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작가

LG 트윈스 편파 야구 전 경기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링크와 트랙백은 자유입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샌 안드레아스 - 진부한 등장인물, 전형적 서사 영화

※ 본 포스팅은 ‘샌 안드레아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LA 소방서 구조대 대장 레이(드웨인 존슨 분)는 아내 엠마(칼라 구기노 분)와의 별거 끝에 이혼을 요구받습니다. 두 사람의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다리오 분)는 엠마의 연인 다니엘(요안 그리피스 분)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향합니다.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레이는 엠마와 블레이크를 구출하기 위해 나섭니다.

시간 죽이기로는 제격

브래드 페이튼 감독이 연출한 ‘샌 안드레아스’는 미국 서부 샌 안드레아스 단층 일대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묘사하는 재난 영화입니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지진학자 로렌스(폴 지아매티 분)는 동료 킴(윌 윤 리 분)과 함께 대지진을 예견하지만 정확한 시기는 지진 발생 직전에야 알게 되어 늦습니다.

CG 기술의 발달과 함께 거대 스케일을 강조해 전 세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최근 재난 영화들은 세계 각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해 다양한 눈요깃거리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샌 안드레아스’의 배경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LA, 샌프란시스코, 후버댐 등 미국 서부에만 국한됩니다. 미국 동부에의 영향도 대사로 언급되지만 영상으로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주된 공간적 배경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와 메이저리그 샌프란스시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AT&T 파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샌 안드레아스’의 장점은 러닝 타임 내내 재난을 끊임없이 제시해 등장인물들을 쉴 새 없이 위기로 몰아붙이는 데 있습니다. 시간 죽이기 오락 영화로서는 제격입니다. 진도 9,6의 미증유의 대지진을 설정해 지진의 연속을 묘사하다 클라이맥스에서는 거대 쓰나미를 제시합니다. 미항 샌프란시스코가 클라이맥스의 배경으로 선택된 이유가 바로 쓰나미의 연출을 위해서로 보입니다. 쓰나미에 휘말린 대형 선박으로 인해 금문교가 양단되는 장면은 최대 볼거리입니다. 지진에서 쓰나미로 극중에서 발생한 재난은 강도가 매우 강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샌 안드레아스’는 교육적 역할도 수행합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행동 원칙을 가르쳐줍니다. 지진계에서 착안한 엔딩 크레딧 도중에는 지진 관련 홈페이지의 URL도 제시합니다. 한글 자막으로도 번역되지만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려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가족 재결합과 우연한 로맨스, 진부하다

서사와 등장인물은 진부합니다. 이혼을 목전에 둔 부부가 재난을 맞아 딸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재결합한다는 줄거리로 매우 작위적입니다. 레이의 연적에 해당하는 다니엘이 재난이 발생하자 비열한 성향을 노골화하다 자연의 심판을 받는 귀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익사 사고로 사망한 레이 부부의 둘째딸의 생전에 가족 여행을 왔던 추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즉 레이가 둘째딸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출 상의 의도로 인해 샌프란시스코가 클라이맥스를 자치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블레이크가 쓰나미에 휘말려 익사 위기에 처하자 이번만큼은 레이가 구출에 성공합니다. 재난영화는 관객의 감정 이입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가족 영화의 요소를 지니기 마련입니다.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결말은 재난 영화의 전형적 해피엔딩입니다. 물론 전형적인 만큼 새로움은 부족합니다.

재난 영화의 또 다른 요소인 로맨스 또한 ‘샌 안드레아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블레이크는 다니엘이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 면접을 보러온 영국인 벤(휴고 존스톤버트 분)과 가까워집니다. 블레이크와 벤의 키스 장면은 레이와 엠마의 키스 장면과 마찬가지로 공식처럼 빠지지 않고 제시됩니다. 두 번의 키스 장면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관객에 전달하기 위한 매우 손쉬운 수단입니다. 새로운 사랑이 우연한 만남에서 싹터 재난 극복 과정에서 단단해지는 전개도 익숙한 것입니다.

벤은 10대의 남동생 올리(아트 파킨슨 분)를 대동해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겸하고 있습니다. 올리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는 그가 재난 발생 시 큰 도움이 되는 여행 가이드북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락, 지나치게 강하다

WWE 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널리 알려진 드웨인 존슨은 천하무적의 구조요원 레이를 연기합니다. 지진 발생 후 레이가 헬기, 자동차, 경비행기, 낙하산, 보트 등 다양한 탈것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고 갈아타 마치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강력하니 거대 재난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즉 숱한 희생자가 발생해도 주인공만큼은 쉽게 헤쳐 나갈 듯한 이미지라 관객의 위기의식을 약화시킵니다.

그에 앞서 서두에서는 홀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젊은 여성이 낭떠러지로 추락하자 레이가 구출하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그런데 운전자가 엄청난 높이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부상조차 없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주인공 레이의 탁월한 능력을 설명하며 재난 발생 전에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의도이지만 사실성이 부족합니다.

임무보다는 가족이 우선?

LA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레이가 엠마를 구출한 뒤 블레이크 구출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와중까지 레이의 헬기에 그가 소속된 LA 소방서가 아무런 무선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대지진으로 인해 구조받아야 하는 시민들이 속출하는 와중에 구조대 대장인 레이에 연락을 하지 않을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레이의 샌프란시스코 행은 가족 구출을 위한 근무지 이탈로 볼 수도 있습니다. 즉 사적인 용도로 세금을 들여 구입한 시의 재산인 헬기를 전용했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레이는 약탈자로부터 권총을 탈취하지만 끝내 사용하지 않은 것도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블레이크가 물에 빠져 갇혔을 때 혹시 권총을 사용하지 않나 싶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락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입수한 권총은 어떻게든 사용되는 전개가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의외입니다.

레이는 자신의 차량에 성조기를 붙여 놓고 있습니다. 결말에서는 레이 가족과 벤 형제가 거대한 성조기가 나부끼는 광경을 바라봅니다. 레이는 재건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굳이 성조기가 마지막 장면에 삽입되어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레이가 임무보다는 가족을 선택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성조기를 보고 부끄러워해야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영국 국적의 벤 형제가 성조기를 당연하다는 듯 바라보는 연출도 어색합니다. 참으로 뜬금없는 성조기의 등장입니다.

‘샌 안드레아스’의 서사의 두 축은 레이와 로렌스가 각각 이끌어갑니다. 하지만 레이와 로렌스가 지인도 아니며 영화 내내 따로 움직여 통신상으로조차 접점이 전혀 없습니다. 서사의 유기성이 부족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