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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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어 88 Vol. 1 - 당신의 굴레는 무엇? 애니메이션

1989년 KBS-TV에서 현충일 특집으로 이틀 연속으로 ‘에이리어88’(방영명 ‘지옥의 외인부대’)의 방영 직후 제가 다니고 있었던 고등학교(남고였습니다.)는 아침 자습 시간부터 난리가 났었습니다. 당시에는 ‘만화영화’라는 것은 고등학생 쯤 되면 보지 않는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퍼져있었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지옥의 외인부대’에 관해 핏대를 세우며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저처럼 이미 건담의 세계에 흠뻑 빠져 있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극소수뿐만 아니라 ‘만화영화’를 어린애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대다수의 다른 친구들조차 열광했습니다.

1986년작인 ‘에이리어88’의 1편은 두 편의 OVA를 합친 극장판입니다. 비록 2편 ‘불타는 신기루’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당시로서는 셀 애니메이션의 극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훌륭한 작화 퀄리티를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오프닝에서 반군의 탱크 부대를 기관총으로 제압하는 카자마 신의 크루세이더가 내뿜는 기관총 탄피에 국내 방영 당시 소년들은 열광했던 것입니다. 물론 피가 흩뿌리는 리얼함이 더해져 전투 씬에 소년들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작화 퀄리티만 우수했다면 ‘에이리어88’은 속빈 강정이 되어 볼거리 이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에이리어88’에는 외로운 사나이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숨어 있습니다. 친구 칸자키에게 배신당해 사랑하는 료코와 헤어지고 에이리어88로 끌려온 신, 전장의 화약 냄새를 잊지 못해 스스로 에이리어88로 들어온 미키, 죽어간 동료들이 사무쳐 밤에 잠들 때 불을 끄지 못하는 보리스, 아버지가 일으킨 반군에 맞서 정부군의 외인부대 사령관을 담당하는 사키에 이르기까지 과거를 가슴 속에 묻은 채 하루하루 살인을 반복하며 살아 남는 사내들의 이야기는 남자의 로망이 되어 소년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것입니다.

100여분의 극장판으로 편집된 ‘에이리어88’은 신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스토리이지만 일본에서 파일럿 후보생이었던 시절과 아스란의 외인부대의 전투기 파일럿이 된 현시점의 구분이 매우 뚜렷하여 시점의 혼란을 일으키는 일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신의 과거 뿐만 아니라 ‘에이리어88’에서는 종군 사진 기자 로키, 이스케이프 킬러 3인조, 칸자키의 음모 등 원작 만화책에서 다뤄진 내용들이 적절히 윤색되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신을 비롯한 에이리어88의 사내들은 모두 평화와는 거리가 먼, 현실 부적응자들입니다. 그들은 에이리어88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막상 벗어나면 갈 곳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에이리어88은, 비록 전장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굴레를 결코 벗어던질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의 압축입니다. 그 굴레가 사랑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으며, 일, 가족, 취미 등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교의 ‘업(業)’을 방불케 하는 ‘에이리어88’에 자신의 굴레를 대입해 감상한다면 마음 한 구석을 후벼 파는 듯 아파올 것입니다. ‘에이리어88’의 오프닝 테마처럼, ‘How Far To Paradise'입니다.

덧글

  • 다인 2004/11/21 12:36 #

    "여기는 지옥의 일번지 에이리어88이야. 여기서 어딜 더 떨어지겠어?"
  • 질풍17주 2004/11/21 14:35 #

    ......시험 준비 때문에 저거 못 보고 화장실 들락날락하면서 몇 초씩 보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T_T(뭐 결국 훗날 다 보긴 했습니다만)
  • 디제 2004/11/21 15:37 #

    다인님/ 끝없는 허무감...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죠.
    질풍님/ 저는 1편을 제대로 녹화하지 못해 몇년 동안 후회했었습니다. dvd라는 매체로 소장할 수 있는 요즘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죠.
  • 닥터지킬 2004/11/21 19:56 #

    저랑 비슷한 세대신가 봐요. 휴일에 봤던 걸 기억하는데 그때가 89년이었던 모양이죠? 참 재미있게 봤었어요.
  • 디제 2004/11/22 00:36 #

    닥터지킬님/ 어린 마음에 그때는 꿈이, 집을 떠나 외인부대 같은 곳에 가는 것이었죠. --;;;
  • 환일 2005/04/23 14:58 # 삭제

    그 때 제가 식구들 다 끌어모아서 보게 만들었는데 조종사헬멧에 피가 차오르고 그게 뻥하고 터지는 시점에서 어무이 아부지께서 서로 눈치를 보시더군요.. 이거 못보게 해야하나...히힛
  • 디제 2005/04/23 21:45 #

    환일님/ 가족용 애니메이션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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