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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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뭐가 나빠 - ‘영화 바보들’에 바치는 헌사 영화

※ 본 포스팅은 '지옥이 뭐가 나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야쿠자 두목 무토(쿠니무라 준 분)는 10년 전 아역 CF 모델이었던 외동딸 미츠코(나카이도 후미 분)를 주연으로 영화를 촬영하려 합니다. 하지만 배우 경력이 일천한 미츠코를 주연으로 발탁할 현역 감독은 없습니다. 미츠코에 반한 코지(호시노 겐 분)는 상업 영화 연출 경력이 없는 영화 집단 '퍽 보머스'를 이끄는 감독 히라타(하세가와 히로키 분)를 미츠코 주연 영화의 연출자로 데려옵니다.

10년 전 치약 CF

소노 시온 감독의 2012년 작 '지옥이 뭐가 나빠'는 야쿠자와 아마추어 영화 연출 집단이 의기투합해 실제 야쿠자 패싸움을 영화로 담아내는 과정을 묘사하는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서두에 제시되는 4:3 화면비의 치약 CF는 '지옥이 뭐가 나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린 미츠코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CF는 '지옥이 뭐가 나빠'가 지닌 근본적인 정서인 유치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CF는 어린 미츠코(하라 나노카 분)에 대한 어머니 시즈에(토모치카 분)의 기대를 상징합니다. 아내 시즈에를 끔찍이 사랑하는 무토는 시즈에의 출소를 앞두고 어떻게든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츠코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려 합니다. 무토의 라이벌 야쿠자 이케가미(츠츠미 신이치 분)와 코지는 미츠코의 귀여움에 반해 10년 전부터 그녀를 흠모해왔습니다. 10년 전 치약 CF가 등장인물들 간의 모든 관계의 단초를 제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야자키 아오이와 닮은 나카이도 후미가 연기한 성인 미츠코는 남자들로 가득한 영화에 사실상 홍일점으로서 매력을 더합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

실제 범죄가 영화 제작에 얽혔다는 설정은 'F/X', '영화는 영화다', 아미르 나데리 감독, 니시지마 히데토시 주연의 2011년 작 '' 등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전술한 영화들은 정극이었지만 '지옥이 뭐가 나빠'는 코미디입니다. 정상적인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으며 모두 나사 빠진 바보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바보스러운 것은 영화 촬영을 주도하는 히라타입니다. 그는 10년 전부터 퍽 보머스를 이끌며 '영화의 신'이 강림해 평생에 단 한 번 최고 걸작을 연출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능력은 전무하지만 말만 앞서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히라타의 열정에 감화된 두 패의 야쿠자들은 영화 촬영에 목숨을 바칩니다.

패싸움을 촬영하다 흥에 못 이긴 히라타의 십년지기 동료 카메라맨 두 사람이 총기를 몸소 난사해 야쿠자들을 살해하며 황홀경에 빠지는 장면은 큰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유혈 장면은 잔혹하기보다는 우스꽝스럽게 묘사됩니다. 퍽 보머스에게는 유혈이 낭자하며 시체가 쌓이는 지옥이 곧 천국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지옥이 뭐가 나빠'입니다. 퍽 보머스와 야쿠자들의 상식을 벗어난 열정과 행동은 영화에 미친 이들, 즉 감독, 각본가, 카메라맨과 음향 기사를 비롯한 스태프, 그리고 관객까지 '영화 바보들'에 바치는 소노 시온의 헌사입니다.

오마주들

'지옥이 뭐가 나빠'에는 유명 영화와 배우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합니다. 퍽 보머스의 근거지는 20세기 극장, 즉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 영화관입니다. 극장의 주요 소스는 디지털이 아닌 필름이며 히라타 또한 35mm 필름을 소스로 촬영합니다. 결말에서 동료들의 참혹한 죽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35mm 필름 통을 들고 밤길을 미친 듯이 달리는 히라타로부터 35mm 필름, 즉 아날로그 영화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히라타 역의 배우 하세가와 히로키를 향한 “컷!”입니다.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왔음을 상징합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삽입된 배경 음악은 1973년 작으로 야쿠자 영화 걸작 '의리 없는 전쟁'의 배경 음악입니다. 극중에 삽입되는 자막을 비롯한 크레딧 또한 '의리 없는 전쟁'을 답습했습니다.

히리타는 비행청소년 출신의 친구 사사키(사카구치 타쿠 분)가 이소룡과 같은 액션 배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따라서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착용했던 것과 동일한 디자인의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입히며 쌍절곤도 사사키에게 줍니다. 히라타는 '용쟁호투'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던 석견의 갈퀴손 모형을 만들어 사사키와 놉니다. 사사키는 '재키' 즉 성룡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배경 음악 또한 20세기를 풍미했던 영화 음악들이 삽입됩니다.

클라이맥스의 유혈이 낭자한 결투 장면은 '킬 빌 Vol. 1'의 청엽정 결투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감안하면 그가 다시 일본 영화에 영향을 준 것도 당연합니다. '킬 빌 Vol. 1'에서도 우마 서먼이 이소룡의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착용한 바 있습니다. 무토 역의 쿠니무라 준은 '킬 빌 Vol. 1'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산만하고 장황하다

'지옥이 뭐가 나빠'는 일본의 코믹 액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완성도가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과장이 심하며 산만하고 장황하기 때문입니다. 엇비슷한 대사와 상황이 반복됩니다. 현대 영화라면 필수적인 압축과 생략이 결여되어 있으며 지나치게 설명적입니다.

코지가 무토의 부하들에 잡혀 승용차로 이동할 때 얻어맞는 장면과 결말에서 히리타가 질주하는 장면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장면의 호흡이 매우 깁니다. 두 중장년 배우 쿠니무라 준과 츠츠미 신이치가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각본과 연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코지가 야쿠자들로부터 도망치다 토하는 장면에서는 토사물이 입이 아니라 옆의 파이프에서 나오는 어색한 연출이 두드러집니다.

어차피 모든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영화를 촬영하게 되는 전개는 관객이 일찌감치 예측 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반전 없이 캐릭터들이 한데 모이기까지 시간을 질질 끌어 지루함을 부채질합니다. 130분의 러닝 타임이 부담스럽습니다. 일본 대중문화에 익숙한 일부 관객들에게는 즐겁겠지만 한국에서의 흥행 가능성은 낮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허완 2014/11/29 19:08 # 삭제

    토하는 장면은 일부로 어색하게 만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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