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주피터 어센딩’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생 직전 아버지를 여읜 주피터(밀라 쿠니스 분)는 가정 형편으로 인해 가업인 청소로 생계를 잇습니다. 우주를 삼분하고 있는 타이터스(더글라스 부스 분)에 고용된 케인(채닝 테이텀 분)은 주피터를 우주의 여왕이라 일컫습니다. 주피터를 노리는 마각으로부터 케인이 목숨을 걸고 지키는 와중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집니다.
어디서 본 듯한 요소들
‘주피터 어센딩’은 라나 워쇼스키와 앤디 워쇼스키 남매의 SF 액션 영화입니다. 1999년 작 ‘매트릭스’ 이래 2012년 작 ‘클라우드 아틀라스’까지 워쇼스키 남매는 꾸준히 SF 영화를 연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주피터 어센딩’은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점에서 전작들과 차별화됩니다. 전반적으로 ‘듄’과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들과 그들의 의상은 ‘듄’을 떠올리게 합니다. 케인이 사용하는 일렉트로닉 실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 등장했던 건간 족의 방패와 유사합니다. 레이저 빔의 발사 효과음과 같이 미세한 부분부터 다양한 우주의 종족과 공간적 배경은 ‘스타워즈’의 프리퀄 삼부작을 연상시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납치와 살해를 일삼는 키퍼가 지닌 단기기억상실을 유도하는 능력은 ‘맨 인 블랙’과 비슷합니다. 스팅어의 집을 떠나며 케인 등이 남긴 미스터리 서클은 ‘사인’을 연상시킵니다. 케인이 사용하는 그래비티 부츠는 ‘백 투 더 퓨처 2’의 호버 보드의 발전형처럼 보입니다.
중요 등장인물의 배치와 서사 구조는 최근 유행 중인 여주인공을 앞세운 판타지 소설의 영화화와 유사합니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능력을 모르고 있는 여주인공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근육질의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도 그러합니다. ‘주피터 어센딩’의 남자 주인공 케인이 라이칸탄트, 즉 늑대와 인간의 합성이라는 점도 엇비슷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도 있습니다. 시카고의 고층빌딩에서 카인이 주피터를 구출해 승천하는 장면은 ‘슈퍼맨’에서 슈퍼맨이 헬기에서 추락할 위기에 처한 로이스를 구해 날아오르는 로맨틱한 장면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카인의 옛 상관으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스팅어(숀 빈 분)의 외딴 집과 농장은 ‘슈퍼맨’에서 클락의 스몰빌의 집 및 농장과 닮았습니다. 결말에서 날개를 되찾아 비행하는 케인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엔젤을 연상시킵니다.
절차에 충실한 악역들, 왜?
‘주피터 어센딩’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발렘(에디 레드메인 분), 타이터스, 칼리크(튜펜스 미들턴 분)의 아브라삭스 삼남매가 노화 방지를 위해 인류의 정수를 뽑아내 활용한다는 설정입니다. 인류가 안티 에이징이라는 미명 하에 화장품 사용은 물론 수술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21세기의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지 않습니다. 춘추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수은을 섭취했던 사례를 보면 인류의 노화 방지 욕구는 실로 오랜 것입니다.
하지만 서사와 설정에 의문을 유발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브라삭스 형제는 악역임에도 의외로 절차에 얽매입니다. 타이터스는 주피터와 결혼하려 하며 발렘은 주피터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 그녀의 날인을 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대학살을 일삼으며 일개 행성도 쉽게 멸망시키는 악인들이 어째서 절차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인지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자신들의 권력과 무력을 앞세워 먼저 주피터를 살해한 뒤 전횡을 일삼아도 충분해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주피터와 케인을 돕는 것은 우주 경찰 노릇을 하는 전함 이지스입니다. 하지만 이지스가 누구를 등에 업고 약자의 편에 서서 우주의 지배자 아브라삭스 형제와 맞서는 것인지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독재 권력에 맞서 경찰이 아무리 투명해지고 공정해지려 노력해도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정의감 때문이라면 속편한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면 현대의 지구와는 시공간적 배경이 무관했던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주피터 어센딩’은 현대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외계인들 간에 교전을 벌이는 액션 장면을 삽입하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치열한 교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없으며 파괴된 건축물은 1주일 만에 자동적으로 복원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오밤중에 벌어진 교전이라 해도 시카고 정도의 대도시라면 교전에 휘말린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데 ‘주피터 어센딩’은 이를 외면합니다. 미군과 시카고 경찰, 언론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한 연출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앞서 영화 초반 키퍼의 움직임을 숨어서 촬영하던 주피터는 휴대전화 벨소리로 인해 발각됩니다. 잠시 후 주피터는 단기기억상실로 인해 키퍼의 존재 자체를 잊은 뒤 휴대전화 이미지에서 키퍼를 발견하고 놀랍니다. 무엇이든 꼼꼼하게 처리하는 키퍼가 주피터의 기억은 지우지만 휴대전화 이미지는 삭제하지 않는 것도 어색한 연출입니다. 21세기 지구인이 얼마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는지 키퍼는 모르는 듯합니다.
워쇼스키, 스페이스 오페라에 도전했지만…
액션 장면은 전개가 매우 빠르지만 산만하며 새로움은 없습니다. ‘매트릭스’를 통해 SF 액션의 장르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던 워쇼스키 남매의 재기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매트릭스’의 거대 시스템에 맞서는 구세주의 윤회 신화를 재탕했을 뿐입니다. 윤회를 소재로 한 것은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SF와는 무관했던 감독 데뷔작 ‘바운드’의 소박함이 그립습니다.
‘주피터 어센딩’의 서사는 너무나 진부해 127분의 평균적인 러닝 타임이 길고 지루하게 체감됩니다. 워쇼스키 남매는 ‘스타워즈’를 의식한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에 최근 유행 중인 젊은 여주인공의 판타지를 결합하지만 결과물은 신통치 않습니다.
등장하는 작품마다 배신하고 죽음을 맞는 것으로 유명한 숀 빈은 일시적으로 배신하나 이내 개심하며 죽음을 맞지도 않습니다. 배두나는 케인을 노리는 악역 라조로 등장하는데 비중은 많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또 다시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에 출연한 배두나이지만 극중에서 분장은 마치 중국인이나 일본인처럼 어색하기만 합니다.
매트릭스 - 첨단 액션으로 포장된 다층 철학 텍스트
매트릭스 리로디드 -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받는 운명
매트릭스 레볼루션 - 장대한 영웅 서사시의 종장
스피드 레이서 - 워쇼스키 형제에게 가족 영화는 어울리지 않는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 진부하고 산만한 분장 쇼
http://twitter.com/tominodijeh

어디서 본 듯한 요소들
‘주피터 어센딩’은 라나 워쇼스키와 앤디 워쇼스키 남매의 SF 액션 영화입니다. 1999년 작 ‘매트릭스’ 이래 2012년 작 ‘클라우드 아틀라스’까지 워쇼스키 남매는 꾸준히 SF 영화를 연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주피터 어센딩’은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점에서 전작들과 차별화됩니다. 전반적으로 ‘듄’과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들과 그들의 의상은 ‘듄’을 떠올리게 합니다. 케인이 사용하는 일렉트로닉 실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 등장했던 건간 족의 방패와 유사합니다. 레이저 빔의 발사 효과음과 같이 미세한 부분부터 다양한 우주의 종족과 공간적 배경은 ‘스타워즈’의 프리퀄 삼부작을 연상시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납치와 살해를 일삼는 키퍼가 지닌 단기기억상실을 유도하는 능력은 ‘맨 인 블랙’과 비슷합니다. 스팅어의 집을 떠나며 케인 등이 남긴 미스터리 서클은 ‘사인’을 연상시킵니다. 케인이 사용하는 그래비티 부츠는 ‘백 투 더 퓨처 2’의 호버 보드의 발전형처럼 보입니다.
중요 등장인물의 배치와 서사 구조는 최근 유행 중인 여주인공을 앞세운 판타지 소설의 영화화와 유사합니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능력을 모르고 있는 여주인공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근육질의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도 그러합니다. ‘주피터 어센딩’의 남자 주인공 케인이 라이칸탄트, 즉 늑대와 인간의 합성이라는 점도 엇비슷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도 있습니다. 시카고의 고층빌딩에서 카인이 주피터를 구출해 승천하는 장면은 ‘슈퍼맨’에서 슈퍼맨이 헬기에서 추락할 위기에 처한 로이스를 구해 날아오르는 로맨틱한 장면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카인의 옛 상관으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스팅어(숀 빈 분)의 외딴 집과 농장은 ‘슈퍼맨’에서 클락의 스몰빌의 집 및 농장과 닮았습니다. 결말에서 날개를 되찾아 비행하는 케인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엔젤을 연상시킵니다.
절차에 충실한 악역들, 왜?
‘주피터 어센딩’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발렘(에디 레드메인 분), 타이터스, 칼리크(튜펜스 미들턴 분)의 아브라삭스 삼남매가 노화 방지를 위해 인류의 정수를 뽑아내 활용한다는 설정입니다. 인류가 안티 에이징이라는 미명 하에 화장품 사용은 물론 수술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21세기의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지 않습니다. 춘추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수은을 섭취했던 사례를 보면 인류의 노화 방지 욕구는 실로 오랜 것입니다.
하지만 서사와 설정에 의문을 유발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브라삭스 형제는 악역임에도 의외로 절차에 얽매입니다. 타이터스는 주피터와 결혼하려 하며 발렘은 주피터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 그녀의 날인을 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대학살을 일삼으며 일개 행성도 쉽게 멸망시키는 악인들이 어째서 절차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인지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자신들의 권력과 무력을 앞세워 먼저 주피터를 살해한 뒤 전횡을 일삼아도 충분해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주피터와 케인을 돕는 것은 우주 경찰 노릇을 하는 전함 이지스입니다. 하지만 이지스가 누구를 등에 업고 약자의 편에 서서 우주의 지배자 아브라삭스 형제와 맞서는 것인지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독재 권력에 맞서 경찰이 아무리 투명해지고 공정해지려 노력해도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정의감 때문이라면 속편한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면 현대의 지구와는 시공간적 배경이 무관했던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주피터 어센딩’은 현대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외계인들 간에 교전을 벌이는 액션 장면을 삽입하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치열한 교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없으며 파괴된 건축물은 1주일 만에 자동적으로 복원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오밤중에 벌어진 교전이라 해도 시카고 정도의 대도시라면 교전에 휘말린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데 ‘주피터 어센딩’은 이를 외면합니다. 미군과 시카고 경찰, 언론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한 연출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에 앞서 영화 초반 키퍼의 움직임을 숨어서 촬영하던 주피터는 휴대전화 벨소리로 인해 발각됩니다. 잠시 후 주피터는 단기기억상실로 인해 키퍼의 존재 자체를 잊은 뒤 휴대전화 이미지에서 키퍼를 발견하고 놀랍니다. 무엇이든 꼼꼼하게 처리하는 키퍼가 주피터의 기억은 지우지만 휴대전화 이미지는 삭제하지 않는 것도 어색한 연출입니다. 21세기 지구인이 얼마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는지 키퍼는 모르는 듯합니다.
워쇼스키, 스페이스 오페라에 도전했지만…
액션 장면은 전개가 매우 빠르지만 산만하며 새로움은 없습니다. ‘매트릭스’를 통해 SF 액션의 장르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던 워쇼스키 남매의 재기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매트릭스’의 거대 시스템에 맞서는 구세주의 윤회 신화를 재탕했을 뿐입니다. 윤회를 소재로 한 것은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SF와는 무관했던 감독 데뷔작 ‘바운드’의 소박함이 그립습니다.
‘주피터 어센딩’의 서사는 너무나 진부해 127분의 평균적인 러닝 타임이 길고 지루하게 체감됩니다. 워쇼스키 남매는 ‘스타워즈’를 의식한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에 최근 유행 중인 젊은 여주인공의 판타지를 결합하지만 결과물은 신통치 않습니다.
등장하는 작품마다 배신하고 죽음을 맞는 것으로 유명한 숀 빈은 일시적으로 배신하나 이내 개심하며 죽음을 맞지도 않습니다. 배두나는 케인을 노리는 악역 라조로 등장하는데 비중은 많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또 다시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에 출연한 배두나이지만 극중에서 분장은 마치 중국인이나 일본인처럼 어색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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