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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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 원초적이며 직선적, 강력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위플래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음대 신입생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는 교수 겸 스튜디오 재즈 밴드 지휘자 플레처(J. K. 시몬스 분)에 의해 발탁됩니다. 까다롭고 가학적인 플레처를 만족시키기 위해 앤드류는 손에서 피가 나도록 드럼을 연습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플레처를 좀처럼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J. K. 시몬스, ‘살아있는 악몽’

다미엔 차질레 감독의 ‘위플래쉬’는 뉴욕의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괴팍한 지휘자와 신입 드러머의 갈등을 묘사하는 음악 영화입니다. ‘위플래쉬(Whiplash)’는 ‘카라반’과 함께 플레처 밴드의 레퍼토리로 중반에 드럼 독주가 돋보이는 곡이지만 동시에 ‘채찍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플레처가 앤드류를 비롯한 제자들에 가하는 과도한 채찍질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플레처는 학생들을 극한으로 밀어붙입니다. 부모에 대한 모욕은 물론 성 차별, 동성애자 차별, 인종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는 부정적 인물입니다. J. K. 시몬스는 ‘스파이더맨’ 삼부작에 주인공 피커 파커를 착취하는 편집장 조나 제임슨으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조나 제임슨은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코믹 캐릭터에 가까웠지만 ‘위플래쉬’의 플레처는 무시무시한 현실입니다. J. K. 시몬스의 새하얀 피부, 길쭉한 얼굴,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대머리, 부리부리한 눈, 깊숙한 주름에서 비롯되는 플레처는 살아있는 악몽과도 같습니다. 영화가 재미를 갖추기 위해서는 강력한 악역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플레처는 완벽한 악역입니다. 아마도 관객들 중에는 플레처를 보며 과거 자신이 조우했거나 현재 한솥밥을 먹고 있는 교사, 교수, 직장상사, 선배, 고참병 등 현실 속의 끔찍한 인물을 떠올리며 치를 떠는 이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J. K. 시몬스는 ‘위플래쉬’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설득력 있는 저항

1학년으로서 플레처의 밴드에 발탁된 앤드류의 유일한 위안은 자신을 홀로 키운 속 깊은 아버지뿐입니다. 그는 친구가 없고 연인과도 결별을 선언하며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극한 연습을 고독하게 반복합니다.

플레처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고 앤드류가 대거리해 ‘위플래쉬’는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를 정립합니다. 앤드류가 단순히 야심만만하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야심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즉 플레처를 향한 앤드류의 저항은 그의 피나는 노력만큼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앤드류는 야심이 지나쳐 광기에 휘말립니다. 무대에 서는 예술가의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과 추락에 대한 두려움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광기는 ‘블랙 스완’, ‘버드맨’과의 공통점입니다.

원초적-직선적 매력 막강

‘위플래쉬’는 재즈를 소재로 한 음악 영화입니다. 앤드류는 드러머 버디 리치를 숭상합니다. 플레처는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를 입에 올립니다. 하지만 음악과 재즈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위플래쉬’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매우 원초적이며 직선적이기 때문입니다. 기민한 컷 분할과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활용해 실제 재즈 공연을 촬영한 듯한 긴장감과 인간의 심장 고동을 방불케 하는 타악기 드럼의 힘은 실로 막강합니다.

전술한 플레처와 앤드류의 대립 구도는 갈등의 전부입니다. 주변 인물들은 마치 배경처럼 단순하게 묘사됩니다. 불의의 교통사고 장면조차 일반적인 영화들처럼 차 밖의 시점이 아니라 앤드류가 탑승한 차 내의 시점으로 포착됩니다. 1인칭 시점에 충실합니다. 전반적으로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영화입니다. 앤드류가 학교 밖에서 인간관계를 정립하는 유일한 공간은 극장입니다. 그가 아버지와 영화를 보고 연인을 사귀는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6분의 러닝 타임 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플레처에 대한 두 가지 의문

서사 속에 의문은 남습니다. 첫째, 초반에 관악기 연주자를 내쫓는 장면을 제외하면 플레처는 유독 드러머에만 엄격합니다. 주인공 앤드류의 재능을 모두 뽑아내기 위한 의도라지만 세 명의 드러머를 경합시키는 전개는 여타 연주자들은 그토록 심하게 몰아치지는 않는 플레처임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플레처가 드러머가 아니라 피아니스트로 묘사되는 설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둘째, 클라이맥스의 JVC 공연입니다. 학교에서 축출된 플레처는 제적된 앤드류를 JVC 공연에서 드러머로 활용합니다. 플레처의 본심은 앤드류를 다시는 음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위한 것임이 드러납니다. 앤드류는 재즈 특유의 즉흥 연주로 위기를 돌파합니다. 하지만 학교 간의 경연이 아니라 프로 공연에서 보조 드러머도 없이 앤드류를 물 먹여 내치려는 플레처의 꼼수는 납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앤드류가 연주를 망치고 공연 도중 퇴장할 경우 오명은 지휘자 플레처에게도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처가 악독하면서도 영리한 인물임을 감안하면 대안도 없이 앤드류 한 명만을 드러머로 기용해 물을 먹이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의문점은 ‘위플래쉬’가 다소 과장된 극화임을 상징합니다.

결말은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로 마무리됩니다. ‘위플래쉬’는 뉴욕을 재즈의 향기로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처럼 묘사했지만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내 장면의 실제 촬영지는 캘리포니아의 L.A.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HQ 2015/03/23 15:52 #

    저는 두번째 의문이 음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게 아니라 앤드류를 다시한번 찰리파커처럼 망신을 주고 다음날 각성한 음악가로 키워볼려고 만든 똑같은 장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걸 느꼈던게 플렛쳐가 연주 중간에 잠깐 다가와서 '앤드류 뭐하는 짓이야?' 할 때의 목소리가 화나거나 그런 목소리가 아니어서였습니다. 플렛처가 앤드류가 그나마 자기의 뜻을 알고 따라와 주었던 인재였던걸 알아보고 첫번째 이유처럼 드러머에 유독 엄격했던게 아닌가 합니다.
  • 노아히 2015/06/20 16:42 #

    전 그 부분에 대해 플레쳐가 영화적 과장이 들어간 광인인만큼, 단순히 심경 변화도 그만큼 빠른 게 아닐까하는 쪽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즉, 원래 엿먹이려고 했는데 역으로 앤드류의 연주가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니까 '음악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해주겠다'라는 원래의 의도가 '찰리 파커 같은 연주자 찾기'에 대한 집착에 먹혀버린 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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