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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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헬프 더 걸 - 담백하며 몽환적인 청춘 뮤지컬 영화

※ 본 포스팅은 ‘갓 헬프 더 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식증에 시달려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이브(에밀리 브라우닝 분)는 기타리스트 제임스(올리 알렉산더 분)를 만나 그의 집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제임스로부터 음악을 배우는 여고생 캐시(한나 머레이 분)가 가세해 세 사람은 밴드를 조직합니다.

음악을 통한 치유와 성장

‘갓 헬프 더 걸’은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스코틀랜드의 인디 그룹 벨 앤 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이 연출한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스튜어트 머독은 여성 보컬리스트를 기용, 그룹 ‘갓 헬프 더 걸’을 조직해 음반을 발매했는데 영화 ‘갓 헬프 더 걸’은 그들의 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이브는 밴드의 이름을 고민하지만 결과적으로 홀로 데모테이프를 만들 때 지은 이름 ‘갓 헬프 더 걸’이 밴드의 이름이 됩니다.

이브가 밴드의 이름을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로 지은 이유는 극중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브가 부모의 불화가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이는 거식증과 연관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이브는 음악의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고 싶은 열망으로 밴드의 이름을 명명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갓 헬프 더 걸’은 음악을 통한 치유라는 음악 영화의 전형적 공식에 충실합니다.

‘갓 헬프 더 걸’은 청춘을 소재로 한 성장 영화의 측면도 있습니다. 이브와 제임스는 플라토닉한 관계입니다. 둘은 동거하지만 각 방을 사용하며 섹스도 하지 않습니다. 이브는 남성 밴드의 리더 안톤(피에르 불랑제르 분)과 사귀지만 그에게 배신당한 뒤에야 제임스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제임스도 캐시의 언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갓 헬프 더 걸 활동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진 이브는 제임스와 글래스고를 떠나 런던의 음악 학교에 입학합니다. 이브가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입니다. ‘원스’를 연상시키는 쓸쓸하면서도 사실적인 결말입니다. 이브가 떠나자 제임스는 캐시의 2인용 자전거에 탑승해 글래스고 역을 떠납니다. 제임스와 캐시가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유발하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담백하고 현실적인 서사

역시 밴드를 소재로 한 영국 영화 ‘프랭크’와 달리 특별히 자극적 사건은 없지만 삽입곡들처럼 영화의 분위기는 나른하고 담백합니다. 인기와 상업적 대성공을 거머쥐는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는 ‘린다 린다 린다’와 상당히 흡사합니다. 무일푼과 무명의 주인공이 인기와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두는 결말의 판타지 ‘비긴 어게인’과는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릅니다.

단, 클라이맥스인 갓 헬프 더 걸의 공연 장면에서 단 한 곡만 부른 연출은 미진합니다. 음악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갓 헬프 더 걸이 정점에 선 순간임을 감안하면 영화상으로 한 곡 정도 더 소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갓 헬프 더 걸의 주축은 3인조이지만 세 명의 등장인물의 비중은 의외로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곡을 쓰고 부르는 이브는 1인 주인공으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독차지합니다. 제임스는 그 다음 비중을 차지하며 캐시의 비중은 3인 중 가장 적습니다. 캐시의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고민으로 가득하며 예민한 이브와는 대조적으로 사립학교 여고생 캐시는 양가집 딸로 단순하고 밝은 성격입니다. 갈색 단발의 이브와 긴 생머리 금발의 캐시는 머리색과 모양부터 성격 차이를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캐시 역의 한나 머레이는 ‘라푼젤’을 패러디한 장면을 연출해 교복 차림과 함께 강한 잔상을 남깁니다.

몽환적이며 아날로그적인 연출

서사는 사실적이지만 연출은 영화 전체를 감싸는 나른한 음악처럼 몽환적입니다. 영상의 색상은 톡톡 튀며 무비 카메라를 통해 4:3 화면비의 뿌연 영상을 재현하기도 합니다. 캐시는 초반에 남장을 하고 얼굴에 수염을 붙인 채 남자들과 줄을 선 장면에 등장합니다. 제임스를 둘러싼 추격(?) 장면에 나타난 제복 차림의 여성은 갓 헬프 더 걸의 코러스가 됩니다. 안톤이 이브를 유혹하며 자신이 일하는 옷가게로 데려간 장면에서 카운터의 안톤 옆에는 안톤과 의상까지 빼닮은 마네킨이 등장합니다. 공간적 배경인 스코틀랜드의 최대 도시 글래스고의 풍경은 매우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갓 헬프 더 걸’의 정서는 철저히 아날로그적입니다. 이브가 스마트폰을 사용해 작곡하는 장면을 통해 드러나듯 21세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외에는 스마트폰과 PC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브가 카세트테이프로 데모테이프를 만든 것처럼 그녀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도 아날로그적입니다. 이브가 유일하게 관심이 있는 매스미디어는 라디오의 락 프로그램입니다. 데모테이프를 그들에게 보낸 덕분에 갓 헬프 더 걸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은 성황리에 치러집니다. 20세기를 연상시키는 뿌연 영상과 맥락을 함께하는 아날로그적 정서로 ‘갓 헬프 더 걸’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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