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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 복잡한 성적 취향, 팽팽한 긴장감 영화

※ 본 포스팅은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했던 클레어(아나이스 드무스티에 분)와 로라(이실드 르 베스코 분)는 각각 질레(라파엘 페르소나즈 분), 데이빗(로망 뒤리스 분)과 결혼합니다. 하지만 로라는 딸 루시를 출산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사망합니다. 클레어는 여장을 한 데이빗에 이끌리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합니다.

독특한 성적 취향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1985년에 출간된 루스 렌델의 단편 소설을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영화화했습니다. 우정을 넘어 동성애 관계를 유지했던 친구 로라의 사망 후 그녀의 남편 데이빗과 사랑에 빠지는 유부녀 클레어가 주인공입니다. 데이빗은 여성의 옷을 입고 화장을 간절히 하고 싶어 하는 의복도착자입니다. 여성의 의복을 착용한 데이빗을 클레어는 '버지니아(Virginia)'로 부릅니다. '처녀'로 해석할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작명입니다.

중요 등장인물들의 성적 취향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클레어와 로라는 동성애자로 암시되지만 각각 남성과 결혼합니다. 로라는 출산을 합니다. 클레어는 남편 질레와의 섹스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클레어와 로라는 양성애자의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로라의 남편 데이빗은 복장도착자이지만 동성애자는 아닙니다. 따라서 데이빗은 여장을 하고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이끌립니다. 클레어와 여장을 한 데이빗, 즉 버지니아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입니다. 유일하게 성적 취향이 단순한 인물은 이성애자 질레입니다. 클레어는 질레가 데이빗과 동성에 관계에 빠지는 상상을 하지만 그야말로 상상에 그칩니다. 질레의 비중은 주변 인물에 머뭅니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성적 취향처럼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매우 중층적이며 복잡한 사랑 영화입니다. 기본적 장르는 드라마이지만 상황 설정이 독특해 시트콤과 같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며 때로는 스릴러에 필적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에 힘입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까지지 몰입감을 유지합니다.

로라의 대체도, 데이빗도 아닌 버지니아

로라가 버지니아와 처음 가까워지는 계기는 버지니아가 죽은 로라의 옷을 입고 있을 때입니다. 로라와 버지니아 모두 큰 키에 마른 체형이며 얼굴도 길쭉해 이미지가 비슷합니다. 캐스팅과 의상부터 세심하게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로망 뒤리스는 '무드 인디고'와는 달리 2개의 성을 동시에 열연해 진한 잔상을 남깁니다.

클레어는 버니지아와 둘만의 별장 여행을 떠납니다. 각자의 침실에 든 뒤 버지니아를 의식하던 클레어는 로라와 섹스 직전까지 가는 꿈을 꿀 정도로 버지니아에 로라를 이입합니다.

갈등에 시달린 클레어가 결별을 선언하자 충격을 받은 버지니아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클레어가 버지니아를 깨어나게 하면서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이 시작됩니다. 즉 클레어가 로라의 대체도, 데이빗도 아닌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버지니아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강렬한 편집과 연출

편집과 연출은 서두부터 강렬합니다. 죽은 로라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관에 들어가며 배경 음악으로는 '결혼 행진곡'이 연주되고 장례식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등장인물의 흉사를 위해 경사스런 옷을 입히는 극단적으로 역설적인 연출입니다.

장례식에서 로라와의 관계를 클레어가 회고합니다. 로라와 클레어의 긴 세월의 우정은 단 몇 분 만에 압축되어 속도감 넘치게 편집되었습니다. 어린 로라와 클레어가 손바닥에 피를 낸 뒤 맞잡으며 우정을 약속하는 장면은 죽음을 앞두고 병실에 누운 로라의 손을 클레어가 맞잡는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어린 시절 클레어가 로라와 함께 놀던 별장의 그네와 숲의 다리는 성인이 된 클레어가 버지니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다시 한 번 등장해 반복됩니다.

가장 중요한 반복은 사랑하는 이의 옷을 입혀주는 두 번의 장면입니다. 서두에 제시된 죽은 로라의 웨딩드레스는 데이빗이 직접 입혀준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영원히 작별하기 직전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결혼식에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다시 입힌 것입니다.

데이빗, 즉 버지니아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클레어는 버지니아가 입고 싶어 했던 여성복을 입혀주고 화장을 시켜줍니다. 클레어의 정성에 힘입어 버지니아는 눈을 뜹니다. 남자로서의 죽음과 여자로서의 재탄생을 상징합니다. 데이빗이 로라에 웨딩드레스를 입혀주는 장면이 죽음을 위한 것이라면 클레어가 버지니아에 여성복을 입혀주는 장면은 죽음과 더불어 부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장면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세월의 흐름과 새로운 사랑을 제시하는 '나의 새로운 여자친구'는 서사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클럽 아마존과 버지니아 호텔

공간적 배경의 이름도 절묘합니다. 클레어와 버지니아가 여행을 떠난 별장 근처의 다양한 성적 취향의 소수자들이 결집한 나이트클럽은 그리스 전설의 여성 전사들의 공동체의 '아마존(Amazon)'에서 따왔습니다. 이곳에서 여장남자 가수가 부른 노래는 버지니아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도록 클레어가 여장을 시켜줄 때 다시 부릅니다. 그에 앞서 클레어와 버지니아가 처음 섹스를 시도하다 실패해 버지니아의 교통사고의 빌미를 제공하는 호텔의 이름이 '버지니아'인 것도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버지니아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7년 뒤 루시는 학교에 다닙니다. 하교하는 루시를 버지니아와 클레어가 학교 앞에서 맞이합니다. 버지니아와 클레어 모두 자신의 성적 취향을 분명히 커밍아웃해 행복해졌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서두의 로라의 장례식 장면에서 클레어가 “로라의 가족을 보살피겠다”고 한 약속이 결말이 그대로 성사되었습니다. 극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7년 전 장면에서 스마트폰이 등장했으니 그로부터 7년 뒤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근 미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나의 은밀한 여자친구'였다면?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에서 '나'는 클레어를, '사적인 여자친구'를 버지니아를 뜻합니다. 버지니아, 즉 데이빗은 자신이 의복도착자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죽은 로라를 제외하면 누구도 모르는 클레어 역시 동병상련이기에 버지니아의 비밀을 숨겨줍니다. 원제 'Une nouvelle amie'는 '새로운 여자친구'를 의미합니다. 즉 클레어에게 로라를 대신해 새롭게 나타난 버지니아를 뜻합니다. 국내 개봉명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가 의역임을 감안하면 의역을 할 바에는 '나의 은밀한 여자친구'가 관심을 유발하기에 유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남녀 배우들의 성기가 노출됩니다. 서사의 맥락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장면으로 모자이크나 삭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하게 성기 노출과 섹스 장면을 묘사한 '맵 투 더 스타'는 왜 성기 노출 장면에서 모자이크 처리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TvolT 2015/01/07 03:57 #

    개봉관이 너무 적어서 상영중인지도 몰랐습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 영화는 힘 닿는데까지 보는데
    덕분에 상영관 찾아서 볼 수 있을것 같네요.
    늘 너무 나갔다 싶다가 망가지지 않게 마무리
    하는 작품이 많던데 이번 영화는 오래간만에 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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