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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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살인 번호 - 제임스 본드 기념비적 첫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살인 번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보부 요원 스트랭웨이즈(티모시 목슨 분)가 자메이카에서 의문의 암살을 당합니다. 자메이카에 파견된 007 제임스 본드(숀 코너리 분)는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섬 크랩 키의 소유자 닥터 노(조셉 와이즈먼 분)를 의심합니다.

시리즈의 첫 영화

테렌스 영 감독의 1962년 작 ‘007 살인 번호(원제 ‘Dr. No’)’는 이언 플레밍 원작의 첩보 소설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반세기를 넘어선 현재까지 왕성하게 속편이 제작되고 있는 만큼 ‘007 살인 번호’에는 향후 시리즈의 원형이 되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총구의 시점을 통해 007을 포착하는 ‘건 배럴 시퀀스(Gun barrel sequence)’가 ‘007 살인 번호’의 서두를 장식합니다. 현재의 시리즈와 차이가 있다면 제임스 본드가 중절모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몬티 노먼이 작곡한 ‘제임스 본드 테마’가 배경음악으로 깔립니다.

제임스 본드의 상관이자 정보부의 수장 M, M의 여비서 머니페니, 본드의 상징이 된 권총 발터 PPK, 보드카와 마티니를 뒤흔들어 섞는 칵테일, 본드가 피아를 가리지 않고 관계를 맺는 본드걸, CIA 소속의 제임스 본드의 조력자 펠릭스 라이터, 그리고 거악 스펙터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변치 않는 원형들이 모두 ‘007 살인 번호’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007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입에 올리는 첫 마디는 자신을 소개하는 시리즈 전체의 명대사 “본드, 제임스 본드(Bond, James Bond)”입니다.

첩보 영화보다 모험 영화에 가깝다

‘007 살인 번호’가 시리즈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제임스 본드 테마’는 삽입되었지만 매 편마다 새로운 아티스트가 참여해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는 주제가는 ‘007 살인 번호’에는 없습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라면 본드가 세계 각국을 주유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007 살인 번호’는 본드의 조국 영국과 자메이카만이 공간적 배경입니다. 자메이카는 이언 플레밍이 집필을 위해 머물렀던 별장 ‘골든아이(Goldeneye)’가 소재했던 나라이기에 공간적 배경으로 선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별장 ‘골든아이’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했던 1995년 작 ‘007 골든아이’의 제목의 유래가 됩니다.

본드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신무기를 활용하는 것이 공식이지만 ‘007 살인 번호’에는 특별한 신무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악역은 기상천외한 신무기를 들고 나옵니다. 스펙터 소속의 닥터 노는 제3자가 발사한 미사일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첨단 장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닥터 노가 미사일을 이미 조작한 사건은 대사로만 처리될 뿐이며 또 다른 시도는 클라이맥스에서 본드의 활약에 의해 좌절됩니다. 즉 ‘007 살인 번호’에서는 미사일 조작의 성공 장면은 제시되지 않습니다. 1980년대에만 제작되었어도 닥터 노 일당이 미사일을 조작하는 장면이 서두에 제시되었을 것입니다.

‘007 살인 번호’의 진정한 신무기는 ‘용(Drago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장갑차입니다. 실체가 불분명하며 제임스 본드와 함께 크랩 키에 잠입한 자메이카의 현지 협조자 쿼럴(존 키츠밀러 분)을 살해하지만 그 이상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적의 신무기라면 제임스 본드에 의해 파괴되거나 역이용되는 연출이 교과서적이지만 ‘용’은 단 한 번만 등장한 뒤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신무기가 두드러지지 않는 만큼 ‘007 살인 번호’의 액션 장면은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닥터 노의 부하들과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 장면은 당대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합성한 티가 역력합니다. 격투 장면은 현시점에서 보면 우스꽝스러운 수준입니다. 강철로 된 손을 지닌 닥터 노의 맨손 공격을 받으면 즉시 골절상을 당해야 옳지만 본드가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는 클라이맥스 연출도 어색합니다.

‘007 살인 번호’는 신무기의 비중이 낮고 액션 및 격투 장면도 인상적이지 않으며 클라이맥스의 공간적 배경은 섬의 요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후대의 본드 시리즈와 같은 첩보 영화라기보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같은 모험 영화에 가깝습니다.

어수룩한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가 ‘007 살인 번호’에서 펼치는 연기는 악역의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너무나 유들유들한데다 바람둥이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후대의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로저 무어나 피어스 브로스넌과 같은 깔끔한 미남의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의 제임스 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 카지노 로얄’의 캐스팅 당시 악역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로 상당한 반발을 산 바 있음을 감안하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007 살인 번호’에서 숀 코너리가 분한 제임스 본드가 닥터 노가 제공한 숙소의 커피를 아무런 의심 없이 허니(우르술라 안드레스 분)와 함께 벌컥벌컥 나눠 마시고 정신을 잃는 장면은 본드답지 않게 어수룩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스펙터는 공산주의자?

‘007 살인 번호’를 상징하는 본드 걸 허니의 하얀 비키니는 ‘007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할리 베리가 분한 본드 걸 징크스 붉은색 비키니로 오마주된 바 있습니다. 허니는 닥터 노의 여자가 아니라 본드의 순수한 조력자로 남는데 ‘007 살인 번호’가 20세기 후반에만 연출되었어도 허니는 본드를 기지로 끌어들이기 위한 닥터 노의 미끼 캐릭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이틀 롤 닥터 노는 109분의 러닝 타임 중 80여분이 되어야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중국 출신의 혼혈로 암시되는 닥터 노를 미국인 배우 조셉 와이즈먼이 얼굴에 분을 칠하고 어설픈 억양으로 연기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어색합니다. 아마도 최근에 연출되었다면 동양인 배우가 닥터 노의 배역을 맡았을 것입니다.

닥터 노와 그의 일당은 중국 공산당의 인민복을 착용합니다. 임무 와중에 캐주얼이 엉망이 된 본드도 닥터 노로부터 인민복을 지급받아 착용합니다. 당시 ‘죽의 장막’으로 불린 폐쇄 공산 국가 중국을 암시하는 것이 닥터 노와 크랩 키입니다. 닥터 노는 비밀 조직 스펙터의 일원인데 ‘007 살인 번호’만 놓고 보면 ‘공산 국가 = 의문의 악’이라는 당시 서방의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007 스카이폴 - 옛것과 새것, 절묘한 줄타기

[블루레이 지름] 007 50주년 기념 한정판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15/08/01 09:36 #

    첫 작품부터 첩보원의 피 말리는 첩보전이라기 보다는 본드의 액션모험같은 이 분위기를 결국 재대로 이어준 분이 로저 무어입니다. 숀 코너리는 왠지 "가자. 때려죽여야지"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 잠본이 2015/08/01 17:41 #

    소설로만 읽었었는데 닥터 노가 부를 축적한 수단이 구아노(비료의 원재료가 되는 갈매기 배설물)라는 것말고는 다 까먹었네요(...)
    숀형님은 사립학교 나온 엘리트 공무원보단 진짜 노동계층 권투선수 출신이었으니 원작팬은 반발이 좀 있었을 듯.
    첫편부터 스펙터가 나오시다니 앞으로 계속 해먹을 생각이 좀 있었나 보네요.

    커피 얘기하니까 호시 신이치 초단편 중에 너무 의심이 많아서 오히려 일을 잘 못하는 첩보원 얘기가 나오는데
    접선책이 준 차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해서 몰래 상대방 잔과 바꿔 마셨더니
    정작 자기 잔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바꾼 잔에는 접선책이 불면증이라 수면제 타놓아서 마시고 잠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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