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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골드핑거 - 한국인 악역 오드잡 등장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골드핑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 분)는 금에 집착하는 거부 골드핑거(게르트 프뢰베 본)에 접근합니다. 골드핑거는 미국 켄터키 주 포트 녹스의 정부 금괴 보관소를 습격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골드핑거의 농장에 감금된 본드는 골드핑거의 여성 파일럿 푸시(오너 블랙먼 분)에 접근합니다.

골드핑거, 탐욕스러운 정신질환자

‘007 골드핑거’는 이언 플레밍의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본드 시리즈 세 번째 영화입니다. 전편 ‘007 살인 번호’와 ‘007 위기일발’의 테렌스 영 감독에서 가이 해밀턴 감독으로 교체되어 연출된 1964년 작입니다.

타이틀 시퀀스는 황금빛으로 가득해 타이틀 롤이자 악역 골드핑거(Goldfinger)를 암시합니다. ‘007 골드핑거’의 본편의 장면을 예고편처럼 활용하지만 ‘007 위기일발’의 본드와 헬기의 대결 장면이 전편의 장면 중 유일하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골드핑거는 이름처럼 금에 환장합니다. 골드핑거의 머리카락은 금발이며 의상도 금색과 유사한 황토색, 노란색 등을 착용하고 황금으로 된 권총을 사용합니다. 골드핑거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가스 테러와 금괴 보관소의 핵폭발로 자신이 보유한 금의 가치를 상승시켜 더욱 많은 부를 누리려하는 탐욕가입니다.

이어폰을 착용해 사기도박을 일삼는 골드핑거의 첫 등장 장면은 좀스러운 호승심을 부각시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007 골드핑거’가 연출되었다면 골드핑거의 이어폰 소품은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처리되었을 것입니다. 본드는 골드핑거의 탐욕과 호승심을 파고들어 내기 골프를 제안해 접근합니다.

007 살인 번호’와 ‘007 위기일발’에서는 스펙터와 공산국가가 악으로 묘사된 바 있지만 골드핑거는 스펙터 혹은 공산국가와는 완전히 무관한 정신질환자에 불과합니다. 20세기 말 공산권이 붕괴된 후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악역 설정이 마땅치 않아지자 불특정 다수를 향해 테러를 벌이는 정신질환자 악역이 연이어 등장하게 되는데 그들의 시조가 골드핑거라 볼 수 있습니다.

본드걸 질과 푸시

골드핑거의 사기도박을 돕다 본드에 한눈을 판 여성 질(셜리 이튼 분)은 온몸에 황금을 뒤집어 쓴 채 피부질식사로 살해됩니다. 질의 황금빛 알몸은 ‘골드핑거’를 상징하는 명장면입니다. 1994년 프로야구 스타 이종범이 온몸에 금빛 페인트를 칠하고 촬영한 CF를 비롯해 전 세계의 무수한 영상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008년 작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젬마 아터튼이 분한 MI6 요원 필즈가 온몸에 석유를 뒤집어쓰고 사망한 장면으로 오마주된 바 있습니다.

본드걸 푸시는 골드핑거의 직속 부하답게 역시 금발이며 엇비슷한 노란색 계통의 의상을 주로 착용하고 등장합니다. 하지만 골드핑거와 달리 인간미가 남아 있었던 푸시는 본드의 마초적 유혹에 버티지 못하고 본드를 돕습니다.

오너 블랙먼은 ‘007 골드핑거’ 개봉 당시 만 39세로 본드 걸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으며 영화 속에서도 나이를 숨기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 블랙맨이 푸시 역에 캐스팅되어 골드핑거 역의 게르트 프뢰베보다 엔딩 크레딧에서 이름을 먼저 올리는 이유는 당시 인기 TV 드라마 ‘어벤져’에 주역으로 출연했으며 유도에 능해 액션 연기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어벤져’는 1998년 영화화된 바 있는데 악역 윈터로 출연한 것은 공교롭게도 숀 코네리였습니다.

한국인 악역 캐릭터 오드잡

본드를 노리는 무지막지한 킬러는 오드잡(Oddjob)입니다. 이름부터 ‘잡역’, 혹은 ‘잡무’를 뜻하는 ‘odd job’과 유사한 오드잡은 영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이라는 설정입니다. 그는 단지 ‘아!’라는 감탄사 외에는 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원작자 이언 플레밍과 감독 가이 해밀턴이 당시 한국전쟁과 가난 외에는 한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지의 강력한 악역을 설정하기 위한 캐릭터가 오드잡이라 할 수 있습니다. ‘007 위기일발’의 스펙터의 그랜트와 달리 오드잡은 처음부터 본드를 노리기 위한 인물은 아니며 ‘잡역’이라는 이름처럼 골드핑거의 경호원이자 캐디, 그리고 해결사에 이르기까지 ‘잡역부’라는 설정입니다.

이름부터 한국인과는 거리가 있는 오드잡은 외모부터 첫눈에 일본인임을 알 수 있으며 연기한 배우도 일본계 미국인 레슬링 선수 출신의 해롤드 사카타입니다. 사용하는 무술 또한 일본의 카라테입니다. 그가 착용하는 정장은 19세기 개항 이후 정장을 어설프게 착용한 일본의 지식인들을 빼닮아 우스꽝스럽습니다.

오드잡의 살인무기는 날카로운 금속 날이 둘러진 중산모입니다. 그런데 오드잡이 중산모의 첫선을 보일 때 석상의 목이 절단되지만 이후 그의 중산모를 맞은 질의 언니 틸리(타냐 말레트 분)는 신체 부위가 절단된 것이 아니라 둔기에 맞은 것처럼 연출되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당시 관람등급과 잔혹 논란 때문에 여성의 신체 절단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1964년 ‘007 골드핑거’의 개봉 당시의 관객들은 틸리의 죽음을 곧바로 인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체 절단 장면에 익숙하며 등장인물의 죽음을 확실히 묘사하는 연출에 길들여진 21세기의 관객이라면 틸리가 정말로 사망한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드잡과 더불어 골드핑거의 부하들은 모두 동양인으로 한국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007 골드핑거’의 블루레이 코멘터리에서 가이 해밀턴은 그들을 ‘한국인’으로 명시합니다.

오드잡과 그의 부하들은 충직한 문맹자로 묘사됩니다. 만일 ‘골드핑거’가 20세기 후반에만 개봉되었어도 인종 차별, 혹은 한국인 비하로 논란이 되었을 것입니다. 북한을 악으로 묘사한 2002년 작 ‘007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한국계 미국인 배우 릭 윤이 본드에 맞서는 악역이자 북한인 테러리스트 자오로 출연해 한국 개봉 당시 관람 반대 운동이 일어나 흥행에 된서리를 맞게 된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릭 윤은 한국에서 자동차 CF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지만 ‘007 다이 어나더 데이’의 개봉 후 한국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되었습니다.

오드잡은 본드의 임기응변에 의해 감전사를 당합니다. 서두의 라틴 아메리카 장면에서 본드가 키스 중인 여자의 눈에 비친 암살자를 결투 끝에 감전사시킨 장면이 오드잡의 최후를 암시한 것입니다. 감전사 당하는 장면을 연기한 두 배우는 촬영 당시 모두 화상을 입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가이 해밀턴 감독은 1985년 작 ‘레모’를 통해 한국의 가상 무술 신안주와 더불어 한국을 극찬합니다. 물론 ‘레모’에서 제시되는 한국의 이미지 또한 한국의 실상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습니다.

애스턴 마틴 DB5

007 위기일발’에 첫 등장한 Q(데스먼드 르웰린 분)는 ‘007 골드핑거’에서는 자신의 부서 및 부하직원들과 함께 등장합니다. 그는 기관총과 추적 장치, 그리고 1959년 작 ‘벤 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타이어 분쇄기를 장착한 애스턴 마틴 DB5를 제시합니다. 애스턴 마틴 DB5는 2012년 작 ‘007 스카이폴’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재등장해 본드 카의 대명사가 됩니다. 다양한 무기를 탑재한 애스턴 마틴 DB5는 2008년 작 영화 ‘스피드 레이서’로 리메이크된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고’(한국 방영명 ‘달려라 번개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007 골드핑거’에서는 애스턴 마틴 DB5의 조수석에 탑승한 악역을 날려버리는 명장면이 제시됩니다. ‘007 스카이폴’에서는 애스턴 마틴 DB5의 조수석에 앉아 잔소리를 일삼는 M을 본드가 날려버리려다 참는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된 바 있습니다.

골드핑거는 본드를 거세해 살해하려는 장면과 포트 녹스를 습격하는 장면에서 레이저를 동원합니다. 애스턴 마틴 DB5의 등장에 이어 레이저가 활용되는 두 개의 장면은 본드 시리즈가 SF 판타지의 요소를 지녔음을 드러냅니다.

어리석은 펠릭스

007 살인 번호’에서 CIA 요원 펠릭스 라이터는 잭 로드가 맡았지만 ‘007 위기일발’에는 펠릭스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007 골드핑거’에서는 미국이 주 무대인 만큼 펠릭스가 다시 등장하지만 배우는 세크 린더로 교체되었습니다.

본드가 골드핑거의 농장에 감금되어 고생하는 동안 펠릭스는 켄터키의 상징 KFC에서 시간을 죽이며 노닥거립니다. 펠릭스는 몸을 노출한 채 본드를 염탐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범해 오히려 염탐 중인 사실이 골드핑거에 적발되어 역이용당합니다. CIA 요원답지 않게 어리석은 인물입니다. 따지고 보면 골드핑거가 범죄를 저지르는 장소는 미국 한복판인데 그것을 저지하는 인물이 CIA 요원 펠릭스가 아니라 영국 MI6의 본드라는 전개는 어색한 측면이 있습니다.

극중에는 007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또 다른 MI6 요원 008의 존재가 언급됩니다. 향후 본드 시리즈에는 007 외에 00 번호를 지닌 요원들이 언급되는 것은 물론 직접 등장하기도 합니다.

애스턴 마틴 DB5가 골드핑거의 공장과 그 주변을 휩쓸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기관총을 든 노파가 등장해 웃음을 유발합니다. 질의 죽음으로 침울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한 뜬금없는 캐릭터인데 알프레드 히치콕은 가이 해밀턴에게 이 장면을 칭찬했다고 합니다. 험악한 장면에 등장해 긴장을 해소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노파 캐릭터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라스트 스탠드’에서 적극 활용한 김지운 감독에 영향을 준 듯합니다.

‘007 골드핑거’의 엔딩 크레딧에는 후속작 ‘007 썬더볼’을 예고합니다.

007 살인 번호 - 제임스 본드 기념비적 첫 영화
007 위기일발 - 본격 오락영화로 발돋움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007 스카이폴 - 옛것과 새것, 절묘한 줄타기

[블루레이 지름] 007 50주년 기념 한정판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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