에 침입해 블로펠트 관련 자료를 복사해 챙기는 와중에 본드는 비치된 잡지 ‘플레이보이’에서 여성의 상반신이 노출된 화보를 들고 나옵니다. 다섯 편의 전편에서 여성의 상반신이 노출된 장면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의외의 연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지 레이젠비의 모범생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입니다.

제작진도 조지 레이젠비의 약점을 모르지 않는 듯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을 그에게 입힙니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 킬트를 착용시키지만 본드의 역동적 이미지에는 부합되지 않습니다. 조지 레이젠비가 주로 착용하는 프릴 장식이 된 백색 와이셔츠는 최악입니다. 주된 공간적 배경 스위스에 도착하는 장면부터는 블로펠트의 정체를 파헤치는 본드의 탐정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해 케이프 코트를 입고 파이프 담배를 물어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즈의 코스튬 플레이를 합니다. 하지만 다채로운 의상은 옷을 착용하는 배우에 어울리지 않아 조지 레이젠비의 지루함을 부채질할 뿐입니다.

본드답지 않은 본드

본드는 아무리 위기에 봉착해도 당황하지 않으며 능수능란하게 돌파해야 합니다. ‘007 썬더볼’의 정카누 축제를 연상시키는 스케이트장 추격전 장면에서 본드는 곰의 탈을 쓴 사람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본드는 어떤 위기에도 태연자약하고 여유가 넘쳐야 한다는 암묵적 원칙에서 벗어난 장면입니다.

블로펠트의 부하들로부터 도망칠 때 운전은 본드가 아닌 트레이시가 합니다. 본드의 수동성이 부각됩니다. 빙판 카레이싱 도중 난입해 추격전을 벌이는 와중에 트레이시는 본드에 반복적으로 “어떻게 나가죠?”를 묻지만 본드는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스스로 본드 카를 운전하는 가운데 본드 걸이 묻자마자 위기에서 멋들어지게 벗어나는 본드의 기존 이미지와는 판이합니다. 결국 트레이시가 알아서 운전해 조수석에 앉은 본드를 구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본드는 질주하는 봅슬레이에서 블로펠트와 격투를 벌입니다. 블로펠트는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려 봅슬레이에서 이탈합니다. 본드는 블로펠트가 응당 사망했을 것이라 판단하고 시체를 확인하지도 않습니다. 블로펠트는 결말에서 목에 보호대를 한 채 재등장해 본드에 복수합니다. 본드의 안일함은 피를 부릅니다.

일편단심 본드

본드는 트레이시와 사랑에 빠집니다. 트레이시로는 ‘007 골드핑거’에 푸시 역으로 출연하기 위해 TV 드라마 ‘어벤져’를 떠난 오너 블랙먼에 이어 ‘어벤져’에 출연했던 다이애나 릭이 맡았습니다. ‘어벤져’가 2명의 주역 본드 걸을 배출한 셈입니다.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본드가 트레이시와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는 초반 장면은 ‘007 골드핑거’의 본드와 틸리의 자동차 추격전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변에서 첫 만남 직후 트레이시가 맨발로 도망치고 본드가 그녀가 남긴 신발을 손에 쥐고 그리워하는 장면은 ‘신데렐라’를 연상시킵니다. 본드가 스위스에서 임무 도중 잠시 다른 여성들에 한눈을 팔기도 하지만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것은 트레이시입니다. 본드가 영화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것도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이 최초입니다.

트레이시는 군에 복무한 경험도 없고 첩보원 교육을 받은 적도 없지만 본드를 구출하고 능수능란하게 빙판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며 스펙터의 단원들과 격투를 벌입니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본드는 트레이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합니다. 사랑 고백과 결혼만큼 본드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조지 레이젠비의 이미지와는 어울립니다. ‘007 두 번 산다’에서 숀 코네리가 연기한 본드는 키시와 일본 전통 결혼식을 올리지만 실제 결혼이 아닌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본드의 결혼 생활이 오래갈 리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봅슬레이 결투에서 부상을 입었지만 사망하지 않은 블로펠트와 부하 분트(일세 스테파트 분)가 출현해 신혼여행을 떠난 본드의 웨딩 카에 기관총을 난사합니다. 본드는 죽지 않지만 트레이시는 사망합니다.

만일 트레이시가 살해되지 않았다면 본드와 트레이시의 관계는 ‘미션 임파서블 3’의 결말과 유사했을 수 있습니다. 트레이시가 살해되는 결말은 1980년대 TV 드라마 ‘전격 Z작전’ 4시즌 12화 ‘Scent of Roses’에서 주인공 마이클이 스티비와 결혼식을 올리던 도중 스티비가 마이클을 대신해 살해당하는 전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첨단 무기를 즐겨 다루는 멋들어진 남성 첩보원의 결혼이 아내의 살해라는 비극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아내를 잃은 주인공이 후속편부터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 한 여자에 매달리지 않고 임무에 매진하는 전개도 그러합니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은 트레이시의 살해 직후 엔딩 크레딧을 올려 황급히 마무리합니다. 이언 플레밍의 동명 원작 소설에 충실하며 제임스 본드 시리즈 사상 가장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당시 대부분의 관객들은 안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도 유부남 본드를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부터 관객의 판타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각본-연출 약점도 두드러져

문제는 조지 레이젠비뿐만 아닙니다. 각본과 연출의 약점이 두드러집니다. 서사의 전개에 있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본드는 셜록 홈즈의 의상을 착용한 것 외에는 변장을 하지 않고 블로펠트와 대면하는데 블로펠트는 본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007 두 번 산다’에서 두 사람이 맨 얼굴로 대면했음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블로펠트의 본거지로부터 도주한 본드는 궁지에 몰리지만 우연히 만난 트레이시의 도움으로 탈출합니다. 너무나 우연에 의존한 만남이라 설득력이 전무합니다. 본드는 드라코의 도움으로 트레이시의 구출을 겸해 블로펠트의 본거지를 공격합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충직한 첩보원 본드가 범죄조직과 손을 잡는 전개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극중에서 본드는 이틀 연속 알프스에서 스펙터의 단원들과 스키에 탄 채 추격전을 벌입니다. 하지만 두 개의 액션 장면이 하룻밤을 사이에 두고 비슷하게 되풀이되어 지루합니다. 140분의 긴 러닝 타임 동안 대화 장면의 호흡이 길며 액션의 비중이 작고 새로움도 부족합니다. Q(데스먼드 르웰린 분)가 등장하지만 그가 본드에 신무기를 제시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본드가 사용하는 신무기는 굼볼트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금고 암호 해독기와 복사기의 복합기뿐입니다. 스케일과 오락성에 있어 전작 ‘007 썬더볼’과 ‘007 두 번 산다’에 비하면 상당히 처집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2010년 작 ‘인셉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블로펠트의 본거지인 스위스 쉴트호른의 피즈 글로리아만이 인상적일 뿐입니다. 하지만 인상적인 공간적 배경을 액션 장면에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스위스를 주된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해 스키, 컬링, 봅슬레이 등 동계 스포츠를 적극 활용합니다.

조지 레이젠비 혼자만의 잘못 아냐

007 살인 번호’부터 ‘007 썬더볼’까지 편집을 맡았으며 ‘007 두 번 산다’의 감독을 맡기를 원했지만 루이스 길버트에 감독을 내주고 제2촬영팀 감독 및 편집을 맡았던 피터 헌트는 드디어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을 통해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감각적 편집이 장기이던 그는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 예술적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독특한 미장센, 몽타주 기법, 다채로운 색채 감각 등을 활용해 본드와 트레이시의 사랑을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처럼 묘사합니다. 영화를 상징하는 공간적 배경인 피즈 글로리아도 마치 산악 영화의 한 장면처럼 웅장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했습니다. 타이틀 시퀀스에 삽입되는 제목과 동명의 주제가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는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가사가 없는 연주곡으로 다분히 실험적입니다.

그러나 본드 영화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오락성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예술 영화나 로맨스 영화를 연상시키는 영상미와 본드 시리즈가 응당 갖춰야 오락성의 양립에 피터 헌트는 실패합니다. 격투 장면을 많은 숫자의 짧은 컷으로 편집해 속도감을 부여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부족합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감독 중에는 복수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도 적지 않지만 피터 헌트는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이 처음이자 마지막 본드 시리즈 연출작이 됩니다.

조지 레이젠비는 연기력은 물론 카리스마와 대중성까지 모든 것이 분명 부족합니다. 그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에 낙점된 이래 언론은 그의 부정적 이미지를 집요하게 부각시켰고 조지 레이젠비도 제작진 및 동료 배우들과 불화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실패의 책임을 조지 레이젠비에게만 묻는 것은 부당합니다. 왜냐하면 각본과 연출 모두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설령 숀 코네리가 그대로 연기했어도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은 전작에 비해 못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숀 코네리가 공들여 쌓아올린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행운일 수도 있습니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 트레이시가 살해된 직후 제시되는 엔딩 크레딧에서는 후속작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예고되지만 조지 레이젠비와 제임스 본드의 인연은 역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됩니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노년의 조지 레이젠비는 제임스 본드에서 단 한 편 만에 하차한 당시의 결정에 후회합니다.

블로펠트의 진정한 목적

블로펠트는 알프스의 본거지에서 세계 각국의 젊은 여성 12명을 세뇌한 뒤 그들을 통해 불임균을 전 세계에 살포한다고 UN을 협박해 사면을 얻는 것입니다. 블로펠트가 자신의 진정한 계획을 여성들에 세뇌시키는 순간 화분 뒤에 숨어 목격하는 본드의 두 눈을 포착하는 장면은 ‘007 골드핑거’에서 포트 녹스의 모형 뒤에 숨어 골드핑거의 진정한 계획을 본드가 엿듣는 장면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극중에서 본드 가문의 좌우명은 ‘The World Is Not Enough’로 제시됩니다. 1999년 작으로 국내 개봉명 ‘007 언리미티드’의 원제가 됩니다.

어색한 한국 개봉명

한글 제목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은 어색합니다. 마치 본드가 영국 여왕을 구출하는 줄거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국 여왕의 첩보원(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서 사직하려는 본드의 의사에서 비롯된 제목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를 이상하게 번역한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개봉 당시 ‘여왕 폐하의 007’로 제목이 결정된 것을 감안하면 유독 한국의 개봉명이 어색합니다. ‘007 여왕 폐하의 첩보원’ 정도가 적절했을 것입니다.

블루레이에는 ‘스펙터’를 ‘스텍퍼’로 잘못 표기한 한글 자막이 엿보입니다. ‘자체’를 ‘자제’, ‘신체’를 ‘신제’, ‘시체’를 ‘시제’로 동일한 글자에서 자막 오류가 반복되었습니다.

007 살인 번호 - 제임스 본드 기념비적 첫 영화
007 위기일발 - 본격 오락영화로 발돋움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007 골드핑거 - 한국인 악역 오드잡 등장
007 썬더볼 - 본격 해양-수중 블록버스터
007 두 번 산다 - 제임스 본드, 일본서 결혼하고 유람하다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007 스카이폴 - 옛것과 새것, 절묘한 줄타기

[블루레이 지름] 007 50주년 기념 한정판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5/08/29 16:25 #

    스티비가 처음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참 마지막이 신의 한수였는데 말이죠.
    마이클이 현재 모습이 되기 전에 사귀었었던지라 스티비가 마이클을 못알아보고 도움을 받은뒤 일단 헤어지는데
    키트가 스티비의 옛남자가 누구냐고 묻자 마이클이 쓸쓸한 얼굴로 '마이클 롱, 마이클 롱이야, 키트...' 이렇게 대답하는게 참으로 애절한.
    그러나 그뒤에 결혼식+으앙쥬금으로 그걸 다 날려먹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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