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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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 실화의 영화화, 결코 쉽지 않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테너 재철(유지태 분)은 오페라 무대에서 인정받으며 아내 윤희(차예련 분)와 어린 아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성대 이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게 된 재철은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성대의 상당 부분을 절개합니다.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재철은 좌절합니다.

사와다와의 우정 인상적

김상만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The Tenor Lirico Spinto)'는 서정적(Lirico)이며 압도적(Spinto)인 테너였지만 암으로 목소리를 잃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친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배재철은 물론 아내 이윤희의 이름까지 그대로 사용해 실화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재철이 수술과 재활을 거쳐 완벽하지 않은 목소리로도 무대에 서는 도전에 나선다는 결말입니다.

배재철 부부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장인물은 재철의 매니저 사와다 코지(이세야 유스케 분)로 실존 인물 와지마 토타로의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재철과 사와다의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사와다는 재철이 유능한 일본인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재기 무대를 마련해주며 자신감을 불어넣습니다. 아내 윤희를 제외하면 재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로 매니저를 넘어 친구이자 동반자가 됩니다. 이세야 유스케는 '허니와 클로버',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 국내 개봉작을 통해 익숙한 배우입니다.

볼거리 부족

실화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필요조건이 존재합니다. 극영화에가 반드시 갖춰야하는 '재미'입니다. 시각적 쾌감이나 극적 서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초반부 재철이 독일과 일본에서 주역을 맡은 두 번의 오페라가 볼거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정된 무대에 의존하는 오페라를 커다란 스크린에 매력적으로 채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도 한계를 드러냅니다.

게다가 중반 이후 결말까지 재철이 완벽한 목소리를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반 이상의 볼거리는 제공하지 못합니다. 클라이맥스인 일본에서 재철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장면은 번외공연이었기에 초반의 오페라 장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습니다. 결말의 주인공의 눈물과 군중의 박수갈채 연출은 진부합니다. 관객보다 먼저 감정을 잡고 앞서나가는 실화 기반 영화의 전형적 귀결에 이릅니다.

등장인물 전형적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평면적이라 서사를 이끌고 가는 힘이 부족합니다. 과연 성악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된 유지태의 노래 솜씨는 의외로 무난합니다. 1년 간 4시간 씩 성악을 연습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희로애락의 표정 연기가 풍부하지 못한 약점은 여전합니다. 윤희 역의 차예련의 한국어 대사 처리는 남편에 용기를 불어넣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부자연스럽습니다.

허구의 인물로 사실상 유일한 악역 멜리나(나타샤 타푸스코비치 분)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과장된 악녀 캐릭터를 빼다 박았습니다. 재철의 재능과 실력을 질투하는 것으로 모자라 윤희가 합창단 오디션에 테스트 받는 것도 방해하는데 입체감이 부족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구별이 너무나 뚜렷해 평면적입니다. 일반 관객들은 궁금하지만 잘 모르는 오페라 업계의 내밀한 속살을 엿보는 장면도 없습니다.

사와다의 기획사 신입사원 미사키(키타노 키이 분)가 초반에는 활력을 불어넣지만 중반 이후 비중이 감소합니다. 재철의 외아들은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아역 캐릭터는 활용도에 따라 관객의 감정 이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진함을 남깁니다.

서사 완급조절 실패

서사의 측면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철은 독일을 떠나 한국에 돌아온 뒤 곧바로 사와다로부터 수술을 제의받습니다. 귀국 후 재철이 다른 직업을 알아보지만 여의치 않아 자신의 길은 노래뿐이라는 절박함을 자각하는 장면이 삽입되었다면 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 재철이 재기 공연을 코앞에 앞두고 갈등하는 장면은 너무나 길게 편집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재기 공연 직전 재철은 횡경막까지 도려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뒤 재기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채 거리를 방황합니다. 하지만 방황 장면이 매우 길어 지루합니다. 방황을 끝내고 공연장으로 돌아오는 이유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114분의 러닝 타임에서 10분은 덜어내 압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완급조절에 아쉬움이 남는 서사와 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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