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 변덕과 욕망, 허위와 거짓
이키루 - 관료주의 vs 시한부 인생
7인의 사무라이 - 시민 계급의 등장
전장에서 공을 세운 와시즈는 동료 장수인 미키와 함께 자신의 주군을 만나러 가다 악령의 예언을 듣고는 야망과 의심 사이에서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와시즈를 더욱 충동질하는 것은 그의 아내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책으로 읽었고 연극으로도 감상한 적이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대학로에 올려진 공연에서 이호재, 김성녀, 윤문식이 캐스팅된 연극 ‘맥베드’를 본 것이었는데 요즘이야 영화에 푹 빠져서 연극을 보러 다니지 않지만 당시에는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스런 용돈을 쪼개 가며 모아서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모 홈쇼핑 채널에서 쇼핑 호스트를 맡고 있는 류상과 함께 출연한 ‘에쿠우스’에서, 이호재라는 배우에게 매료되어 ‘맥베드’도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희곡 ‘맥베드’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걸작이고 이호재도 훌륭한 배우였지만 아쉽게도 맥베드의 끝모를 탐욕과 야심을 형상화하기에는 이호재는 너무 지적인 배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 중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거미집의 성’은 구로사와 아키라가 ‘맥베드’를 원작으로 대자본과 대배우들을 끌어들여 만든 역작입니다. 원작 희곡의 맥베드 역할인 와시즈는 설명이 필요 없는 미후네 도시로가 맡았고, 와시즈의 편에 서는 미키는 ‘라쇼몽’에서 승려, ‘7인의 사무라이’에서는 헤이하치로 분했던 치아키 미노루가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비중은 크진 않지만 일관되게 한 군주에 대한 충성을 바치는 노리야스로 ‘7인의 사무라이’의 리더 캄베이와 ‘이키루’에서 시한부 인생의 공무원 와타나베로 분했던 시무라 다카시도 출연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 왔던 배우들이 ‘거미집의 성’에도 고스란히 등장하는 셈입니다.
‘7인의 사무라이’에서 과장된 캐릭터인 기쿠치요로 분했던 미후네 도시로는 ‘거미집의 성’에서는 끊임 없이 욕망과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와시즈를 강인하게 소화해냅니다. 등 떠밀리다시피 반역하지만 이를 수습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실수를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텐데 미후네 도시로는 대배우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듯 화살이 몸에 무수히 박히는 위험한 연기도 감수합니다. 원래 세익스피어의 원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와시즈의 아내 아사지로 분한 야마다 이스즈의 팜프 파탈로서의 불길하고 불안한 욕망의 내면을 표현한 연기도 압권입니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에 심취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다이’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일본어 발음인 ‘せんごくじだい(센고쿠지다이)’에서 비롯되었으며 장면 전환 시 화면이 오른쪽에서 왼쪽 혹은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옮겨 가는 것도 ‘거미집의 성’을 비롯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을 차용한 것입니다.
‘카게무샤’를 극장에서 관람하며 압도적인 비주얼과 스펙타클에 놀랐지만 ‘거미집의 성’은 그 이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1980년에 제작된 ‘카게무샤’와 달리 특수 효과나 세트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던 1957년에 제작된 흑백영화 ‘거미집의 성’이 비주얼과 스펙타클에 있어 ‘카게무샤’ 그 이상이라는 것은 제 개인적인 느낌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나무 성채와 수많은 엑스트라가 동원된 전투 씬, 화려함이 돋보이는 일본 전통 의상과 갑옷에 이르기까지 ‘거미집의 성’은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흑백영화는 비주얼이 달린다는 편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그 편견을 산산조각 내기에 ‘거미집의 성’만한 선택은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 국내에 발매된 리핑판('거미의 성'을 제목으로 발매)은 ‘거미집의 성’ 특유의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화질이 우수하며 아사지가 움직일 때 기모노가 사각거리는 소리마저 재현되었을 정도로 음향도 훌륭합니다.
이키루 - 관료주의 vs 시한부 인생
7인의 사무라이 - 시민 계급의 등장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책으로 읽었고 연극으로도 감상한 적이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대학로에 올려진 공연에서 이호재, 김성녀, 윤문식이 캐스팅된 연극 ‘맥베드’를 본 것이었는데 요즘이야 영화에 푹 빠져서 연극을 보러 다니지 않지만 당시에는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스런 용돈을 쪼개 가며 모아서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모 홈쇼핑 채널에서 쇼핑 호스트를 맡고 있는 류상과 함께 출연한 ‘에쿠우스’에서, 이호재라는 배우에게 매료되어 ‘맥베드’도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희곡 ‘맥베드’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걸작이고 이호재도 훌륭한 배우였지만 아쉽게도 맥베드의 끝모를 탐욕과 야심을 형상화하기에는 이호재는 너무 지적인 배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 중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거미집의 성’은 구로사와 아키라가 ‘맥베드’를 원작으로 대자본과 대배우들을 끌어들여 만든 역작입니다. 원작 희곡의 맥베드 역할인 와시즈는 설명이 필요 없는 미후네 도시로가 맡았고, 와시즈의 편에 서는 미키는 ‘라쇼몽’에서 승려, ‘7인의 사무라이’에서는 헤이하치로 분했던 치아키 미노루가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비중은 크진 않지만 일관되게 한 군주에 대한 충성을 바치는 노리야스로 ‘7인의 사무라이’의 리더 캄베이와 ‘이키루’에서 시한부 인생의 공무원 와타나베로 분했던 시무라 다카시도 출연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 왔던 배우들이 ‘거미집의 성’에도 고스란히 등장하는 셈입니다.
‘7인의 사무라이’에서 과장된 캐릭터인 기쿠치요로 분했던 미후네 도시로는 ‘거미집의 성’에서는 끊임 없이 욕망과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와시즈를 강인하게 소화해냅니다. 등 떠밀리다시피 반역하지만 이를 수습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실수를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텐데 미후네 도시로는 대배우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듯 화살이 몸에 무수히 박히는 위험한 연기도 감수합니다. 원래 세익스피어의 원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와시즈의 아내 아사지로 분한 야마다 이스즈의 팜프 파탈로서의 불길하고 불안한 욕망의 내면을 표현한 연기도 압권입니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에 심취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다이’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일본어 발음인 ‘せんごくじだい(센고쿠지다이)’에서 비롯되었으며 장면 전환 시 화면이 오른쪽에서 왼쪽 혹은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옮겨 가는 것도 ‘거미집의 성’을 비롯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을 차용한 것입니다.
‘카게무샤’를 극장에서 관람하며 압도적인 비주얼과 스펙타클에 놀랐지만 ‘거미집의 성’은 그 이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1980년에 제작된 ‘카게무샤’와 달리 특수 효과나 세트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던 1957년에 제작된 흑백영화 ‘거미집의 성’이 비주얼과 스펙타클에 있어 ‘카게무샤’ 그 이상이라는 것은 제 개인적인 느낌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나무 성채와 수많은 엑스트라가 동원된 전투 씬, 화려함이 돋보이는 일본 전통 의상과 갑옷에 이르기까지 ‘거미집의 성’은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흑백영화는 비주얼이 달린다는 편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그 편견을 산산조각 내기에 ‘거미집의 성’만한 선택은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 국내에 발매된 리핑판('거미의 성'을 제목으로 발매)은 ‘거미집의 성’ 특유의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화질이 우수하며 아사지가 움직일 때 기모노가 사각거리는 소리마저 재현되었을 정도로 음향도 훌륭합니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