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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 언론과 대중, 미국의 오늘을 비판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나를 찾아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종된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분)와 그녀의 남편 닉(벤 애플렉 분)을 둘러싼 파장을 묘사한 스릴러 ‘나를 찾아줘’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각각 구분해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가 자작극을 벌인 이유는?

개인적 차원으로는 에이미와 닉 부부 중심의 관점입니다. 우선 에이미가 오랜 기간 거짓말을 일삼고 실종 자작극을 벌이는 이유는 개인적인 것입니다. 에이미가 팜므 파탈이 된 이유는 그녀의 트라우마 때문은 아닙니다. 닉과의 부부 관계에 금이 간 이유도 일기장에 기록한 것처럼 닉이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도 아닙니다. 에이미가 임신을 원했을 때 닉이 반대하며 그녀를 밀쳤다는 일기장의 기록은 후반에 밝혀지듯 거짓입니다. 경찰로 하여금 닉을 살인자로 의심하도록 조작한 것입니다. 신뢰하기 어려운 화자의 증언을 후반부에 거짓으로 뒤집는 것은 스릴러가 곧잘 활용하는 반전 중 하나입니다.

에이미의 자작극을 알게 된 닉은 결말의 토크쇼 녹화 직전 정말로 에이미를 강하게 벽에 밀칩니다. 살인도 서슴지 않는 에이미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 닉이 정말로 폭력적 성향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즉 닉이 결혼 생활의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영화는 그대로 종료되지만 실상은 살인자 아내와 폭력 남편의 살벌한 ‘쇼윈도 부부’의 막이 오른 것입니다.

닉이 앤디(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분)와 혼외정사를 한 것은 에이미의 범행을 부추기기는 했으나 결정적 요인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닉이 앤디와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채 2년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이전에 닉과 에이미가 모두 실직해 뉴욕에서 미주리 주로 이사했을 때부터 부부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에이미가 실종 자작극을 꾸민 이유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의 권태기가 잠재된 소시오패스 성향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는 권태를 못 이긴 나머지 자작극에 이어 자살까지 감행하려 했지만 닉이 전미를 뒤흔드는 혐오 인사가 되어 맹비난을 사자 만족해하며 자살을 포기합니다.

닉의 잘못

닉에게도 잘못이 없지는 않습니다. 외도는 그의 1차적 잘못입니다. 그리고 에이미의 실종 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척하며 에이미를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위선적입니다. 자신에 불리한 여론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필모그래피에서 인간의 본성을 비관적으로 직시해 성악설에 치우친 데이빗 핀처는 닉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에 동참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닉의 거짓말에 에이미의 마음이 동합니다. 에이미가 데지(닐 패트릭 해리스 분)의 별장에서 탈출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구실을 확보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에이미가 거짓말쟁이이기에 그녀에게 통하는 것은 진실이 아닌 거짓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에이미가 데지를 살해하고 ‘귀가’하자 닉은 ‘적과의 동침’을 이어갑니다. 닉이 에이미의 실체를 쌍둥이 여동생 마고(캐리 쿤 분), 사건 담당 형사 보니(킴 디킨스 분), 변호사 태너(타일러 페리 분)에게 털어놓자 태너는 부부가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고 단정합니다. 닉이 결말의 토크쇼에서 자신들 부부를 ‘범죄 공범자’로 규정하는 것은 ‘나를 찾아줘’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입니다.

남녀 관계는 매우 은밀해 닉이 자신의 턱을 두 손가락으로 가리고 말하는 습관처럼 두 사람만이 통하는 몸짓이나 은어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결말의 대사처럼 ‘공범’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연인 혹은 부부와 같은 남녀 관계의 본질입니다. 마고의 대사대로 미리 받아놓은 닉의 정자로 에이미가 임신한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 18년 동안 지옥 같은 쇼윈도 부부의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닉과 에이미의 부부 생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나를 찾아줘’는 연애, 섹스, 결혼, 부부 등 남녀 관계의 본질에 관한 우화입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남녀 관계를 과장된 블랙 유머로 표현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나를 찾아줘’ 등에 묘사된 남녀 관계의 우스꽝스러움을 집대성한다면 데이빗 핀처가 장기인 스릴러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해도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을 듯합니다.

또 다른 주인공, 언론

시발점은 부부 갈등이라는 개인적 차원이라 하더라도 범죄로 이어질 경우에는 사회적 차원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찾아줘’의 또 다른 주인공은 미국의 언론입니다. 언론은 에이미 못지않게 닉을 휘두르는 강력한 행위자입니다.

닉을 먼저 단죄하는 것은 경찰이나 사법기관이 아닌 호들갑스런 언론입니다. 남성과 여성,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의 흑백논리로 구분 짓기를 즐기는 대중에 영합해 언론은 닉을 아내 살해범으로 몰아붙입니다. 그의 이미지를 실추해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닉이 마고와 근친상간을 벌인 것처럼 암시하기도 합니다. 여론재판, 마녀사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찰 수사는 여론의 향배에 좌지우지됩니다. 에이미가 돌아온 후 보니는 닉의 진술과 자신의 직감을 합쳐 에이미가 데지를 고의로 살해했음을 간파하지만 언론에 의해 마무리되어 FBI가 종결시킨 사건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무기력을 절감합니다. 결말의 마지막 장면이 닉과 에이미가 금슬 좋은 부부인 것처럼 출연한 TV 토크쇼인 것도 ‘나를 찾아줘’가 미국 언론의 호들갑과 경찰의 무능을 풍자하기 위한 작품임을 입증합니다.

자원봉사가 무슨 소용?

미국의 대중 또한 풍자의 대상입니다. 실종된 에이미를 찾기 위한 사무소가 개설되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군중이 몰려듭니다. 그중에는 닉과의 사진을 올려 페이스북 조회수를 올리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참가한 여성도 있습니다. 빵을 원해 온 노숙자만도 못합니다. 에이미의 치밀한 범죄에 이용당해 닉을 단죄하는 데 앞장서는 이웃의 주부 노엘(케이시 윌슨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미는 노엘을 ‘바보’로 규정합니다.

떠들썩하게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실종 사건 해결에 실제적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데도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흔합니다. 2007년 직접 영화화한 ‘조디악 사건’을 비롯해 어린 시절부터 범죄에 관심이 많았던 데이빗 핀처에게도 이처럼 기이하고도 미국적인 풍경은 풍자의 대상입니다. 닉과의 대화에서 보니가 자원봉사자들을 가리켜 ‘괴짜들(Freaks)’로 규정하는 것은 데이빗 핀처의 관점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에서 정상적 인물은 보니와 마고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데이빗 핀처는 호들갑스런 언론에 부화뇌동하는 미국의 대중을 개탄합니다.

두 가지 의문

스릴러가 정교함을 갖추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위치와 확보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나를 찾아줘’는 두 가지 의문을 남깁니다.

첫째, 경찰이 에이미가 익명으로 제보하기 전까지 마고의 헛간을 수색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닉과 에이미의 집은 물론 닉의 아버지의 빈집도 수색합니다. 하지만 마고의 집은 방치합니다. 닉과 마고의 사이가 각별하며 에이미와 마고의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마고의 집과 헛간을 수색해야 옳습니다.

둘째, 헛간의 물건에 대한 닉과 마고의 대처가 안이합니다. 닉의 씀씀이가 헤펐다는 누명을 씌우기 위해 에이미가 구입해 마고의 헛간에 쌓아둔 물건을 발견한 닉과 마고는 경찰에 알리지 않는 것은 물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습니다. 남매의 증언을 청취한 태너도 경찰에 신고하라고 권유하지만 남매는 행동에 옮기지 않습니다. 에이미의 익명 제보로 경찰은 헛간을 수색하고 거액의 상품들을 발견하자 마고를 연행합니다. 닉과 마고가 먼저 경찰에 신고해 결백을 주장했다면 마고가 연행되어 의심을 사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맥거핀

맥거핀도 눈에 띕니다. 첫째, 총기입니다. 에이미가 총을 구입하려 했다는 일기장의 증언을 보니는 확인하려 하지만 실제로 에이미의 총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 영화에서 총이 언급되거나 사전에 등장할 경우 결국 발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에이미의 총기는 언급되기만 할뿐 실체가 없습니다. 관객을 긴장시키지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에이미가 데지를 살해할 때 사용하는 도구는 데지의 집에 있던 커터 칼입니다. 물론 총보다는 칼이 훨씬 직접적이며 육체적인 살해 도구입니다. 데지의 살해 장면은 매우 끔찍해 ‘나를 찾아줘’의 시각적 클라이맥스입니다.

둘째, 태너가 언급하는 2명의 수사관입니다. 태너는 솜씨 좋은 두 명의 수사관이 에이미의 행방을 좇고 있다고 두 차례 언급합니다. 하지만 수사관이 에이미를 찾아내거나 만나기는커녕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에이미는 제 발로 귀가합니다. 실제 촬영해 놓고 사용되지 않은 분량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수사관의 존재는 극장 상영분만 놓고 보면 맥거핀입니다.

조연 배우들

데지 역의 닐 패트릭 해리스는 드라마 ‘천재 소년 두기’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데지는 고교 시절 에이미와 사귄 적이 있는데 닐 패트릭 해리스는 고교 시절 ‘천재 소년 두기’에서 청춘스타로 각광을 받은 바 있습니다.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과거 이미지를 활용한 의도적인 캐스팅으로 보입니다. 극중에서 잔혹하게 살해되는 그를 배려하기 위해서인지 출연 분량은 캐리 쿤보다 적지만 크레딧에서는 두 주연 배우의 다음을 차지합니다.

닉의 집에서 에이미가 남긴 첫 번째 단서의 봉투를 발견하는 워싱턴 경관은 배우 리 노리스가 맡았습니다. 리 노리스는 ‘조디악’에서 극중 묘사되는 첫 번째 사건에서 살인마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는 마이크 머고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dvd와 블루레이의 코멘터리에 의하면 데이빗 핀처는 조연 배우들에게도 관심과 애정이 상당한데 ‘조디악’의 피해자를 ‘나를 찾아줘’에서 경찰로 발탁한 것 또한 의도적인 듯합니다.

닉은 미주리의 소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태너와 데지를 만나기 위해 뉴욕과 세인트루이스로 떠납니다. 그가 뉴욕을 들렀다 떠날 때는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모자를 쓰고 있으며 세인트루이스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닉의 짧은 여행을 강조하기 위한 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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