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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매튜 본 압도적 재능, 흘러넘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악을 응징하는 비밀 조직 킹스맨 후보생이었던 아버지를 어린 시절에 여읜 에그시(타론 에저튼 분)는 성인이 되어 킹스맨 해리(콜린 퍼스 분)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습니다. 에그시는 목숨이 걸린 킹스맨 양성 과정에 지원합니다. 한편 세계적인 사업가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 분)은 인류 다수를 괴멸시키려는 계획을 착착 진행시킵니다.

007의 재해석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는 마크 밀러의 만화 ‘The Secret Service’를 원작으로 매튜 본 감독이 영화화했습니다. 사악한 세력이 인류 말살을 획책하는 가운데 그에 맞서는 비밀 조직의 기존 및 신입 요원의 좌충우돌을 묘사하는 스파이 오락 영화입니다.

‘킹스맨’은 스파이 영화의 효시 007 시리즈를 의식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말쑥하게 빼입은 맞춤 정장, 라이터 폭탄, 방탄을 겸한 우산 총, 구두의 칼날 등 기발한 무기, 평범한 택시에 숨겨둔 비밀 기능 등은 007 시리즈를 답습합니다. 우아한 해리와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에그시는 제임스 본드의 우아한 바람둥이 기질을 양분했습니다. 해리는 제임스 본드처럼 가족이 없는 독신입니다. 에그시는 제임스 본드처럼 마티니를 활용한 독특한 제조법의 칵테일에 집착합니다.

또 다른 킹스맨 록시(소피 쿡슨 분)가 우주로 올라가 미사일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장면은 우주를 배경으로 했던 1979년 작 ‘007 문레이커’를 연상시킵니다. 광기에 휘말린 발렌타인은 007 시리즈의 단골 악역 매드 사이언티스트, 발렌타인의 부하로 무시무시한 칼날을 자랑하는 가젤(소피아 부텔라 분)은 초식 동물과 동일한 이름과는 달리 007의 최대 라이벌 죠스를 연상시킵니다. 록시는 ‘007 스카이폴’에서 현장에 투입된 여성 요원 머니페니, 스웨덴 공주 틸디(한나 알스트롬 분)는 본드걸, 정보전 담당 멀린(마크 스트롱 분)은 Q, 킹스맨의 수장 킹(마이클 케인 분)은 M에 해당됩니다. 에그시의 아버지가 사망하는 순간 살아남은 요원이 란슬롯의 칭호를 얻는 서두는 ‘007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가 007의 칭호를 받는 서두를 빼닮았습니다.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은 MI6를 ‘서커스’로 칭하는 정통 스파이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절친한 동료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최근 스파이 영화라면 단골 요소인 상관의 배신 또한 ‘킹스맨’에서 반복됩니다.

해리와 에그시의 관계는 외형적으로는 사제 관계이나 부자 관계와 마찬가지입니다. 에그시의 아버지가 작전 수행 도중 사망하자 해리는 에그시의 집으로 찾아와 메달을 선사하며 위로합니다. 메달이 빌미가 되어 에그시는 킹스맨의 일원이 됩니다. 에그시의 죽은 아버지의 위치를 해리가 대신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유사 부자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에그시(Eggsy)’는 웨일즈의 랩 그룹 골디 루킨 체인의 멤버와 동일한 이름이지만 동시에 병아리도 되지 못한 계란(Egg)과 같은 풋내기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해리와 에그시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대역전’, ‘프리티 우먼’ 등을 화제로 입에 올립니다. 에그시가 동네 불량배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말쑥한 킹스맨 요원으로 재탄생할 것을 암시합니다.

해리는 러닝 타임 중반 허망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스승에서 제자, 아버지에서 아들로의 세대교체를 도모하기 때문입니다. 클라이맥스만큼은 젊고 새로운 007의 활약에 맡겨야 한다는 연출 의도입니다. 콜린 퍼스는 ‘킹스 스피치’에서 킹, 즉 영국 국왕 조지 6세를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바 있는데 이번에는 킹스맨을 연기했습니다. 그는 한때 007 제임스 본드의 후보로 거론된 바 있었습니다. 에그시 역의 타론 에저튼은 날카로운 턱 선과 얇은 입술로 인해 ‘터미네이터 2’에서 T-1000을 연기했던 시절의 로버트 패트릭의 하관을 연상시킵니다.

영국과 미국의 대립

‘007’은 영국의 MI6를 배경으로 한 프랜차이즈입니다. ‘킹스맨’ 또한 매우 영국적입니다. 감독 매튜 본을 비롯해 킹스맨 소속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인 마이클 케인,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타론 에저튼, 소피 쿡슨은 모두 영국인입니다. 킹스맨의 암호명 아서, 갤러해드, 멀린, 란슬롯 등은 모두 영국의 아서 왕 전설로부터 따온 것입니다. 리더인 킹의 암호명이 아서 왕, 정보전 담당의 코드명이 지략가이자 마법사 멀린에서 착안한 것도 의도적인 작명 선택입니다.

주요 공간적 배경은 영국 런던과 그 근교입니다. 킹스맨의 본거지가 위치한 런던 근교로는 런던 시내의 킹스맨 의상실로부터 런던 지하철 ‘튜브’를 연상시키는 교통수단을 활용합니다. 해리는 영국의 기네스 흑맥주를 맛깔나게 마십니다. 해리는 귀족만으로는 킹스맨을 충원할 수 없다며 영국 특유의 신분제를 확인합니다. 그의 자택 서재 벽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의 표지로 가득합니다.

영국을 상징하는 킹스맨에 맞서는 악역은 미국인 발렌타인입니다. 그는 경박한 영어를 사용하며 영국식 영어를 조롱합니다. 힙합 스타일의 캐주얼과 미국 메이저리그의 상징 뉴욕 양키즈의 모자를 선호하는 발렌타인은 미국의 젊은 IT 재벌을 풍자하는 캐릭터입니다. ‘스타워즈’의 프리퀄 삼부작에 이어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을 통해 사무엘 L. 잭슨은 최근 진중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킹스맨’에서만큼은 ‘펄프 픽션’ 시절의 가벼운 이미지로 복귀했습니다. 발렌타인은 대학살을 즐기지만 유혈만큼은 혐오하는 기괴함이 두드러지는 인물입니다.

그가 모자 전문점에서 맞춤으로 제작한 모자도 링컨의 상징으로 근대 미국 중상류층 남성이 애용했던 탑 햇(Top Hat)입니다. 그가 해리를 초대해 대접하는 음식은 맥도날드의 햄버거입니다. 해리는 빅맥으로 식사를 마친 뒤 ‘해피밀’을 먹었다며 중의적으로 응수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발렌타인의 근거지에는 뉴욕 양키즈의 유니폼을 입은 사망자도 보입니다. 발렌타인의 음모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폭력 사태가 발생할 때는 미국은 메이저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야구장이 포착됩니다. 오바마로 암시되는 미국 대통령은 발렌타인에 적극 협조하더니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백악관 묘사도 서슴지 않습니다.

007 시리즈에서 MI6의 제임스 본드와 CIA의 펠릭스 라이터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킹스맨’에서 영국과 미국은 견원지간으로 묘사됩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영국인이 악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해 매튜 본이 농담 삼아 앙갚음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인공 에그시는 훈련의 일환으로 맡아 키우는 애견 퍼그의 이름을 JB라 짓습니다. ‘007’의 제임스 본드도, 제이슨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도 아닌 미국 드라마 ‘24’의 잭 바우어에서 이니셜 JB를 따왔다는 설정은 영국인 또한 미국 드라마의 세례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매튜 본의 압도적 재능

‘킹스맨’에서 매튜 본의 재기는 넘쳐흘러 폭포를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끼는 ‘스타더스트’, ‘킥 애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이미 발휘되었는데 ‘킹스맨’은 ‘킥 애스’에 가장 가깝습니다. 풋내기 주인공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대신 스승 격인 중년 남성은 희생양이 되기 때문입니다. 잔혹한 액션 장면에 유머 감각을 혼합하는 좀비 영화와 같은 연출 스타일도 유사합니다. 두 작품 모두 마크 밀러의 만화가 원작이며 마크 스트롱이 출연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매튜 본의 재능은 서두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1997년 킹스맨이 서남아시아의 테러조직을 진압할 때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오프닝 크레딧을 이루는 연출은 참신합니다. 어린 에그시의 장난감 스노우볼이 17년 뒤 랜슬롯이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인 눈 덮인 산으로 연결되는 장면 전환은 인상적입니다.

초반 차량 추격전에서 에그시가 차량 후진으로만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매우 신선합니다. 이 장면에서 그는 동물을 죽이지 않으며 동료들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아 중반 이후 전개의 복선을 제시합니다.

경찰에 검거된 에그시는 킹스맨과 해리의 힘으로 풀려납니다. 에그시를 수사하던 형사가 그의 석방을 휴대전화로 통보받고 경찰서 건물로 진입하자 에그시가 뒤이어 경찰서 건물을 나오고 아래쪽에서 해리가 기다리는 카메라 워킹은 교과서적인 롱 테이크입니다. 해리가 교회에서 일당백의 격투에 임하는 장면은 좀비 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더불어 롱 테이크에 대한 매튜 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차량 후진 추격전과 더불어 교회 격투 장면은 액션 영화의 역사에 기억될 만한 명장면입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배경 음악 활용도 절묘합니다. 발렌타인의 음모에 의해 전 인류가 치고받는 장면에서는 KC & 더 선샤인 밴드의 1983년 흥겨운 디스코 넘버 ‘Give It Up’이 삽입됩니다. 킹스맨의 반격에 의해 발렌타인에 동조한 인물들이 머리가 불꽃놀이처럼 펑펑 터지는 장면에서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삽입됩니다. 엘가 또한 영국인입니다.

‘킹스맨’은 판타지에 가까운 액션 장면과 유머 감각, 아버지의 대를 이은 주인공의 첩보원으로서의 성장이라는 요소를 지녀 ‘원티드’를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튜 본은 근본적으로 007 시리즈에 대한 응답으로서 ‘킹스맨’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적인 것에 대한 집착에서 007 시리즈에 대한 경의는 진하게 묻어납니다.

한때 007 시리즈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비현실적 무기가 판을 치는 만화적 전개와 본드걸의 존재로 인한 여성 상품화가 비판을 받았습니다. 시대는 사실적인 스파이 영화를 요구했습니다. 007 시리즈의 주연 배우가 피어스 브로스넌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로 바뀐 뒤 제이슨 본 시리즈와 같은 사실성을 추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007 시리즈 특유의 유머 감각과 기발함이 사라지고 지나치기 진지해졌다는 아쉬움 제기도 없지 않았습니다. 매튜 본은 과거 007 시리즈의 유머 감각과 기발함을 철저히 성인의 눈높이 맞춰 재현하겠다는 연출 의도를 지녔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킹스맨’은 보기 드물게 흥겹고 즐거운 훌륭한 오락 영화입니다.

스타더스트 - 지브리 애니의 실사판 같은 로맨틱 판타지
킥 애스 - 진정한 주인공은 힛걸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 삼부작에 충실한 매끈한 프리퀄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5/02/15 12:47 #

    영국 귀족도 까고 미국 정부도 까고 교회도 까고 IT재벌도 까고 영국 불량배도 까고 그야말로 전방위로 다 까대는지라 무사히 제작된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최종보스는 흑형에 오른팔은 장애인이라니 후덜덜덜
  • 상처자국 2015/04/27 10:15 #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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