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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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 정갈한 선 돋보이는 청춘 애니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사와 함께 전학한 중3 여학생 앨리스는 반 친구들로부터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유다라는 한 학년 상급생이 질투로 인해 독살 당했다는 것입니다. 앨리스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 이웃집의 은둔형 외톨이 하나와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유다가 정말로 죽은 것인지 진실에 접근합니다.

2004년 작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 각본, 음악까지 맡은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2004년 작 실사 영화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입니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여고생 하나와 앨리스는 이미 절친한 친구 사이인데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두 사람의 중학생 시절 첫 만남과 절친한 친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합니다. 아리스가와 테츠코라는 본명이 아니라 앨리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계기와 하나가 앨리스보다 1살 연상이라는 사실도 제시됩니다. 앨리스의 전학과 이사는 부모의 이혼이 원인이 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1987년 생 스즈키 안이 하나, 1985년 생 아오이 유우가 앨리스를 연기했던 ‘하나와 앨리스’ 이후 두 배우가 현재 각각 20대 후반과 30대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프리퀄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을 실사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입니다. 따라서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두 타이틀 롤을 비롯해 중요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성우로 캐스팅해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활용합니다.

앨리스의 어머니 역의 아이다 쇼코, 이혼한 아버지 역의 히라이즈미 세이, 하나의 어머니 역의 키무라 미도리코, 발레 선생 역의 키무라 타에 등도 목소리를 통해 재등장했습니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두 주인공과 삼각관계를 형성했던 미야모토 역의 배우 카쿠 토모히로는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에서는 초반에 등장하는 교사 아사나가의 목소리를 맡아 이채롭습니다. 앨리스의 어머니는 주책맞게 아사나가에 관심을 보입니다.

돋보이는 영상미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영상미는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상업용 애니메이션의 화려하며 과장된 획일적 디자인의 미소녀 캐릭터와 달리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의 하나와 앨리스 등 여학생 캐릭터들은 단순한 선과 차분한 톤의 색상으로 등장합니다. 반사광조차 배제되어 정갈합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움직임은 물이 흐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실제 배우의 움직임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앨리스의 표정과 움직임은 아오이 유우의 실제 모습을 빼닮았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노숙한 다음날 아침 앨리스는 하나가 대형 트럭에 딸려간 것이라 착각합니다. 달리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하나는 열심히 트럭의 뒤를 쫓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 중인 3명의 남학생에 도움을 청합니다. 그런데 3명의 남학생은 세 쌍둥이라도 되는 듯 모두 동일한 얼굴을 지녔습니다. 착각이 빚은 촌극에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캐릭터 디자인까지 겹쳐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추격 장면입니다. 하나의 첫사랑 유다가 잘 생긴 얼굴의 소유자가 아닌 것도 주목거리입니다. 그에 앞서 앨리스가 노인과 반나절을 함께 보내는 에피소드도 관객의 미소를 짓게 합니다.

공간적 배경은 실사를 그대로 옮긴 것처럼 정교해 배경에 공을 들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근 흐름을 좇지만 수채화처럼 채색되어 독특합니다. 일상적 공간 속에서 일상적인 캐릭터들이 움직이지만 배경과 캐릭터의 작화 스타일이 각기 독특해 묘한 화학작용을 빚어내어 섬세하고 낭만적입니다. 두 소녀가 주차장에서 춤을 추고 하늘에는 숱한 별이 빛나는 클라이맥스는 아름답습니다. 소녀 캐릭터의 심리묘사에 어지간한 여성 감독보다 세심한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수성을 뒷받침합니다.

초반에 카메라를 옆으로 뉘어 촬영한 듯한 몇몇 장면의 연출은 감각적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작품 전체의 콘티를 압축해 제시합니다. 1963년생으로 50세가 훌쩍 넘은 이와이 슌지이지만 여전히 청춘 영화 연출에 일가견이 있으며 감각 또한 젊습니다.

아무도 죽지 않은 살인사건

순정만화와 같은 ‘러브 레터’, ‘4월 이야기’와 달리 ‘언두’, ‘피크닉’,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이와이 슌지는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제목부터 음침합니다. 왕따와 은둔형 외톨이가 중요 소재로 다뤄집니다. 중반까지 하나는 은둔형 외톨이라 거의 등장하지 않아 앨리스가 홀로 서사를 끌고 나가다시피 합니다.

주술과 오컬트는 양념 역할을 수행합니다. 앨리스를 대상으로 한 무츠 무츠미의 주술 트릭은 실사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기에 연출이 용이했을 것입니다. 이름처럼 독특한 성격의 무츠는 ‘러브 레터’의 사나에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한 살인사건은 없으며 살해당한 이도 없습니다. 단지 입소문으로 부풀려진 학교전설이 있을 뿐입니다. 살인사건의 실체는 하나와 유다의 어긋난 풋사랑입니다. 하나의 질투와 장난기로 인해 전학을 앞둔 유다가 벌에 쏘이는 바람에 유다가 독살 당했다는 소문이 전설로 남게 된 것입니다.

‘살인사건’이 붙은 제목답게 하나와 앨리스는 1박 2일의 모험을 함께 하지만 결코 비현실적이거나 자극적인 사건은 없이 해프닝에 그칩니다. 하나는 유다와 잠시 재회해 응어리를 푼 뒤 은둔형 외톨이에서 벗어납니다. 1박 2일의 모험은 두 주인공의 우정이 돈독해지는 계기가 될 뿐입니다.

철완 택시와 킷캣 초콜릿

‘하나와 앨리스’에서 하나와 앨리스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테즈카 고등학교로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택시는 ‘철완 택시’입니다.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작 ‘철완 아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와 앨리스가 재학 중인 중학교는 ‘이시노모리 중학교’로 ‘사이보그 009’의 원작자 이시노모리 쇼타로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보입니다.

하나가 유다에 마음을 전하기 위해 활용된 소품은 킷캣 초콜릿입니다. 2003년 킷캣 초콜릿의 일본 발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와이 슌지가 연출해 인터넷에 공개한 홍보용 4부작 단편 영화 ‘하나와 앨리스’가 2004년 극장 개봉된 장편 실사 영화 ‘하나와 앨리스’의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언두 - 자유와 속박 사이에서 헤매는 사랑
러브 레터 - 떠나보내는 사랑, 깨달았지만 올 수 없는 사랑
러브 레터 - 자막 오역, ‘오겡끼데스까’?
피크닉 - 원죄 의식과 자유에 관한 여행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 이와이 슌지의 자본주의 비판 동화
4월 이야기 -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릴리 슈슈의 모든 것 - 소년이 성장하기까지
하나와 앨리스 - 사랑과 우정 사이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ㅇㅇ 2015/06/01 22:30 # 삭제

    여운이 가시질 않네요 너무 좋았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
  • guest 2015/06/06 22:51 # 삭제

    이와이 슌지감독의 실사영화에서의 영상미가 너무 뛰어났었기 때문일까요. 약간 이질감이 전 들더군요. 3D를 사용한 듯하던데 거기서 비롯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이 감독의 강점으로 알려져 있는 영상미부분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디자인도 조금 더 뚜렷하게 해줬으면 싶었구요.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크게 걸리는 정도는 아니구요.
    보신분들이 동감할지 모르겠지만 스토리적으로 애니메이션이 극히 어울리는 영화라서 그런대로 납득하게 됩니다.
    이런 느낌의 작품을 대중적으로 다시 한번 만날수 있게 해준것 만으로도 스탭들이 고맙습니다.
    애니메이션 팬분들이나 잔잔한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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