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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 망각, 삶의 진정한 원동력 영화

※ 본 포스팅은 ‘메멘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아내의 복수를 위해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레너드(가이 피어스 분)는 범인 존 G를 찾아 헤맵니다. 레너드는 형사 테디(조 판톨리아노 분)와 의문의 여성 나탈리(캐리 앤 모스 분) 사이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등합니다.

시간 거꾸로 되돌리기

2000년 작 ‘메멘토’가 리마스터링을 거쳐 14년 만에 재개봉되었습니다. 형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과 각본을 맡고 동생 조나단 놀란이 각본에 참여한 ‘인터스텔라’의 흥행과 맞물린 재개봉입니다. 왜냐하면 ‘메멘토’는 조나단 놀란이 집필한 단편 소설 ‘메멘토 모리’를 바탕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화했기 때문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경구입니다.

해결사 주인공, 부패한 경찰, 의문의 팜므 파탈의 구도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스릴러의 전형적 요소입니다. 하지만 ‘메멘토’는 주인공 레너드의 단기기억상실증을 바탕으로 혁명적인 스릴러 걸작으로 탄생했습니다. 즉 시간을 역순으로 편집해 레너드의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테디를 살해한 레너드가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하는 첫 번째 장면은 극중에서 가장 나중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갈수록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흐려지더니 카메라 안으로 되돌아갑니다. 탄피는 권총 안으로 들어갑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이후 레너드의 행적은 시간의 역순으로 편집됩니다. 첫 등장에서 죽음을 맞는 테디, 지미(래리 홀든 분)는 그 다음 장면에 살아 등장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을 맞이하는지 제시됩니다.

중간에 삽입되는 레너드의 전화 통화 흑백 장면은 레너드의 과거를 설명함과 동시에 레너드가 지미를 살해하러 출발하기 직전의 장면입니다. 전화 통화 상대는 테디입니다. 레너드가 지미를 살해한 뒤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이 선명해지면서 흑백 영상은 컬러로 바뀝니다. 테디의 사주를 받은 레너드에게 연인 지미를 잃은 나탈리는 레너드를 이용해 테디를 살해합니다. 잠복수사관 테디는 레너드의 단기기억상실증을 악용해 마약 밀매상을 살해하며 그들의 돈과 마약을 챙겨왔지만 나탈리가 똑같은 방식으로 레너드를 악용하는 바람에 테디 역시 살해됩니다. 테디의 죽음은 인과응보입니다.

레너드는 피해자 아닌 가해자

‘메멘토’의 독특한 편집에 적응하며 관객들은 단기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레너드를 동정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레너드가 올바른 판단에 근거해 행동하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자신과 더불어 나탈리가 맥주에 침을 뱉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 맥주를 마십니다. 나탈리를 자신이 구타해놓고도 잠시 뒤 망각해 나탈리에게 누구에게 맞은 것이냐고 묻습니다.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입니다.

아내가 살해당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얻어맞아 더 이상 새로운 기억을 할 수 없게 된 레너드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기록에 집착합니다. 메모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모자라 몸에 문신을 새깁니다. 죽은 아내의 복수가 유일한 삶의 목적인 레너드가 아내의 생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매춘부를 부르는 등 안간힘을 쓰더니 유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태워 버리는 장면은 서글픔을 자아냅니다. 레너드가 나탈리에게 이끌리는 것도 죽은 아내와 머리모양이 비슷해 잠재의식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말의 반전을 통해 레너드는 자신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했음이 드러납니다. 아내는 성폭행 당했지만 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레너드의 단기기억상실증에 좌절한 아내가 레너드로 하여금 인슐린 과다 주사를 유도해 죽음을 선택했음이 제시됩니다. 레너드가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귀가 닳도록 언급한 단기기억상실증 환자 새미 잰키스(스티븐 토볼로스키 분)가 실은 레너드였던 것입니다.

레너드는 아내를 성폭행했던 진범 존 G를 테디의 도움으로 찾아내 살해해 복수를 이미 완결했지만 그 기억 또한 상실했습니다. 레너드는 복수를 완결했다는 문신을 지웠으며 기록을 삭제했습니다. 테티가 전화 통화 과정에서 불안해한 레너드를 안심시키기 위해 문틈으로 전달한, 진정한 복수 완결 직후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도 불태웁니다. 결국 레너드는 잘못된 기억과 조작된 기록에 의해 탄생한 꼭두각시였음이 드러납니다. 동정을 바탕으로 감정 이입을 했던 주인공이 살인기계와 다를 바 없다는 반전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관객들은 충격과 배신감을 안고 객석을 떠나게 됩니다. 피해자인 줄로만 알았던 주인공이 가해자였다는 결말의 반전은 스릴러의 전형적 요소입니다.

‘메멘토’가 던지는 질문들

화려한 카메라 워킹, 거창한 특수 효과, 깨부수는 액션, 자극적 섹스 장면 없이도 ‘메멘토’는 각본과 편집의 힘에 의거해 걸작이 탄생할 수 있다는 진리와 더불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재성을 입증했습니다.

‘메멘토’가 걸작으로 손꼽힐 수 있는 이유는 사회 비판적이며 철학적인 텍스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정보 통제가 가져올 수 있는 비극적 결과를 암시합니다.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향해 정보를 통제할 경우 피지배층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독재 국가에서 정보의 통제 및 검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기록도 은폐 및 과장을 통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습니다. 인류 문명과 역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록을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기억이야말로 가장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기억을 축소하고 과장하기 때문입니다. 레너드는 테디와 나탈리에 이용당하는 타율적 존재이지만 스스로도 기록과 기억을 조작해 죄의식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테카르트의 합리론은 현대에서 부정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신뢰할 수 없는 레너드와 마찬가지입니다.

‘메멘토’는 윤리적 질문도 던집니다. ‘살인기계가 된 레너드는 과연 무고한가?’하는 질문입니다.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은 당연히 법적으로 유죄입니다. 하지만 정당한 복수를 행한다는 신념으로 가득한 영화 속 캐릭터 레너드에 대한 관객 개개인의 판단은 다를 것입니다. 레너드는 무고한 인물들을 살해하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이지만 동시에 동정심도 유발합니다.

테디의 죽음 이후에도 레너드는 또 다른 ‘복수’를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할 것입니다. 제2의 테디, 제2의 나탈리가 나타나 레너드를 악용할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레너드의 삶은 복수가 없다면 무의미하기에 그가 살해당하거나 혹은 정신병원에 갇히기 전까지 무고한 죽음은 반복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레너드처럼 왜곡된 가치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해 숱한 기억을 잃어가면서 삶을 떠도는 존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망각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원동력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메멘토’는 인간의 본질을 통찰한 우화로 분류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스마트 폰이 있었다면?

현재 폴라로이드사는 더 이상 카메라와 필름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필름을 생산하지만 가격이 상승해 대중성을 상실했습니다. 후지필름에 유사 제품군이 남아 있지만 폴라로이드와는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만일 레너드에 스마트 폰이 쥐어졌다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레너드는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지만 스마트 폰은 사진 및 동영상 촬영과 메모를 단번에 해결하며 휴대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마트 폰을 사용해도 기록의 조작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무리 도구가 진화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현재 극장 개봉 중인 리마스터링 ‘메멘토’에는 한글 자막이 누락된 부분이 있습니다. 레너드가 도드(칼럼 키스 레니 분)의 모텔 방에서 깨어나는 장면에 삽입된 내레이션 “내가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은데”의 자막이 누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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