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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모험의 시작 - 주성치 감독의 ‘삼장법사 비긴즈’ 영화

※ 본 포스팅은 ‘서유기 모험의 시작’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얼치기 퇴마사 현장(문장 분)은 요괴를 죽이지 않고 교화하려 최선을 다합니다. 강에서 물의 요괴(이상정 분)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현장은 퇴마사 단소저(서기 분)의 도움을 받습니다. 단소저는 현장에 끊임없이 구애하지만 현장은 단소저를 외면합니다.

오마주들

주성치가 감독을 맡은 2013년 작 ‘서유기 모험의 시작’이 뒤늦게 개봉되었습니다. 원제 ‘서유 항마편(西游 降魔篇)’이 말해주듯 서유기의 세계관 속에서 퇴마사 현장과 단소저가 요괴를 퇴치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코믹 판타지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동요집 ‘동요 300수’로 요괴를 교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어설픈 이상주의자 현장과 달리 단소저는 첨단 장비와 부하들을 지니고 있는 현실주의자입니다. 두 주인공은 물의 요괴 사오정, 돼지 요괴 저팔계(진병강 분), 원숭이 요괴 손오공(황보 분)의 순으로 맞닥뜨리게 됩니다.

강의 마을에 나타난 사오정을 격퇴하는 서두의 장면에서는 많은 영화들의 오마주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극중에서 사오정의 첫 번째 희생자로서 소녀의 아버지가 헤엄치다 살해당해 피가 물속에 번지는 장면은 ‘죠스’를, 사오정이 물 안팎을 들락거리며 사람들을 해쳐 마을을 쑥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괴물’의 서두를 연상시킵니다. 바구니에 담긴 아기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한 순간 현장과 마을사람들이 합심해 구하려는 장면은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장면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강의 마을은 하층민들로 구성되었는데 빈곤하고 꾀죄죄하지만 인정만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쿵푸 허슬’ 등에서 보여준 주성치 특유의 서민에 대한 애정이 두드러집니다.

현장이 손오공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몽타주 장면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방불케 합니다. 경극과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삽입되었습니다.

감정 이입 가능한 인물들

주요 등장인물들은 감정 이입이 가능한 인물들입니다. 현장은 불경의 화신 삼장법사가 되기 이전입니다. 선한 성품에 레게 파마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발하는 중반까지는 현장 배역을 맡은 배우 문장으로부터 성룡과 장학우가 겹쳐 보입니다.

현장은 자신을 깊이 사랑했던 단소저를 손오공이 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오공을 용서해 부하로 맞아들이는 성인의 면모를 과시합니다. 단소저의 유품은 손오공의 머리에 둘러지며 그에 앞서 서두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금고아가 됩니다. 손오공이 번뇌에 휘말려 말썽을 부릴 때마다 현장이 금고아를 조여 그를 통제하게 되는 ‘서유기’의 설정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사랑은 근본적으로 번뇌라는 점에서 금고아가 현장을 사랑했던 단소저의 유품에서 출발했다는 설정은 신선합니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대세인 슈퍼 히어로 영화의 리부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유기 모험의 시작’은 ‘서유기 삼장법사 비긴즈’라 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동일한 제작진과 캐스팅으로 후속편이 제작되어 ‘서유기’의 본편이 영화화되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하지만 러닝 타임의 상당 부분을 의존한 CG의 수준은 자연스럽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요괴로 출발한 사오정과 저팔계도 나름대로 아픈 과거를 지닌 인물들로 묘사되어 감정 이입이 가능합니다. 퇴치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결말에서 현장과 함께 서역으로 불경을 가지러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팔계가 절세미남으로 위장한 것도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주성치 주연 ‘서유기’ 2부작과의 비교

주성치가 감독을 맡은 대신 출연은 하지 않은 ‘서유기 모험의 시작’은 주성치가 주연, 유진위가 감독을 맡아 1995년에 공개된 2부작 ‘서유기 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공간을 오가며 상당히 복잡한 서사 구조를 지녔던 ‘서유기 월광보합’ 및 ‘서유기 선리기연’과 달리 ‘서유기 모험의 시작’의 서사 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시간 순으로 전개됩니다. 주성치가 출연하거나 그가 감독을 맡은 작품에서 드러나는 엽기성은 ‘서유기 모험의 시작’에서는 다소 약화된 듯도 합니다.

하지만 세 작품 모두 여성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묘사하며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을 묘사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사랑과 함께 인연이 중시되는 전개 또한 동양적이며 불교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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