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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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 - ‘엘리시움’보다 낫지만 ‘디스트릭트 9’만 못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채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에 로봇 경찰이 등장해 범죄를 척결합니다. 로봇 경찰 개발자 디온(데브 파텔 분)은 로봇에 의식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CEO 미셸(시고니 위버 분)에 의해 묵살당합니다. 닌자(닌자 분)가 이끄는 3인조 갱단에 납치된 디온은 폐기를 앞둔 로봇에 의식을 부여합니다.

닐 블롬캠프의 요소들

‘채피’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SF 영화로 그의 2009년 작 ‘디스트릭트 9’과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범죄에 시달리는 남아공 요하네스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동일합니다.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활용한 도입부도 그러합니다. ‘채피’에는 CNN의 현직 앵커 앤더슨 쿠퍼가 가상 CNN 뉴스 장면에 등장합니다.

영상의 톤도 비슷합니다. ‘채피’에 자주 비춰지는 요하네스버그의 하늘에 거대 UFO만 떠있으면 ‘디스트릭트 9’의 한 장면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 다큐멘터리 장면에 등장한 것은 물론 외계인 크리스토프의 모션 캡처를 연기했던 배우 제이슨 코프는 ‘채피’에서 경찰 로봇 개발 회사 테트라발(Tetravaal)의 공장 기술자로 출연했습니다. 어정쩡한 해피 엔딩을 통해 여운을 남기는 결말도 공통점입니다.

디스트릭트 9’은 물론 닐 블롬캠프의 2013년 작 ‘엘리시움’과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주연, ‘엘리시움’에서 조연을 맡았던 샬토 코플리는 ‘채피’에서 주역 로봇 채피의 목소리 및 모션 캡처를 연기했습니다.

엘리시움’의 클라이맥스의 격투 장면에는 일본의 상징 벚꽃이 만발했는데 ‘채피’에서는 닌자가 종반에 카타카나로 ‘텐션(テンション)’이라 표기한 바지를 착용한 채 등장합니다. 채피의 머리에 ‘Tension’이라 스텐실로 마킹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텐션’은 영어이지만 일본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일본 대중문화의 세례

일본 대중문화와의 연관성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채피를 비롯한 경찰 로봇의 토끼 귀 모양은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애플 시드’를 연상시킵니다. 크기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토끼 귀 모양의 경찰 로봇이라는 점에서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결말에서 채피는 또 다른 로봇의 몸을 얻어 부활하는 것은 물론 디온을 비롯한 인간들도 로봇의 몸에 의식이 이식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시로 마사무네 원작을 바탕으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 참여했던 오시이 마모루 연출의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결말과 유사합니다. 특히 채피를 아들처럼 돌봤던 갱단 소속 여성 욜란디(욜란디 분)가 여성의 얼굴을 지닌 로봇으로 부활하는 장면은 ‘공각기동대’에서 주인공 쿠사나기의 얼굴을 비롯한 동체가 완성되는 서두와 흡사합니다. 인간이 기계의 몸을 얻어 영생을 누린다는 설정은 ‘은하철도 999’를 비롯한 일본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킵니다.

‘로보캅’ 오마주

폴 버호벤 감독의 1987년 작 ‘로보캅’의 오마주도 두드러집니다. 범죄가 범람하는 대도시에 로봇 경찰이 투입되며 몸체는 로봇이지만 그가 독립적인 의식을 지니게 된다는 설정은 동일합니다. 채피에 의식이 이식된 후 처음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점으로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로보캅’에서 로보캅이 처음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점으로 OCP의 간부 등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는 장면과 같습니다. ‘로보캅’에서 여경 루이스가 로보캅에 사격 기능을 되찾도록 돕는 장면은 ‘채피’에서 닌자가 채피에 사격을 가르치는 장면과 유사합니다.

로보캅’에는 로보캅의 라이벌 로봇 ED-209가 등장했는데 ‘채피’에는 채피의 라이벌 로봇 무스(MOOSE)가 등장합니다. 타조를 연상시키는 거체라는 점에서도 분명한 오마주입니다. ED-209가 위협적으로 육박하는 순간 그의 허벅지를 포착해 뒷모습을 잡아낸 ‘로보캅’의 장면을 ‘채피’에서 무스를 활용해 고스란히 오마주한 장면도 제시됩니다. 로보캅이 ED-209를 격파한 라이플과 유사한 무기 또한 ‘채피’에도 등장합니다. 갱단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우 폭력적인 액션 영화라는 기본적인 방향성도 ‘로보캅’을 답습했습니다.

휴 잭맨, 시고니 위버

조연으로는 휴 잭맨과 시고니 위버가 출연했습니다. 휴 잭맨은 무스의 개발자 빈센트를 연기합니다. 주역 로봇으로 인해 사내에서 소외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로보캅’의 딕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딕이 행동력은 부족한 흑막이었다면 빈센트는 행동력을 갖춘 인물이며 무스를 직접 조종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점에서 비중이 상당합니다. 빈센트가 특수 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을, 무스를 조종하는 장면은 ‘리얼 스틸’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로보캅’에서 딕은 로보캅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채피’에서 빈센트는 채피에 흠씬 얻어맞으나 배우의 이름값 덕분인지 죽음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속편의 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CEO 미셸 역의 시고니 위버는 비중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 외에는 무관심한 부정적인 캐릭터입니다. 악덕 기업의 존재와 인격의 이식이라는 측면에서는 시고니 위버가 출연했던 ‘아바타’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시고니 위버는 ‘아바타’에서 인격이 이식되다 사망하는 역할을 맡은 바 있습니다. 인격 이식의 성공이라는 결말은 ‘아바타’와 ‘채피’의 공통점입니다. 휴 잭맨과 시고니 위버의 출연은 SF팬에 대한 호소와 더불어 ‘채피’가 남아공에만 국한된 영화는 아님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엘리시움’보다는 낫지만…

‘채피’만의 장점은 로봇 육성에 있습니다. 채피는 인격을 이식받았지만 언어를 비롯한 모든 기본적인 지식과 가치관을 백지상태에서 배워야 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의 육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닌자의 갱단입니다. 교육은 모범이 될 만한 이가 행해야 함이 상식입니다. 결코 모범이 될 수 없는 범죄자들로부터 로봇이 교육을 받는다는 설정이 웃음을 유발합니다. ‘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주제의식은 인상적입니다.

닌자가 욜란디와 채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장면을 통해 범죄자도 나름의 의리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테트라발의 악덕 자본가나 매드 사이언티스트보다는 갱단이 낫다는 지론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과 판단력을 갖춘 로봇은 ‘블레이드 러너’ 이래 SF 영화의 너무나 익숙한 소재입니다. 디온과 요들린의 의식이 이식된 로봇은 인간인지 로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결말도 딱히 새롭지는 않습니다. 깊이의 측면에서 ‘채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너무나 진부했던 ‘엘리시움’보다는 낫지만 독창성과 현실 비판이 도드라졌던 ‘디스트릭트 9’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서사와 캐릭터가 산만한 것도 약점입니다.

‘채피’의 배급사는 소니의 자회사 콜럼비아입니다. 채피가 인격을 이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계가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라는 설정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마치 인간의 영혼을 이식할 수 있는 기계처럼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그에 앞서 닌자가 무기와 함께 별다른 이유 없이 플레이스테이션4를 여러 대 챙겨오는 장면부터 뜬금없었습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노트북 또한 모두 소니의 제품입니다. 레드불과 보다폰에 대한 노골적 홍보도 삽입됩니다. 설정의 측면에서는 채피로부터 가드 키가 제거된 뒤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는 전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닌자가 플레이스테이션4를 챙겨오는 장면에 등장하는 TV속 포르노에는 여성의 노출이 모자이크 처리되었습니다. 무스에 의한 살육 장면에서는 인간의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도 모자이크 처리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채피’는 15세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숱한 욕설 대사까지 감안하면 모자이크를 하지 않고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편이 바람직했을 것입니다.

디스트릭트9 - 설정보다 이야기로 승부하는 SF
디스트릭트9 - SF, 현실에 두 발을 내딛다
엘리시움 - 타협과 재탕의 닐 블롬캠프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aa 2015/03/18 17:51 # 삭제

    어릴적에 본 [인조인간 대소동(Short Circuit)] 같은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결말은 좀 다른가보네요.
  • ChristopherK 2015/03/18 19:17 #

    그래도 조니5와 공통점은 있는데 순진한 로봇이 "나쁜짓이 아니라는 악당들 말"에 속아서 범죄를 돕게 된다는 이야기죠.

    조니5도 사실은 애나 다름없는 로봇인지라(.) 다른게 있다면 조니5는 섞여서 살아가지만, 이건 아니라는거 정도(.)
  • ChristopherK 2015/03/18 19:21 #

    디스트릭트 9에서도 잔인한 장면은 다수 있었는데, 채피는 그럴 필요가 별로 없었을텐데, 억지로 넣은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나저나 글을 쭉 읽어내려보니 한 20~30개의 영화속 이야기를 하나씩 따다붙여 만든 콜라주같은 영화로도 보이네요.

    PS: 조니5 이야기도 안할 수 없을겁니다. 채피나 조니5나 순진했고, 악당들에게 이용당하는 점, 그리고 그에 따른 응징도 한다는 점.. 그리고 둘 다 소니 자산이라는 것 까지(...)
  • NoLife 2015/03/19 07:46 #

    프로모션만 봤을 때는 애플시드+로보캅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본편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로봇 디자인은 상당히 취향인데 프로모션에서 B급 스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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