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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 - 다르덴 형제의 신자유주의 본격 비판 영화

※ 본 포스팅은 ‘내일을 위한 시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고된 노동자 산드라(마리온 코티아르 분)는 복직을 위해 옛 동료들의 투표를 다시 거쳐야 합니다. 동료들을 주말 동안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와중에 산드라는 긴장감과 우울증으로 인해 극도의 고통에 시달립니다.

해고된 여성 노동자의 1박 2일

다르덴 형제가 연출을 맡은 ‘내일을 위한 시간’은 벨기에를 배경으로 중소기업에서 해고된 생산직 여직원이 복직을 위해 옛 동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산드라는 16명의 동료 중 절반이 넘는 9명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산드라의 복직을 위해서는 동료들이 보너스를 포기해야만 합니다.

사장의 투표 방침이 확정된 것이 금요일이며 투표는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주말 이틀 동안 산드라는 동분서주합니다. 원제 ‘Deux jours, une nuit’는 ‘이틀 낮, 하룻밤’으로 산드라의 주말 이틀을 의미합니다. 우리말 ‘1박 2일’과 엇비슷한 제목입니다. 액션 및 스릴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시한폭탄이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는 월요일의 복직 투표인 셈입니다. 시간제한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설정입니다.

과거 회상 장면의 삽입은 없으며 시간 순으로 직선적으로 전개됩니다. 산드라와 주변 인물들의 과거는 대화를 통해서만 암시될 뿐입니다. 95분의 러닝 타임 내내 속도감이 유지됩니다.

신자유주의 본격 비판

‘내일을 위한 시간’은 노동자의 해고가 자유로운 신자유주의를 본격적으로 비판합니다. 요리사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산드라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복직이 간절합니다. 복직을 위한 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녀는 자존심을 버리고 간절히 애원합니다.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옛 동료들을 통해 성악설과 성선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극단적 이윤 추구와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복지와 배분 중시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옛 동료 중 일부는 산드라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며 그녀가 자신을 배려했던 과거를 떠올려 눈물을 흘리거나 혹은 남편과의 결별을 결심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 앞에는 부모자식도 없다’는 말처럼 산드라를 지지하겠다는 아버지에 폭력을 행사하는 아들도 있습니다. 집에 있으면서 없는 척하며 산드라를 외면하는 이도 있습니다. 면전에서 보너스가 필요하다며 산드라에 대한 지지 불가를 말하는 이들은 양반입니다.

만일 한국이었다면 면전에서 “나는 보너스가 필요해 당신의 복직을 지지할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이는 드물 듯합니다. 서유럽과 한국의 분명한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한 자본주의의 민낯이 노출되며 노동자 개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소위 ‘갑질’이 횡행한다는 점에서 ‘내일을 위한 시간’은 한국의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실적 연출, 명예로운 패배

‘내일을 위한 시간’은 매우 사실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극중에 삽입되는 음악은 배경 음악이 아니라 카 오디오 등 현장의 효과음에 가깝습니다. 새 소리, 곤충 소리, 자동차 소리 등의 소음도 강조됩니다. 여러 대가 아닌 하나의 카메라에만 의존해 핸드 헬드로 촬영하는 롱 테이크가 많아 마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마리온 코티아르는 미모를 자랑하는 세계적 여배우이지만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하는데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다크 서클이 두드러집니다. 의상 또한 전혀 튀지 않는 일상복입니다. 그녀의 뒷모습이 유독 자주 비춰지는 것은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하는 힘없는 노동자의 현실을 강조하는 연출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옛 동료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로 평범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출연해 사실성을 배가시킵니다.

결말에서 산드라는 1명의 지지가 부족해 복직에 실패합니다. 노동 계급의 연대는 자본의 힘 앞에 분쇄됩니다. 아시아의 경쟁사의 저임금으로 인한 자사의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사장은 산드라와의 면담에서 두 달 후 비정규직 직원과의 재계약을 포기할 테니 복직하라고 제안합니다. 전날 밤 비정규직 직원은 산드라에 대한 지지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사장의 달콤한 제안은 산드라에게는 은혜를 배반하는 ‘악마의 유혹’인 셈입니다. 하지만 산드라는 타인의 해고를 통해 자신이 복직할 수 없다며 제안을 거부합니다. 타인에게 이기심을 버릴 것을 호소했으니 자신도 이기심을 버리고 정의를 선택한 것입니다.

공장을 빠져 나온 산드라는 패배했지만 표정이 밝습니다. 복직하지 못했지만 첫째, 최선을 다했으며 둘째, 이기심과의 타협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명예로운 패배’를 선택한 산드라의 뒷모습이 외롭지 않으며 밝게 연출된 결말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엔딩 크레딧에도 음악이 삽입되지 않으며 산드라가 걸어가는 뒷모습의 주변 소음이 생생하게 삽입됩니다. 산드라가 희망을 가지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부정한 상황에 놓인 여성의 투쟁이라는 점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를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습니다. 힘 있는 다수와 홀로 싸워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소외를 조명한 매우 정치적인 영화로 비극적 결말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 묻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음악의 삽입을 최소화하고 사실성을 강조하는 연출도 이창동 감독의 작품들과의 공통점입니다.

세 가지 의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위한 시간’의 사실성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우선 동료의 복직과 보너스 중 노동자들에게 택일을 시키는 투표는 벨기에 현지에서 노동법 위반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너무나 비인간적인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르덴 형제가 법에 위반되는 설정을 일종의 상황극처럼 연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장보다는 반장이 더 권한이 막강한 것처럼 보이는 설정도 사실성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사장은 산드라의 복직에 대해 회의적이지는 않으나 반장은 비열한 물밑작업에 나서는 등 기를 쓰고 산드라의 복직을 막으려 합니다. 중간관리자 반장의 강경함에 CEO인 사장이 오히려 눈치를 봅니다. 위계서열을 감안하면 어색한 설정입니다. 회사의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는 것도 궁금증을 증폭시킵니다.

자전거 탄 소년 - 성장, 잔혹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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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타누키 2015/01/11 09:37 #

    반장이나 사장의 이야기는 모두 줄리엣이 지어낸 이야기 아닌가요? 마치 사측에서 압박하는 것처럼 꾸며 재투표를 이끌어 낸 것도 그렇고 모두 거짓인데 줄리엣이 모종의 잘못된 노조 롤까지 겸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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