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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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퀄라이저 - 비현실적 주인공, 덴젤 워싱턴이 살렸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더 이퀄라이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독신 남성 로버트(덴젤 워싱턴 분)는 단골 카페에서 알게 된 매춘부 알리나(클로이 모레츠 분)가 포주의 강압과 폭력에 시달리자 포주 일당을 살해합니다. 러시아 갱단 소속의 포주가 살해되자 러시아에서 해결사 테디(마튼 초카스 분)가 미국으로 건너옵니다. 테디는 부하들과 함께 로버트를 노립니다.

‘균형자’ 로버트

안톤 후쿠아 감독의 ‘더 이퀄라이저’는 1980년대 동명의 드라마를 영화화한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입니다. 원작 드라마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분한 주인공 조던의 아버지가 TV로 시청하는 장면이 삽입된 바 있습니다. 원작 드라마는 뉴욕을 공간적 배경으로 했지만 영화는 보스턴을 선택했습니다.

작품의 제목 ‘더 이퀄라이저(The Equalizer)’는 힘없는 선한 이들을 악의 세력으로 구해 세상에 균형을 부여하는 타이틀 롤 로버트를 뜻한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갱단과 부패 경찰이 갈취하거나 부정하게 모은 자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약자에 나눠주는 로버트는 홍길동, 로빈 후드 등 의적과 동격입니다.

로버트는 엄격한 완벽주의자입니다. 갱단이 그의 집에 침입해 “수도승과 같다”고 평한 대사처럼 항상 깔끔하며 규율을 중시하고 시간을 초 단위로 준수하려 노력합니다. 독서를 즐기는 그가 읽는 작품은 ‘노인과 바다’, ‘돈키호테’, ‘투명인간’ 등입니다. ‘노인과 바다’, ‘돈키호테’의 세상과 유리된 고집스러운 주인공은 로버트와 일치합니다. “기사가 필요 없는 세상에서 기사가 되려 한다”며 돈키호테를 규정하는 로버트의 대사는 곧 자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버트가 ‘투명인간’을 읽는 결말은 그가 투명인간과 같은 존재임을 상징합니다. ‘Invisible Man’을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번역한 한글자막은 ‘투명인간’이 옳을 듯합니다.

로버트의 정체는 정보전에 능하며 악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전직 정부 요원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형 마트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원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그의 과거를 묻는데 그는 실존했던 소울 아티스트 글래디스 나이트 앤 더 핍스의 핍스의 멤버 중 한 명이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원작 드라마에서 로버트는 영국 출신의 백인 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가 연기했는데 영화에서는 덴젤 워싱턴이 맡아 주인공의 인종이 흑인으로 바뀐 설정에 대한 농담으로 보입니다. 20세기를 풍미했던 TV의 음악 프로그램 ‘소울 트레인’에 글래디스 나이트 앤 더 핍스가 등장하는 장면도 동영상으로 삽입되어 원작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던 20세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덴젤 워싱턴의 카리스마 연기

비현실적인 주인공 로버트는 덴젤 워싱턴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통해 생생하게 입체화됩니다. 편집광적인 완벽주의, 무슨 일이든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것 같은 여유, 타협하지 않는 자존심, 조용한 대사 소화가 촉발시키는 위압감은 그가 이제껏 연기한 캐릭터들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선악 여부는 차이가 있으나 안톤 후쿠아와 호흡을 맞춰 200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던 ‘트레이닝 데이’를 연상키기도 합니다.

어린 여자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 홀로 목숨을 걸고 조직범죄세력과 맞선다는 점에서는 ‘맨 온 파이어’를 덴젤 워싱턴이 반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맨 온 파이어’에서 당시 최고의 아역 여배우 다코타 패닝과 호흡을 맞췄는데 ‘더 이퀄라이저’는 한때 최고의 아역 여배우였던 클로이 모레츠와 공연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배우의 초반 비중이 높다 중반 이후 줄어들고 덴젤 워싱턴의 액션이 강조된 뒤 결말에 여배우가 재등장하는 전개도 동일합니다.

잔혹한 액션

로버트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테디는 스페츠나츠 출신입니다. 캐주얼과 운동화 차림의 소박한 로버트와 달리 테디는 온몸에 가득한 문신을 말쑥한 정장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선과 악을 각각 상징하는 로버트와 테디의 선명한 대립 구도는 ‘더 이퀄라이저’의 원작이 1980년대 드라마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로버트와 테디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병기입니다. 따라서 ‘더 이퀄라이저’의 액션 장면은 상당히 잔혹합니다. 흥미롭게도 로버트는 총의 사용을 선호하지 않아 잔혹도는 더욱 상승합니다. 극중의 첫 번째 액션 장면에서 그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 오프너와 해골 모양의 묵직한 장식품 등을 이용해 포주 일당을 살해합니다. 그가 포주 일당을 살해하기에 앞서 해골 모양의 장식품을 그들 앞에 돌려놓는 장면은 저승사자를 연상시킵니다. 단골 카페에 찾아온 킬러를 해치울 때 사용하는 양장본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로버트는 근무지인 대형 마트에서 철조망, 드릴 등 총을 사용하지 않고 갱단 멤버들을 하나둘 차례로 살해합니다. 거울이 전시된 코너에서 잠시 고전하는 로버트이지만 테디를 살해할 때는 못 박는 기계를 총처럼 사용해 의외로 쉽게 해치웁니다.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정의의 심판을 하는 것처럼 장엄하게 묘사됩니다. 못 박는 기계의 사용은 ‘컬러 오브 나이트’를 연상시킵니다. 총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건으로 악인들을 살해하는 장면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악을 심판하고 고통스런 죽음을 선사한다는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더 이퀄라이저’는 매우 남성적인 영화입니다. 서사의 얼개는 전형적인데 중반에는 원작인 드라마처럼 분절적이라 산만한 측면도 있습니다. 전개 속도는 빠르지 않습니다. 액션 장면은 화려다기보다 굵고 짧습니다. 잔뜩 폼 잡는 마초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더 이퀄라이저’는 지루하며 잔혹하기만 한 작품으로 수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 주윤발의 미미한 할리우드 데뷔작
트레이닝 데이 - 하드 보일드 투 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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