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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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 - 정부에 이용당한 천재의 비극 영화

※ 본 포스팅은 ‘이미테이션 게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천재 수학자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암호 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한 팀에 소속됩니다. 수상 처칠에 청원해 팀을 지휘하게 된 그는 상관은 물론 동료들과도 마찰을 빚습니다. 튜링은 여직원 조안(키이라 나이틀리 분)을 기용해 가까워집니다.

천재 튜링, 시대와의 불화

모튼 틸덤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은 나치의 암호 해독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삶은 불행했던 영국의 천재 앨런 튜링을 조명한 실화입니다. 제목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은 튜링이 집필한 논문 제목에서 유래했습니다. 앤드류 호지스의 저서 ‘Alan Turing: The Enigma’를 바탕으로 영화화했습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3가지 시간적 배경을 오갑니다. 첫째, 알렉스 로더가 아역을 맡은 튜링의 어린 시절입니다. 천재답게 대인관계가 서툴렀던 튜링은 유일한 친구 크리스토퍼(잭 배넌 분)와 우정을 쌓아갑니다. 둘째,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24시간마다 바뀌는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한 기계 ‘크리스토퍼’의 제작에 골몰합니다. ‘크리스토퍼’는 학창 시절 친구 크리스토퍼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훗날 컴퓨터의 기원이 됩니다. 셋째, 종전 후 형사 녹(로리 키니어 분)은 튜링의 집이 난장판이 된 사건을 수사하다 그의 숨겨진 과거를 파헤칩니다.

튜링은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데 성공하지만 삶은 결코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우선 그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자는 범죄자로 규정되었습니다. 튜링이 조안에 인간적 호감을 느껴 약혼하지만 결혼에는 이르지 않는 이유도 동성애자였기 때문입니다. 종전 후 튜링은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거나 합당한 보상을 받기는커녕 동성애자로 몰려 호르몬 요법을 통한 화학적 거세를 강요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에 이용만 당한 것입니다. 천재 학자가 2차 대전 암호 해독에 투입되는 실화라는 점에서는 2004년 작 ‘뷰티풀 마인드’와 공통점이 있지만 결말은 사뭇 다릅니다.

튜링은 1954년 41세의 나이로 자살합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원인이었음을 감안하면 시대와의 불화를 견디지 못한 천재의 삶을 ‘이미테이션 게임’은 묘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최근 영화들이 상당수 그러하듯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도 두드러집니다. 조안은 빼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튜링과 함께 근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조안의 부모는 그녀에게 결혼을 강요합니다.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시대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다행히 조안은 종전 후 새로운 남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아군도 속여라

전쟁의 명운이 걸린 암호 체계 해독이 소재인 만큼 스릴러의 요소도 강합니다. 특히 ‘에니그마’를 해독한 이후의 전개가 백미입니다. 튜링은 독일의 암호 체계를 모두 파악하지만 실전에 몽땅 활용할 경우 독일이 ‘에니그마’를 완전 폐기하고 새로운 암호 체계를 도입할 우려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튜링과 MI6의 수장 멘지스(마크 스트롱 분)는 독일은 물론 영국 내부에도 ‘에니그마’ 완전 해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정보를 취사선택해 패배를 방치하고 역정보를 흘립니다. 적을 속이기 위해 아군도 속이게 된 것입니다.

튜링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무수한 사람들이 죽고 산다는 사실에 갈등합니다. 하지만 멘지스는 다릅니다. 정보기관의 프로페셔널답게 그는 튜링의 팀 내부의 소련 첩자의 존재를 알면서도 묵인합니다. 소련을 역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크 스트롱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이어 영국 정보기관 종사자로 함께 출연했습니다. 마크 스트롱은 한국에 동시에 개봉 중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이어 또 다시 정보기관 종사자를 맡았습니다. 튜링의 과거를 파헤치는 형사 녹을 맡은 로리 키니어는 ‘007 스카이폴’ 등 007 시리즈에서 MI6의 빌 태너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인간관계가 서투른 천재가 조직 생활을 통해 서서히 인간성을 갖추며 변모하는 과정을 훌륭히 연기합니다. 종전 후 모든 것을 잃은 튜링의 초라한 모습을 연기하는 종반은 분량은 짧지만 압도적인 연기력을 과시합니다.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습니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유사한 인물을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러셀 크로우는 수상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튜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알렉스 로더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외모나 이미지는 닮지 않았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특히 편집광적인 연기나 크리스토퍼의 사망 소식을 통보받고 짓는 복잡 미묘한 표정은 인상적입니다.

한글자막 오류

한글 자막은 두 가지 오류가 눈에 띕니다. 첫째, ‘스탈린가드’로 표기한 자막은 잘못되었습니다. ‘스탈린그라드’가 옳습니다.

둘째, ‘에니그마’의 해독 단초를 얻는 술집 장면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시도를 ‘작업’이라 번역한 한글 자막은 어색합니다. ‘작업’이라는 단어를 한국에서 ‘이성을 유혹하는 시도’라는 비속한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를 전후해서입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해당 장면이 20세기 중반이었음을 감안하면 시대상에 부합되지 않는 자막입니다. 영화의 자막은 시대상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혹’ 혹은 ‘추파’로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CAL50 2015/02/18 19:00 # 삭제

    영화는 재미있기는 한데, 역사적 사실과는 많이 다릅니다.
    단적인 예로, 튜링이 만든 암호해독기 제1호의 이름은 원래 크리스토퍼가 아니라 빅토리였습니다.
    게다가 조안 클라크는 실제인물이기는 한데 크로스워드 퍼즐 보고 지원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은사인 고든 웰치먼 교수에 의해 스카웃돼서 암호해독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특히 고든 웰치먼이 아예 빠져버린데 대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죠. 해독기를 완성시키는데 튜링과 함께 아주 비중이 높은 인물이었는데 말입니다.
    또 빅토리가 완성되어 블레칠리 파크에 설치된 것은 이미 1940년이었고, 그 과정도 영화와는 상당히 다르죠. 심지어 독일 공군 암호같은 경우 1940년중에 이미 아주 효과적으로 해독되기 시작했습니다. 말썽이 된 것은 해군 암호였죠.
    그 외에도 튜링과 동료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묘사도 실제와는 상당부분 다른 등, 어디까지나 '실화를 바탕으로 크게 각색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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