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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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인디고 -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 중반 이후 무뎌지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무드 인디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청년 콜랭(로망 뒤리스 분)은 아름다운 여성 클로이(오드리 토투 분)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릅니다. 하지만 클로이가 폐병에 시달리자 콜랭의 가세는 기울기 시작합니다.

상상력의 시각화, 압도적

미셸 공드리 감독의 2013년 작 ‘무드 인디고’는 보리스 비앙이 1946년에 발표한 소설 ‘세월의 거품’을 영화화했습니다. 본편에 앞서 삽입되는 보리스 비앙의 기묘한 어구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 냈으므로 이 이야기는 완전히 사실이다’처럼 ‘무드 인디고’는 상상력의 시각화라는 엄청난 결과물을 앞세웁니다.

수도꼭지에서 장어가 튀어나오며 피아노를 연주하면 칵테일이 완성되는 콜랭의 집의 다양한 장치가 제시되어 초반부터 두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듭니다. 콜랭과 클로이는 구름 모양의 비행접시를 타고 파리 시내를 비행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CG로 인해 시각적으로 구현 불가능한 것이 사라진 시대이기에 어지간히 화려한 영상에는 성이 차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드 인디고’가 앞세우는 참신함은 21세기 영화 속 CG의 전형성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특별한 직업 없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콜랭의 풍족한 삶을 상징하듯 화면을 메우는 원색 또한 다채롭습니다. 시공간적 배경의 전환도 속도감이 넘쳐 중반까지는 서사의 흐름에도 군더더기가 전혀 없습니다. 미셸 공드리가 특유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마음껏 발휘합니다.

비극으로 치닫다

클로이가 폐병에 걸리자 콜랭은 심리적, 경제적 위기에 봉착합니다. ‘알라딘’의 램프의 요정처럼 콜랭의 삶을 뒷받침하던 변호사 니콜라(오마 사이 분)도 떠나면서 콜랭은 생업 전선에 내몰리게 됩니다. 콜랭이 생계유지와 클로이의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오히려 콜랭과 클로이의 사이는 멀어지게 됩니다.

콜랭의 고통이 점증되어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하며 영상은 빛이 바래고 원색의 비중이 감소해 흑백에 근접하기 시작합니다. 컬러 영상으로 출발했지만 탈색을 거쳐 흑백으로 마무리된 ‘친절한 금자씨’의 DLP 버전과 발상이 유사합니다. 종국에는 무성영화처럼 화면비도 4:3으로 축소됩니다. 클로이는 사망해 쓸쓸한 장례식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녀의 죽음은 투병하던 와중에 절친한 알리즈(에이사 마이가 분)에게 “내가 죽으면 네가 콜랭과 결혼해”라는 대사에서 진작부터 암시된 것입니다. 클로이의 시신을 관에서 꺼내 공동묘지의 구덩이에 던지는 비참한 결말은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의 장례식을 연상시킵니다.

찬사 일색이었던 ‘이터널 선샤인’ 이후 미셸 공드리는 ‘수면의 과학’, ‘도쿄!’, ‘그린 호넷’ 등에서 잔뜩 벌려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약점을 노출한 바 있습니다. ‘무드 인디고’는 벌려놓을 것조차 없는 매우 단순한 서사로 승부합니다. 부잣집 청년이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아내를 병으로 잃고 빈털터리가 된다는 통속적인 줄거리가 ‘무드 인디고’의 서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서사로 인해 ‘무드 인디고’는 중반까지의 재기발랄함이 사라져 아쉬움이 큽니다. 초반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쥐(사샤 보르도 분)의 비중도 줄어듭니다. 오히려 중반 이후 반전을 준비하거나 비극을 재기발랄하게 묘사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흑백 화면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콜랭이 취직한 무기 공장과 그 공장에서 생산된 총 정도가 인상적입니다.

파르트르, 사르트르의 패러디

콜랭의 친구 시크(개드 엘마레 분)는 철학자 장 솔 파르트르(필리페 토레톤 분)의 열렬한 팬으로 콜랭의 돈을 빌려 관련 컬렉션에 투자할 정도입니다. 장 솔 파르트르(Jean-Sol Partre)는 20세기를 대표한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패러디입니다. 장 솔 파르트르의 뿔테안경과 사시(斜視)도 장 폴 사르트르에서 따온 것입니다. 하지만 시크와 장 솔 파르트르는 조롱의 대상입니다. 시크와 장 솔 파르트르 또한 비극적 운명을 피하지 못합니다. 생계와 사랑의 고통 속에서 학문과 형이상학의 무의미함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보입니다. 인생이란 고답적인 언어가 아니라 살을 맞부딪는 현실 속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연출해 프랑스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며 프랑스인 배우들을 기용해 프랑스어로 촬영한 ‘무드 인디고’이지만 극중에 사용되는 삽입곡 에티엔 샤리의 ‘The Rest Of My Life’는 영어를 사용해 눈에 띕니다. 여주인공 클로이를 상징하는 듀크 엘링턴의 ‘Chloe’ 또한 미국의 재즈입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에는 현란했던 영화 본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위기를 오가는 프랑스어로 된 곡인 론의 ‘Aime la’가 삽입되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 - 사랑했던 모든 기억을 긍정하라
수면의 과학 - 사랑은 몽유병 환자의 소심한 꿈
도쿄! - 소외된 사람들의 도시, 도쿄
그린 호넷 - 미셸 공드리의 유치하지만 귀여운 히어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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