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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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 연출-진솔함 돋보이나 서사-결말 참신하지 않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버드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거 슈퍼히어로 영화 ‘버드맨’의 주연으로 유명했으나 몰락한 배우 리건(마이클 키튼 분)은 브로드웨이 연극의 감독 겸 주연을 맡아 재기를 노립니다. 대역 배우로 캐스팅한 마이크(에드워드 노튼 분)에 쏠리는 관심을 질투하는 리건은 첫 공연을 목전에 두자 압박감이 심해집니다.

배우 마이클 키튼, 진솔한 반영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은 내리막에 빠진 60대 배우의 삶을 포착한 코미디입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원작 소설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를 각색한 연극 연습부터 프리뷰, 그리고 첫 공연과 그 후 짧은 시일을 묘사합니다.

외도를 범해 착한 아내와 이혼했으며 알코올 중독과 분노 조절 장애에 시달리는 주인공 리건은 재기, 즉 비상을 꿈꾸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기 불능, 즉 추락을 두려워합니다. 공중 부양하는 첫 등장, 뉴욕 시내를 비행하는 클라이맥스, 그리고 결말의 투신까지 리건은 비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버드맨’이 크게 돋보이는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배우 마이클 키튼의 삶이 진솔하게 녹아있습니다. 그는 팀 버튼이 연출했던 1989년 작 ‘배트맨’과 1992년 작 ‘배트맨 2’로 정점에 올라섰지만 이후 뚜렷한 출연작을 남기지 못하고 잊혔습니다. 가상의 영화 ‘버드맨’ 3편까지 출연한 뒤 대중의 뇌리에서 잊힌 주인공 리건과 겹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할리우드에 불어 닥친 슈퍼히어로 영화 열풍에 대해 ‘버드맨’은 냉랭합니다. 리건이 대역 배우를 찾는 와중에 언급되는 배우는 마이클 패스밴더, 제레미 레너입니다. 마이클 패스밴더는 ‘엑스맨’ 시리즈의 매그니토, 제레미 레너는 ‘어벤져스’의 호크아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버드맨’에서 마이클 패스밴더는 ‘‘엑스맨’의 속편의 속편에 출연했다’고 시큰둥하게 언급됩니다. 리건이 시청하는 TV 뉴스에는 ‘아이언맨’ 시리즈로 전성기를 맞이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합니다. 리건은 자신이 닦아놓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길에 후배들이 무임승차해 열매를 가로챘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리건은 여객기 추락 사고가 우려된 상황에서 죽음보다는 동승한 조지 클루니가 자신을 대신해 언론 머리기사를 차지할 것을 질투합니다. 조지 클루니는 마이클 키튼과 발 킬머의 대를 이어 1997년 작 ‘배트맨 앤 로빈’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배트맨 앤 로빈’은 1989년 작 ‘배트맨’으로 시작된 시리즈 4부작 중 최악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편의 성공한 ‘배트맨’에서 타이틀 롤을 연기한 마이클 키튼은 현재 잊힌 배우가 되었지만 ‘배트맨 앤 로빈’에서 참혹하게 실패한 조지 클루니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조니 클루니를 언급하는 ‘버드맨’의 대화에는 2009년 6월 25일 같은 날 사망한 마이클 잭슨과 여배우 파라 포셋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리건은 배트맨 특유의 중저음과 유사한 버드맨의 목소리에 시달립니다. 한때 최고의 명성을 자랑했던 초자아의 환청입니다. 리건이 폭력적 성향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초자아 소재는 마이크 역의 에드워드 노튼의 출연작 ‘파이트 클럽’을 떠올리게 합니다.

중반까지 목소리만 등장했던 버드맨은 클라이맥스에 직접 등장해 잠시 액션 장면을 선보입니다. 리건이 뉴욕 시내를 비행하는 장면은 상당히 어설프게 연출되었는데 슈퍼히어로 영화의 효시인 1978년 작 ‘슈퍼맨’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 공연에서 권총 자살 기도로 인해 코에 부상을 입은 리건은 버드맨의 가면을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붕대를 감습니다. 붕대를 풀자 드러나는 인공 코 또한 버드맨 가면의 코 부위와 유사한 매부리코에 가깝습니다.

리건의 딸 샘으로 출연한 배우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에서 히로인 그웬 스테이시로 등장했던 엠마 스톤입니다. 종반에는 엉성한 스파이더맨 코스튬을 착용한 인물도 잠시 등장합니다. 샘이 건물 옥상에 걸터앉는 위험천만한 취미는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합니다.

롱 테이크처럼 연출

‘버드맨’이 인상적인 두 번째 요소는 연출입니다. 1927년 개장해 여전히 실존하는 뉴욕 브로드웨이 세인트 제임스 극장을 중심으로 모든 장면을 마치 롱 테이크처럼 연출했습니다. 극장 주변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모타운’과 함께 톰 행크스의 ‘럭키 가이’의 포스터도 보입니다.

119분의 러닝 타임이 다루는 시공간은 며칠 동안과 극장을 중심으로 한 뉴욕 시내이지만 모든 시공간이 하나로 압축된 것처럼 테크닉을 발휘했습니다. 감독과 카메라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의 연출력, 화려한 배우들의 애드립을 포함한 연기력, 그리고 CG를 활용한 편집의 힘까지 하나로 어우러지지 않았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시도입니다. ‘버드맨’은 올 아카데미에서 촬영상을 수상해 대담한 시도를 보상받았습니다.

배경 음악의 대부분은 드럼과 같은 타악기를 앞세운 재즈입니다. 리건의 끓어오르는 감정과 초조한 강박관념을 상징하며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드러머가 직접 출연해 배경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은 버드맨의 환각에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리는 리건의 불안한 심리와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매우 사실적으로 연출된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전반의 초현실적 분위기와 상통합니다. 연극을 소재로 한 만큼 연극적인 측면도 강합니다.

익숙한 주제의식과 서사

‘버드맨’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전술한 두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참신함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주제의식과 서사가 익숙합니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예술가 겸 재기에 몸부림치는 배우 주인공이 풀어내는 서사는 결코 새롭지 않습니다. 자신이 연예인에 불과하다는 평론가의 지적에 발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중의 인기와 관심에 일희일비하는 배우의 숙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트북 PC의 화상 통화를 능숙하게 사용하면서도 블로그, 트위터 등 SNS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채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리건의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예기치 못한 무지의 미덕’

결말도 참신한 것은 아닙니다. 원제 ‘Birdman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의 ‘예기치 못한 무지의 미덕(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은 리건의 첫 공연의 결말을 극찬한 평론가 타비사(린제이 던컨 분)의 기사 제목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리건은 연극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의 결말의 권총 자살 장면에서 자신을 향해 진짜 권총을 쏘고 부상을 입습니다. 타비사는 실제 유혈이 수반된 연극의 결말을 우연의 결과로 간주하면서도 높이 평가해 ‘예기치 못한 무지의 미덕’이라 규정합니다.

리건이 실총을 사용하리라는 암시는 두 차례에 걸쳐 제시됩니다. 첫째, 서두에서 자신의 입 안에 권총을 쏘아 자살을 시도하고도 살아남은 인물에 대한 대화입니다. 둘째, 마이크가 리건에 소품용 권총의 사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장면입니다. 리건은 분장실에 숨겨둔 실탄이 든 권총을 무대에서 자신을 향해 쏩니다. 자신의 공연을 완벽하게 만들려 했다기보다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버드맨’의 결말이 리건의 투신자살을 암시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깐깐한 평론가 타비사는 첫 공연에 앞서 리건과 언쟁을 벌입니다. 첫 공연의 막도 오르기 전에 그녀는 리건에 대한 악평을 기사화할 것이라 공언합니다. 공연 전 술집에서 타비사와 언쟁을 벌인 뒤 리건은 10대 시절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레이먼드 카버의 냅킨에 쓴 친필 편지를 술집에 두고 나옵니다. 그가 중압감에서 일단 해방되어 자유로워졌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 공연을 관람한 타비사는 실제 총이 우연히 사용되었다고 믿고 연극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기사에서 극찬합니다. 하지만 실제 총의 사용으로 인해 연극의 작품성이 급상승하고 냉정했던 평론가가 돌변하는 전개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평론가 집단의 줏대 없음을 풍자하기 위한 연출 의도일 수 있으나 타비사의 기사는 비현실적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병원 입원실의 리건은 새들이 뉴욕 빌딩숲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자 창문을 열고 몸을 던집니다. 샘의 웃음으로 마무리되지만 사실상 리건의 죽음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멀게는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 가깝게는 영화 ‘블랙 스완’의 결말을 연상시킵니다.

21그램 - 삶과 죽음, 그 고통스런 퍼즐
바벨 - 지독한 인종주의적 편견과 관습적인 시공간 분할
비우티풀 - 죽음 앞둔 뒷골목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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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5/03/12 14:24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디제 2015/03/12 14:30 #

    지적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 잠본이 2015/03/13 02:07 #

    총에 대한 연출은 체호프도 '1막에서 총을 보여줬으면 극이 끝나기 전에 발사하는걸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고 전해지는데, 레이먼드 카버의 우상이 체호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죠.

    마이크 역의 에드워드 노튼이 tv드라마까지 합쳐서 3대째 헐크다보니 본의아니게 히어로 대결이 되어버린 영화(...라곤 해도 완벽한 연기에 집착하며 완고한 행동으로 연출자와 충돌하고 대본 수정도 서슴지 않는 마이크의 행동은 사실 노튼의 실제 행각에 더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만)
  • 잠본이 2015/03/13 02:11 #

    중간에 리건이 전부인에게 '내가 햇볕에 타서 화상입었다고 한적 있는데 사실은 바닷물에 들어가 빠져죽으려다 해파리에 쏘였어'라고 고백하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 영화 시작할 때 거무스름한 덩어리가 바닷물에 떠있는게 뭔가 했더니 해파리더군요. 게다가 이 장면이 결말 전에 한번 더 나오고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실 리건은 해파리에 쏘여서 죽었고 영화 전체가 죽기 직전에 꾼 거대한 꿈 아닐까'라는 썰을 풀기도(...) 거기까진 가지 않더라도 총을 쏜 뒤에 죽었고 입원 이후의 장면은 꿈 혹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고, 진부하긴 한데 씹고 뜯고 맛보기엔 좋은 것 같습니다.
    http://www.imdb.com/title/tt2562232/faq?ref_=tt_faq_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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