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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 - 치밀한 SF 스릴러 속, 숨겨진 요소들 영화

※ 본 포스팅은 ‘타임 패러독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인의 성전환 암시


타임 패러독스 - SF판 ‘여자의 일생’’에 이은 두 번째 글입니다. ‘타임 패러독스’는 고아로 태어난 여성이, 성전환해 미래에서 온 자신과 결혼해 자기 자신을 낳으며, 동시에 테러범이 된 자신을 살해한다는 줄거리의 SF 스릴러입니다.

주인공 제인이 자신의 부모가 되며 동시에 자식도 되는 극중 전개가 가능한 이유는 성전환입니다. 고아원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교통사고 위기를 모면한 뒤 분을 못이긴 제인은 승용차 전조등을 주먹으로 쳐 파손합니다. 승용차주는 제인을 향해 ‘Son of Bitch(개자식)’라 욕합니다. 제인이 소녀임을 감안하면 남자를 일컫는 ‘Son(아들)’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인이 성전환 수술을 통해 남자가 될 것을 암시하는 대사입니다.

성격이 모난 제인은 친구도 없으며 툭하면 고아원 원생들과 주먹 싸움을 벌입니다. 상대의 코를 정통으로 가격하는 것이 그녀의 특기입니다.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에 어울리는 주먹 싸움에 능한 것 역시 그녀가 남성이 될 것을 암시합니다. 제인이 늙어서 된 피즐 폭파범 또한 상대의 코를 정통으로 가격하는 스타일을 고수합니다. 제인의 중년 남성 버전 바텐터는 피즐 폭파범에게 폭파 테러 시도 현장에서 코를 얻어맞습니다. 처녀 제인과 성전환 미혼모 등 다채로운 성과 나이, 신분을 연기한 사라 스누크의 섬세한 연기는 매우 훌륭합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만큼 ‘타임 패러독스’는 각각의 시간대를 다양한 분위기의 영상으로 제시합니다. 템포럴 사무국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비밀 집단을 묘사하는 만큼 차가운 금속성의 SF 특유의 분위기의 영상입니다. 반면 제인이 미혼모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화사한 분위기의 로맨스 영화의 영상입니다. 제인이 태어나는 20세기 중반은 당대에 제작된 영화처럼 색상이 어둡고 무겁습니다. 시간 속을 영원히 헤매는 불행한 삶의 시작을 반영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피즐 폭파범

폭파 테러 시도 현장에서 피즐 폭파범은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는 미혼모와 그를 돕는 바텐더를 각각 살해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얻지만 살해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혼모나 바텐더를 살해할 경우 자신이 소멸, 곧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중년 시절까지만 해도 피즐 폭파범을 잡고 말겠다는 사명감과 정의감에 불탔던 바텐더는 늙은 뒤 피즐 폭파범, 즉 악의 화신으로 돌변합니다. 그가 돌변한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지녀온 자기 우월 의식에서 비롯된 외톨이 경향이 불우한 삶으로 인해 심화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혼모는 바텐더에게 인간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습니다. 게다가 시간 여행 점프를 반복하다 치매와 정신병까지 겹쳤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폭파 테러 시도 현장인 건물 지하실과 죽음을 맞이한 빨래방에서 피즐 폭파범은 뒷머리를 길러 여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바텐더가 노년을 맞아 피즐 폭파범이 되면서 여성, 즉 제인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인이 스페이스 코프에서 해고된 뒤 가정부가 되었을 때 흑백 TV 드라마에서 “마녀(Witch)”라 언급하는 대사는 제인이 늙은 뒤 사악한 피즐 폭파범이 될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바텐더가 여성이라는 암시

제인이 남성이 될 것이라는 암시뿐만 아니라 바텐더가 여성이라는 암시도 있습니다. 술집에서 미혼모 제인과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바텐더의 등 뒤로 ‘Ladies’라는 간판이 여러 차례 보입니다. ‘여자 화장실’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바텐더의 정체가 ‘Lady(숙녀)’였음을 알려주는 노골적 복선입니다. 의도적인 소품 활용 및 미장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혼모와 바텐더가 나란히 섰을 때 키가 동일한 것도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암시입니다. 바텐더가 미혼모를 템포럴 요원으로 스카우트했을 때 그녀의 안경을 끼고 가는 장면은 두 사람이 동일 인물임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두 번의 기회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살해하겠느냐?”는 서두의 바텐더의 대사는 극중에서 두 번에 걸쳐 실제 상황으로 연결됩니다. 첫 번째는 미혼모 제인이 과거로 시간여행해 출산 전 제인을 만나는 장면입니다. 미혼모 제인은 자신을 임신시킨 남성을 찾아 살해하려 하지만 그 남성이 곧 자신임을 알고 포기합니다. 오히려 임신 전의 자신에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임신시킵니다. 우월 의식이 강하기에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대상은 자신뿐이었던 것입니다. 지독한 나르시시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바텐더가 피즐 폭파범을 빨래방에서 발견한 장면입니다. 피즐 폭파범은 자신을 살해하려는 바텐더에게 자신들의 삶의 영원한 쳇바퀴를 바꾸자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바텐더는 피즐 폭파범을 살해해 자신을 죽입니다. 다른 의미의 자살입니다. 바텐더의 여생에는 늙은 피즐 폭파범이 되어 중년의 바텐더가 자신을 살해하러 오는 것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자신을 망친 이를 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는 살리지 못했지만 두 번째 기회는 살린 것입니다.

‘타임 패러독스’는 SF의 대가이자 원작자 로버트 A. 하인라인의 1959년 작 단편 소설 ‘All You Zombies’를 원작으로 합니다. 극중에서는 후반부에 바텐더의 내레이션에 원작의 제목 ‘All You Zombies’가 삽입됩니다.

타임 패러독스 - SF판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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