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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즈 - 1936년과 달라지지 않은 ‘갑을관계’ 영화

※ 본 포스팅은 ‘모던 타임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는 노동자(찰리 채플린 분)는 반복된 단순 작업의 후유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합니다. 퇴원 후 공산주의자로 몰려 유치장에 수감된 그는 탈옥을 꾀하는 갱단의 검거를 도와 석방됩니다. 홀아버지, 두 여동생과 함께 사는 가난한 소녀 가민(폴레트 고다드 분)은 아버지 사망 후 노동자를 만납니다.

통제하는 자본가

찰리 채플린이 감독, 제작, 각본, 주연, 음악까지 맡은 1936년 작 ‘모던 타임즈’가 재개봉되었습니다. 코미디 무성 영화이지만 미국 경제 공황 시기의 참상을 묘사합니다.

공장의 사장은 사장실에서 지그소 퍼즐을 맞추고 신문을 보며 여비서가 따라주는 차를 마시고 노닥거립니다. 그는 자본가의 안락한 처지를 대변하는 등장인물입니다. 그가 하는 일이란 작업 속도를 올릴 것을 지시하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노동자를 감시하고 불호령을 내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화상 통화를 통한 감시 및 작업 지시는 현재의 CCTV 감시 및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한 퇴근 이후의 작업 지시 풍토를 예견한 듯합니다.

공장 내부 장면에서 무성 영화임에도 사장의 대사만큼은 목소리가 더빙되었습니다. 노동자와의 의사소통 경로는 막힌 채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권위와 권력을 갖춘 존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육되는 노동자

포드가 창시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서 자본가가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올리면 노동자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 위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다 모든 것을 조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병원에 입원합니다. 산업재해를 입은 것입니다.

그에 앞서 주인공 노동자는 급식 기계의 실험 대상이 됩니다. 노동자의 식사 시간조차 아까운 자본가에 영합하는 기계를 판매해 한몫을 잡으려는 이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허점투성이인 급식 기계를 통해 수프와 빵, 심지어 나사까지 강제로 먹어야 하는 노동자의 신세는 우리에 갇힌 채 도축에 앞서 살을 찌우기 위해 계속 먹어야 하는 소돼지를 연상시킵니다. 노동자가 선배 노동자를 실수로 인해 기계에 가둔 채 점심시간이 오자 입에 식사를 넣어줘 먹이는 장면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의 식사는 사료에 불과하며 노동자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본가에 의해 사육되는 신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본질인 ‘갑을관계’는 한 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달라진 것이 없기에 ‘모던 타임즈’는 여전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웃음의 코드가 달라지고 영상의 화려함이 시대와 함께 변화되었지만 ‘모던 타임즈’는 시간의 흐름에 굴복하지 않는 꿋꿋한 걸작입니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자본주의의 추악한 본질을 정확히 꿰뚫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우스꽝스런 몸짓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먹먹한 이유입니다.

채플린, 자신의 미래를 예견

‘모던 타임즈’의 명장면 중 하나는 깃발 장면입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노동자는 땅에 떨어진, 붉은색으로 보이는 깃발을 집어 들어 주인에 돌려주려다 우연히 시위대의 최선봉에 서게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노동자가 공산주의자로 오인되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후 찰리 채플린이 매카시즘으로 인해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쫓겨나게 되는 비극적 상황을 상기하면 마치 자신의 미래까지 예견한 것처럼 보입니다.

비인간적인 자본주의는 소녀에게도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홀아버지를 여의고 두 여동생과도 이별하며 먹을 것을 훔치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소녀는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녀는 마음씨 착한 노동자와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 꿈을 꾸며 잠시 동거합니다. 하지만 소시민적 꿈조차 쉽게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둘은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결말에서 소녀가 자살에 대한 유혹에 빠지자 노동자는 희망을 말하며 말립니다. 두 사람은 길 위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납니다. 하지만 둘의 사실적인 미래는 ‘보니 앤 클라이드’일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소녀 역의 폴레트 고다드는 찰리 채플린과 1936년 결혼했지만 1942년 이혼했습니다.

‘모던 타임즈’의 정수는 87분의 러닝 타임 중 압도적인 전반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반 이후 노동자와 소녀의 구직활동 및 좌충우돌은 상대적으로 지루한 편입니다. 클라이맥스인 카페 장면에서 채플린이 노래를 할 때 비로소 그의 육성이 삽입됩니다. 소매에 적어놓은 가사를 춤을 추다 날려버리는 바람에 그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엉터리로 흉내 내 부르는 장면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브래드 피트가 극장에서 엉터리 이탈리아어를 하는 장면에 영향을 준 듯합니다.

재개봉된 ‘모던 타임즈’의 한글 자막 중 등장인물 ‘Big Bill’의 이름을 ‘빅비르’로 번역했습니다. 무성 영화라 대사의 대부분이 영어 자막 처리되었으며 난이도도 높지 않은데 일본식 발음으로 읽은 것처럼 매우 어색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5/03/23 23:17 #

    1984의 텔레스크린을 자본주의 쪽으로 해석하면 딱 그 사장처럼 이용해먹겠다 싶더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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