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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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 한국 사회의 숱한 ‘플레처들’ 영화

※ 본 포스팅은 ‘위플래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위플래쉬 - 원초적이며 직선적, 강력하다’에 이어

‘위플래쉬’는 폭압적 지휘자 겸 교수 플레처(J. K. 시몬스)와 대가를 열망하는 드러머 겸 제자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의 대립과 갈등을 묘사합니다. 시간적 배경은 가을 학기 시작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약 1년간입니다.

표정에 드러난 앤드류의 지위 변화

앤드류의 표정에 그의 지위 변화는 시시각각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뉴욕 셰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한 앤드류는 교내 최고인 플레처의 스튜디오 밴드에 발탁됩니다. 더블 타임 스윙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플레처에 의해 발탁된 그는 선배들로 가득한 밴드 내에서 위축된 표정이 역력합니다. 악보 분실을 계기로 태너(네이트 랭 분)를 제치고 메인 드러머를 차지한 앤드류는 입가에 미소를 숨기지 못합니다.

플레처는 색소폰의 대가 찰리 파커의 일화를 언급합니다. 드러머 조 존스가 찰리 파커의 연주에 실망해 그를 향해 심벌즈를 던졌다는 일화는 플레처에 의해 영화 초반과 후반 두 번에 걸쳐 언급됩니다. 찰리 파커가 대가의 지위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초반에 찰리 파커의 일화가 언급한 뒤 플레처는 앤드류에게 의자를 집어 던집니다. 심벌즈와 의자 던지기는 동일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앤드류는 친척들과의 식사 모임에서 찰리 파커를 입에 올립니다. 플레처와 앤드류의 공통적인 지향점이 찰리 파커입니다.

플레처가 앤드류를 자극하기 위해 코널리(오스틴 스토웰 분)를 발탁해 기용하자 앤드류는 서서히 광기에 휘말립니다. 피나는 연습을 통해 실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습득했기 때문입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전후한 시점에 앤드류의 표정은 불안과 초조로 가득합니다. 광기가 폭발한 앤드류는 플레처에 폭력을 행사해 제적됩니다. 앤드류의 증언에 의해 학생들을 폭압적으로 다룬 사실이 드러난 플레처는 음악학교에서 퇴출됩니다.

JVC 페스티벌에 플레처는 앤드류를 발탁하지만 신곡 ‘UPSWINGIN'’의 악보를 주지 않고 그를 물 먹이려 합니다. 하지만 앤드류는 지지 않고 ‘CARAVAN’을 멋들어지게 연주합니다. 독단적으로 시작한 앤드류의 연주를 플레처는 제지하려 하지만 결국 플레처가 앤드류에 휘둘립니다. 무아지경에 빠진 앤드류의 연주가 너무나 훌륭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놀람과 만족감이 교차하며 압도된 플레처의 표정이 볼만합니다. 스승과 제자의 불평등한 관계가 역전되는 순간 엔딩 크레딧이 뜹니다.

어지간한 음악 영화들의 결말을 장식하는 관객들의 기립 박수 세례는 ‘위플래쉬’에는 없습니다. 앤드류가 자기완성과 자기만족에 도달하고 플레처로부터 인정받은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클라이맥스 이전 공연 장면에도 일반 관객들의 표정은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앤드류와 플레처의 관계에만 집중하기 위한 연출 의도입니다.

함께 변화하는 애정 전선

앤드류와 니콜(멜리사 베노이스트 분)의 관계 또한 앤드류의 입지 및 플레처와의 관계에 크게 좌우됩니다.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니콜에 앤드류가 데이트를 신청하는 계기는 그가 플레처의 스튜디오 밴드에 발탁된 후입니다. 앤드류가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메인 드러머의 지위를 코널리에 빼앗기자 앤드류는 니콜에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합니다. 모두를 제치고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연애는 사치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제적된 뒤 목표를 상실했던 앤드류는 플레처에 의해 JVC 페스티벌에 발탁되자 니콜에 연락합니다. 공연에 초청한다는 이유이지만 다시 사귀고 싶은 속셈입니다. 하지만 니콜은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거절합니다. JVC 페스티벌에 앤드류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은 그의 아버지뿐입니다.

한국 흥행 이유는?

미국에서 ‘위플래쉬’는 작년 10월에 개봉되어 이미 블루레이까지 발매되었습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맞춰 개봉하느라 한국 개봉은 상당히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J. K. 시몬스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 아니라 입소문 때문입니다.

흥행의 이유는 한국 사회의 숱한 ‘플레처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유교 사상과 군사 문화가 복합되어 상하관계가 엄격하며 가족과 여가보다는 직장과 일을 중시여기는 풍토가 강합니다. 학교 또한 교육의 장이라기보다 억압 기제의 하나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사용되지 않지만 교직을 상징하는 단어는 채찍질을 의미하는 ‘교편(敎鞭)’이었습니다. ‘위플래쉬(Whiplash)’의 타이틀곡이지만 동시에 플레처가 앤드류에 가하는 ‘채찍질(Whip) 세례(lash)’와 동일한 의미입니다.

한국 사회는 플레처처럼 개인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마른 수건을 쥐어짜내는 사회입니다. ‘위플래쉬’의 관객들이 한국 사회 전체, 혹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특정한 개인(교사, 교수, 직장상사, 선배, 고참병 등)과 얽혔던 불평등하고 불쾌한 인간관계를 플레처에 투영해 몰입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졸업생 션 케이시의 자살은 OECD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 중인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션 케이시의 자살을 교통사고로 주장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자신의 책임을 숨기려 한 플레처의 거짓말은 한국군의 숱한 ‘개인적 책임에 의한 자살’을 연상시킵니다.

저승사자 플레처

플레처로 분한 J. K. 시몬스는 극중에서 검정색 의상만 고집합니다. 그의 권위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죽음을 불러오는 저승사자를 방불케 합니다. 션 케이시의 죽음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플레처는 학교에서 퇴출된 후 클럽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그가 연주하는 곡은 서두의 ‘서곡(OVERTURE)’을 편곡한 것입니다. 극중에서 연주되는 곡 중 유일하게 사색적이며 달콤해 연주자의 다혈질과는 대조적이라 더욱 인상적입니다. 드럼 스틱을 놓고 좌절했던 앤드류가 플레처의 유혹에 휘말리는 계기가 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위플래쉬 - 원초적이며 직선적, 강력하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비틀 2015/03/28 08:46 # 삭제

    음.. 그런데 한국엔 진짜 플레처같은 사람은 별로 없고 플레처만한 실력도 가르칠 능력도 안 되면서 자기가 플레처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가 부진한 가운데 오랜만에 배급사 통해 좋은 영화가 나온 까닭도 있겠죠.
  • 욜랴 2015/03/29 02:20 #

    전 플래쳐는 실력여부 떠나 자기 꼴리는대로의 착취자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의 정신승리도 대단하지요.. 교편이라니 굉장히 좋은 비유라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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