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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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마키나 - 현학적 SF, 설정도 반전도 익숙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엑스 마키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형 검색 사이트 회사에 근무하는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리슨 분)은 이벤트에 당첨되어 CEO 네이든(오스카 아이삭 분)의 깊은 산 속 별장에 1주일간 머물게 됩니다. 칼렙은 네이든이 제작한 A.I.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 분)의 실험에 참가합니다. 칼렙은 에이바에 여성적 매력을 느끼고 사랑에 빠집니다.

익숙한 SF 요소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엑스 마키나’는 매력적인 A.I.와 두 명의 남성이 두뇌 싸움을 벌이는 줄거리의 SF 스릴러입니다. 네이든은 에이바를 제작했지만 그녀에 자유를 부여하지 않는 반면 에이바를 사랑하게 된 칼렙은 그녀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합니다.

높은 지능을 지닌 매력적인 여성형 로봇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SF 고전인 1927년 작 ‘메트로폴리스’를, 신체 부위와 피부를 부품처럼 갈아 끼우는 섹시한 사이보그가 주인공이며 그녀와 유사한 체형의 또 다른 사이보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공각기동대’를, 자신을 인간과 동일하다고 여기는 A.I.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A.I.’를, 체형이 매우 날씬해 기괴함마저 자아내는 로봇은 ‘아이, 로봇’을, 에이바가 자신이 A.I로서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반전은 ‘더 문’을 연상시킵니다. CCTV와 검색 사이트 기록 등을 종합한 치밀한 감시 체계와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A.I.의 극도의 발달은 최근 SF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블레이드 러너’와의 유사점

서사의 뼈대를 비롯한 상당한 요소는 ‘블레이드 러너’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사실성을 강조하는 뿌연 톤의 영상, 팜므 파탈 여성형 로봇(레플리컨트)과 만난 인간 남성의 사랑, 주인공 남성이 자신의 정체가 로봇이 아닌지 관객에 질문을 던지는 장면, 로봇을 만든 천재 개발자가 로봇에 살해당하는 결말 등은 답습하거나 혹은 변주했습니다.

‘엑스 마키나’에서 가장 인상적인 반전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등에 흉터가 남은 칼렙이 자신의 정체가 로봇이 아닌지 의심하는 장면입니다. 자신의 신상이 훤히 파악되어 실험체로 선택된 것에 칼렙의 의문은 증폭됩니다. 칼렙은 면도칼로 자신의 팔을 그어 기계 부품이 나오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T-800의 기계 팔을 떠올리게 하는 의도적인 연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엑스 마키나’의 고어의 강도가 급상승하는 장면입니다.

칼렙이 자신의 손의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확인하는 장면은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컨트 로이가 손의 이상으로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이보그로 밝혀진 ‘블레이드 러너’의 주인공 데커드와 달리 ‘엑스 마키나’의 칼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SF 스릴러의 전형적 요소들에 익숙한 일부 관객이 칼렙이 로봇이 아닌지 의심하도록 한 뒤 당초의 전제를 뒤집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전개입니다.

노골적인 성인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의 차이점은 ‘엑스 마키나’가 보다 노골적인 성인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블레이드 러너’에 섹스 코드가 포함되었으나 두드러지지는 않았는데 ‘엑스 마키나’는 A.I.로 분한 매력적인 여배우들의 음모 노출 등 수위가 상당합니다. 또 다른 A.I. 쿄코(미즈노 소노야 분)를 노예처럼 부리며 그녀와의 섹스를 즐기는 네이든은 에이바가 섹스가 가능하다며 칼렙을 충동질합니다. 그에 앞서 네이든은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인간과 유령의 오럴 섹스를 언급하며 인간과 로봇의 섹스가 가능함을 암시합니다.

고어도 지니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 속 등장인물들이 광기에 휘말리면서 유혈은 피할 수 없습니다. 식칼과 면도칼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스릴러 영화 특유의 교과서적 용도로 사용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교코와 에이바가 네이든의 몸을 식칼로 찌르는 장면에서 칼날이 손쉽고 부드럽게 깊숙이 박히는 연출은 독특합니다. A.I.의 움직임이 인간과 다름을 강조합니다.

반전과 현학, 새롭지 않아

‘엑스 마키나’는 반전을 강조하는 스릴러이지만 서사의 흐름과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A.I.가 결국 인간을 농락하는 결말은 새롭지 않습니다. 에이바가 홀로 산 속 별장을 빠져나가 도심을 활보하는 마지막 장면은 일찌감치 암시된 것이기도 합니다.

몇몇 반전도 예측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칼렙의 이벤트 당첨은 허위였고 쿄코 또한 A.I. 였으며 에이바가 진심으로 칼렙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반전은 딱히 놀랍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벤트 당첨의 진위 여부와 쿄코의 정체를 처음에는 의심하지 않은 칼렙의 무신경함을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돔놀 글리슨이 ‘프랭크’에 이어 또 다시 모험에 휘말리는 순진한 회사원으로 출연했지만 ‘엑스 마키나’에서는 최고 수준의 유능한 프로그래머임을 감안하면 허술한 전개입니다.

칼렙이 자신의 손목을 면도칼로 그은 상처가 매우 깊어 출혈이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치료 장면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어색합니다. 외과적 봉합을 하지 않는 이상 반창고 수준으로 메울 수 없는 상처인데도 다음 장면에서는 손의 움직임이 약간 무딘 것 외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에이바는 별장 탈출을 앞두고 먼저 제작된 A.I.의 팔과 피부를 이식합니다. 하지만 에이바는 서양인 여성의 외모인데 반해 그녀가 이식받는 A.I.의 피부는 동양인의 것입니다. 서양인 여성의 얼굴에 동양인 여성의 피부를 몸에 합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장면에서 피부 톤의 부자연스러움은 없습니다. 단지 처음에 접합선만이 드러날 뿐입니다.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연출입니다.

전반적으로 장면의 속도가 느린 것도 약점입니다. 개별 장면에서 관객에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 호흡을 늦춘 것으로 보이지만 지루합니다. 108분의 러닝 타임에서 속도감을 부여하면 90분이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사실성을 부여하려는 뿌연 톤의 영상은 답답함을 부채질합니다.

‘엑스 마키나’는 철학적 SF로 규정받고 싶은 욕심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현학 이상의 새로움과 깊이는 없습니다. 실질적 등장인물이 4명에 불과한 소규모 작품임을 감안하면 영화보다는 연극으로 연출하는 편이 보다 흥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JSA 2015/01/24 15:14 #

    개인적으로 기계의 뒤통수(?)를 꽤 즐겁게 봤지여.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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