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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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으로 - 흥미로운 시도, 결과물은 실망 영화

※ 본 포스팅은 ‘숲속으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베이커(제임스 코든 분)와 그의 아내(에밀리 블런트 분)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합니다. 마녀(메릴 스트립 분)는 베이커 부부에게 4가지 물건을 가져오면 임신시켜주겠다고 합니다. 4가지 물건이란 하얀 젖소, 빨간 망토, 금색 구두, 그리고 옥수수와 같은 노란 머리칼입니다.

화려한 캐스팅

‘숲속으로’는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디즈니가 영화화하며 롭 마샬 감독에 연출을 맡겼습니다. ‘빨간 망토’, ‘잭과 콩 나무’, ‘신데렐라’, ‘라푼젤’ 등 익숙한 동화들을 짜깁기하고 재해석한 코미디 뮤지컬입니다. 성인용의 요소가 강해 한때 유행했던 잔혹 동화에 가깝습니다. 원작에 해당하는 동화들은 대부분 유럽의 것인데 할리우드 영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막강한 힘으로 인해 ‘동화의 영상화는 디즈니’라는 인식을 심어 ‘숲속으로’는 친정에 돌아온 며느리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많은 등장인물이 제시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마녀와 베이커 부부입니다. 마녀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베이커 부부에 임신을 미끼로 거래를 합니다. 베이커 부부는 잭(다니엘 허틀스톤 분)의 젖소, 빨간 망토(릴라 크로포드 분)의 망토, 신데렐라(안나 켄드릭 분)의 구두, 라푼젤(맥켄지 모지 분)의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레미제라블’에서 꼬마 혁명가 가브로쉬로 출연했던 다니엘 허틀스톤은 ‘숲속으로’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한편 신데렐라와 라푼젤의 주변에는 각각 왕자(크리스 파인 분/빌리 매그너슨 분)가 맴돕니다. 빨간 망토 앞에는 늑대(조니 뎁 분)가 나타납니다. 조니 뎁은 카메오처럼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각양각색의 서사를 교차 편집한 초반부는 속도감이 매우 뛰어나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마녀가 베이커 부부 앞에서 래퍼처럼 리듬에 맞춰 대사를 소화하는 첫 등장에서는 메릴 스트립의 압도적인 연기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현대적이며 가장 강렬한 장면입니다. 두 명의 왕자가 함께 냇가에서 사랑의 고통을 호소하며 ‘Agony(고통)’을 부르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볼거리 부족

잭이 잠입해 금화와 하프 등을 훔쳐오는 거인국과 잭이 베어낸 콩 나무에서 추락해 죽은 거인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 등 결혼 장면 전까지 스케일이 큰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숲 이외의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다뤄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신데렐라는 마녀가 아닌 죽은 어머니 덕분에 화려한 의상과 구두를 갖추지만 호박마차와 같은 볼거리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동화를 통해 알고 있는 결말에 도달한 이후 ‘숲속으로’가 시도하는 새로운 해석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며 오히려 흥미가 반감됩니다. 신데렐라와 라푼젤이 각각 왕자와 결혼하고 잭이 부자가 되며 베이커 부부가 아이를 낳고 마녀가 젊어진 이후 새로운 위기가 시작됩니다. 인생이란 결혼과 출산 등으로 행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신데렐라의 결혼식과 동시에 거인이 강림해 마을과 숲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엉망이 된 숲속으로 공간적 배경으로 국한되면서 스케일이 더욱 작아지고 답답함을 부채질합니다. 남편 거인의 복수를 위해 강림한 아내 거인(프랜시스 데 라 투어 분)의 전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연출과 함께 그녀의 어이없는 최후는 시각적으로 상당히 미진합니다. 흑백 영화 시절의 조악한 특수 효과를 재현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지만 몇 안 되는 볼거리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전반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노래도 결혼 장면 이후부터는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동화의 재해석, 새롭지 않다

후반부의 또 다른 약점은 치정 관계의 설득력 부족입니다. 신데렐라의 왕자가 “잘 생겼으면 됐지, 뭘 기대한 거야?”라며 바람둥이임이 드러나는 전개는 반전이라 해도 베이커의 아내가 신데렐라의 왕자와 정을 통하는 전개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베이커 부부의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입니다. 베이커의 아내가 실족해 추락사하는 전개는 뜬금없습니다.

후반부는 서사 전개의 속도감마저 떨어져 상당히 지루합니다. 반면 라푼젤 에피소드는 고난과 갈등이 너무나 쉽게 풀려 싱겁습니다. 라푼젤 에피소드의 비중을 늘리고 베이커 아내의 에피소드의 비중을 줄여 균형을 모색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마법이란 요행수에 의존하지 말 것이며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주체적 선택을 하라는 주제의식도 딱히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동화에 대한 재해석은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국 영화 ‘마담 뺑덕’보다는 재미를 갖췄지만 아쉬움은 작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광기와 배신의 공간으로 숲속을 설정한 것은 흥미롭지만 성인용 작품을 목표로 했으니 보다 잔혹하고 완전한 성인용이 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잔혹한 성인용 뮤지컬로는 역시 조니 뎁이 출연한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라는 훌륭한 성공사례가 존재합니다.

의상과 소품의 측면에서는 라푼젤 왕자가 라이더의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신데렐라의 두 언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현대적 해석을 가합니다. 세 명의 캐릭터 모두 시력을 잃는 경험을 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상과 소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바에는 보다 대담한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결말에서는 베이커, 신데렐라, 잭, 빨간 망토의 새로운 가족이 형성됩니다. 보호자를 잃은 잭과 빨간 망토에 대해 베이커와 신데렐라가 부모 노릇을 할 것이며 신데렐라는 베이커의 아들을 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에 신데렐라가 “내 소원은(I Wish)” 한 소절을 부르는 장면이 삽입되지만 엔딩 크레딧 후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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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라라 2014/12/29 20:00 #

    한예종에서 뮤지컬 공연으로 봤을 때 좀 지루했는데 영화는 나으려나 했는데 아닌가 보군요

    손더하임인가 유명한 사람이 만든 거라 해서 기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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