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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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 - SF판 ‘여자의 일생’ 영화

※ 본 포스팅은 '타임 패러독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술집을 찾은 미혼모(사라 스누크 분)는 고아였던 어린 시절과 임신 및 출산의 사연을 바텐더(에단 호크 분)에게 고백합니다. 신분을 숨기고 있지만 피즐 폭파범을 잡는 것이 일생의 목표인 바텐더는 시간을 넘나드는 '템포럴 요원(Temporal Agent)'으로 미혼모를 스카우트합니다.

나는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의 어머니

'타임 패러독스'는 SF의 대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1959년 작 단편 소설 'All You Zombies'를 마이클 스피어리그와 피터 스피어리그 쌍둥이 형제 감독이 연출을 맡은 SF 영화입니다. 둘은 각본도 함께 썼으며 마이클 스피어리그는 제작을, 피터 스피어리그는 음악까지 나눠 맡았습니다.

'타임 패러독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합니다. 바텐더로 신분을 위장한 주인공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양한 시간의 층위에서 제시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로 본인이라는 설정입니다. 주인공은 제인이라는 이름으로 고아원에서 자란 뒤 미혼모가 됩니다. 그녀를 임신시킨 남자는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그녀 자신입니다. 양성을 지니고 있던 제인은 출산의 후유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성전환 수술로 남자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미혼모 제인의 고백을 들어주던 중년의 바텐더 또한 그 자신입니다. 그는 두 사람의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갓난아기 제인, 즉 자기 자신을 고아원에 맡깁니다.

영화의 원제는 '운명 예정설'을 뜻하는 'Predestinaion'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시간이 예정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곧 자신의 아버지 겸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시간의 역설을 반영한 한국 개봉명 '타임 패러독스(Time Paradox)'는 영화의 줄거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제목입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원작 소설에도 등장한 노래 'I'm my own grandpa(나는 나의 할아버지)'는 영화에서는 바텐더가 미혼모를 타임머신이 숨겨진 지하실로 데려가며 흥얼거립니다.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을 동시에 암시하는 노래입니다.

그에 앞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화제에 오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또한 영화의 결말을 암시합니다. 바텐더는 일평생 추적해온 피즐 폭파범 또한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를 살해합니다. 그야말로 자신에 의해 태어나 자신의 손으로 생을 마감하는 가운데 시간 속을 영원히 여행한다는 점에서 불교의 윤회를 떠올리게 합니다. 좀처럼 마음이 맞는 이성을 만날 수 없었지만 첫사랑과 첫 섹스, 그리고 임신의 대상이 된 상대가 자신이라는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타임 패러독스'는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터미네이터', '백 투 더 퓨처', '12몽키즈'와 같은 영화들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한 명의 인간이 시간 여행을 통해 동일한 시공간에 두 명 이상 함께 등장하는 전개는 '백 투 더 퓨처'와 '12몽키즈'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전보다는 흐름에 집중해야

'타임 패러독스'의 반전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가운데 제인을 임신시킨 남성의 얼굴이 제시되지 않는 연출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제인(Jane)이 '신원미상의 여성'을 뜻하는 '제인 도우(Jane Doe)'임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후반부 바텐더는 '신원미상의 남성'을 뜻하는 '존 도우(John Doe)'의 이름을 사용합니다. 물론 존 도우와 제인 도우는 동일 인물입니다. 바텐더의 상관 로버트슨(노아 테일러 분)이 바텐더와의 대화에서 피즐 폭파범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장면을 통해 바텐더가 곧 피즐 폭파범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반전보다는 한 사람의 복잡한 일생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관람하는 편이 흥미를 배가시킬 것입니다.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에 집중해 퍼즐을 맞추듯이 각각의 시간대에 흩어진 흔적들을 재구성해 해석한다면 출생부터 죽음까지 SF판 '여자의 일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복 관람의 여지도 있습니다.

참신한 발상을 전면에 내세워 SF 영화 팬들 사이에는 상당한 화제와 토론이 일으키는 작품이 될 듯하나 대중적인 영화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액션 장면이 많지 않으며 SF 영화에 기대하는 새로운 볼거리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서두에 등장하는, 폭발물을 담아 폭발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제외하면 새로운 볼거리는 없습니다. 악기 케이스가 타임머신이라는 설정은 딱히 참신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을 여행하며 최대한 튀지 않고 적응하기 위해 그 시대에 걸맞은 복장과 무기를 활용한다는 설정 때문입니다. 시간여행 장면도 특별한 볼거리 없이 간소화되었습니다. 단 많지 않은 액션 장면에서 총격음과 타격음은 인상적입니다.

스케일 또한 작습니다. 바텐더와 제인, 그리고 로버트슨까지 세 명의 등장인물이 사실상 전부인 철저한 미니멀리즘 SF 영화입니다. 바텐더와 제인이 동일 인물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등장인물은 2명에 불과합니다. 로버트슨의 비중이 크기 않기 때문에 모노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력적인 영화이지만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도 못지않은 매력을 뿜어낼 수 있을 듯합니다.

제인으로 등장한 사라 스누크는 중성적 매력을 선보입니다. 바의 등장 장면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조디 포스터를 합친 듯한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바텐더와 제인이 처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 고아원의 회상 장면으로 연결되기까지 도입부의 둘의 대화는 호흡이 길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5/01/05 21:30 #

    워낙 복잡한 트릭이라 영상화하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여기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었군요.
    폭파범 얘기는 아마도 흥미를 더하기 위해 덧붙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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