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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북 - 경계인 여성, 이중 스파이로 몰리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블랙 북’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치에 가족을 학살당한 유태인 레이첼(카리스 판 하위텐 분)은 앨리스라는 가명으로 네덜란드 레지스탕스에 가담합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가벤(데릭 드 린트 분)의 아들 팀(로날드 암부르스트 분)이 나치에 체포되자 레이첼은 나치 장교 문츠(세바스티안 코치 분)에 접근합니다.

‘색, 계’와 유사점과 차이점

2006년 작 ‘블랙 북’은 폴 버호벤 감독이 모국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설정한 스릴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네덜란드 헤이그의 레지스탕스와 나치 사이에서 이중 스파이로 몰린 유태인 여성을 묘사합니다. 한때 가수로 활동했던 레이첼은 미모와 가창력을 앞세워 나치 장교 문츠에 접근해 고급 정보를 빼돌립니다. 레이첼이 점차 문츠의 인간적 매력에 빠져드는 와중에 레지스탕스의 인질 구출 작전은 처참하게 실패합니다. 레이첼은 레지스탕스 동료들로부터 의심을 사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적에 접근해 성관계를 맺고 정보를 빼돌리는 여성 스파이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블랙 북’은 이안 감독, 탕웨이 주연의 2007년 작 ‘색, 계’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복잡 미묘한 여심에 초점을 맞춘 ‘색, 계’와 달리 ‘블랙 북’은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에 초점을 맞춥니다. ‘색, 계’가 멜로물에 가까웠다면 ‘블랙 북’은 레지스탕스 내부의 진정한 배신자는 누구인지에 집중하는 정석적 스릴러입니다. 로니(할리나 레인 분)의 대사처럼 레이첼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로 암약하다 처형된 마타하리를 연상시킵니다. 레이첼의 외모와 화장 또한 영화 ‘마타하리’에서 주연을 맡은 그레타 가르보를 떠올리게 합니다.

경계인 레이첼

폴 버호벤 감독의 연출작 중 ‘로보캅’, ‘토탈 리콜’, ‘스타쉽 트루퍼스’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였습니다. ‘원초적 본능’은 현실을 배경으로 했지만 판타지 요소가 포함된 에로틱 스릴러였습니다. 하지만 ‘블랙 북’은 실화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국내 개봉된 폴 버호벤의 전작들과는 차별화됩니다.

레이첼은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는 경계인입니다. 독일인도 네덜란드인도 아닌 유태인입니다. 나치는 유태인을 학살하지만 그렇다고 네덜란드인들이 유태인에 대해 호의적인 것도 아닙니다. 레이첼을 숨겨준 네덜란드인 중년 가장이 음식을 볼모로 성경 암송을 강요하는 서두를 비롯해 네덜란드인들은 유태인을 이질적 존재로 차별하며 신뢰하지 않습니다. 전쟁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는 고독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오히려 우표를 수집하는 섬세한 취미를 지닌 문츠의 호의에 레이첼의 마음은 움직입니다. 의대 출신의 유능한 레지스탕스 한스(톰 호프만 분)와 레이첼은 동침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로 삼각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배신자는 한스임이 드러납니다.
나치로부터 해방된 뒤 네덜란드인들의 나치 부역자에 대한 보복 행위는 부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연합군에 소속된 캐나다군 장교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립니다. ‘블랙 북’은 제2차 세계대전 소재의 일반적인 영화들과 달리 ‘연합군은 선, 나치는 악’이라는 공식에 충실하지 않습니다. 나치도 레지스탕스도 하나로 단합되지 못한 채 동료를 의심해 내부 분란에 시달립니다.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고 주인공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폴 버호벤 특유의 세계관에 충실합니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 고발

경계인이었던 레이첼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뒤 네덜란드를 떠나 이스라엘의 키부츠에 정착해 가정을 이룹니다. 서두에 제시되는 1956년 이스라엘 장면을 통해 레이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생존할 것은 진작부터 제시된 셈입니다.

하지만 결말의 짧은 장면은 또 다른 비극을 암시합니다. 1956년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 선언을 빌미로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언해 키부츠가 이스라엘 군인들로 점령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숱한 죽음을 목격했던 레이첼이 안식을 얻고자 찾은 동족의 공동체에서조차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즉 인간이란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리석은 존재임을 강조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폴 버호벤 영화의 전형적 요소인 폭력과 섹스는 여전합니다. 돌발적인 폭력은 매우 잔혹하면서도 건조하게 묘사됩니다. 남자 배우의 성기까지 노출되지만 섹스에 관련된 장면은 에로틱하기보다는 우스꽝스럽거나 지저분하게 묘사되었습니다. 레이첼이 문츠에 접근하기 전 머리와 더불어 음모를 금발로 염색하는 행동도 서사의 일부로써 중시됩니다. 레이첼이 음모를 염색하는 와중에 한스와 처음으로 섹스하며 문츠는 레이첼의 음모 염색을 간파하고도 오히려 호의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오물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연출에서는 폴 버호벤의 악취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레이첼이 수감자들의 오물을 온몸에 뒤집어쓰는 장면은 1976년 작 ‘브라이언 드 팔머’의 ‘캐리’에서 타이틀 롤 캐리가 돼지 피를 온몸에 뒤집어쓰는 장면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폭력, 섹스, 오물 등을 가감 없이 묘사하는 폴 버호벤의 연출은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고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극중에서는 성욕과 더불어 돈과 보석 등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 또한 고발합니다. 레이첼의 가족을 비롯한 부자 유태인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 또한 돈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 레이첼이 한스를 죽이는 장면에서 가족사진이 담긴 목걸이를 활용하는 연출은 가족의 복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블랙 북’은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는 복수극이기도 합니다.

‘블랙 북’은 2007년 삭제된 채 국내에서 개봉되었습니다. 하지만 블루레이는 무삭제로 발매되었습니다.

로보캅 - 풍부한 텍스트, 감동의 오락영화
토탈 리콜 - 폴 버호벤의 SF 블록버스터 결정판
스타쉽 트루퍼스 - 월남전 빗댄 저주받은 SF 대작

[블루레이 지름] 블랙 북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동사서독 2015/07/01 13:47 #

    독일군 장교와 유태인 스파이 역할을 했던 두 남녀배우가 실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하죠.
  • spawn 2015/07/03 11:41 # 삭제

    케이블에서 했던걸 본 기억이 있는 작품. 뭔가 흥미로운 주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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