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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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 원작 게임보다 못한 영화 영화

캡콤의 호러 게임 명작 ‘바이오해저드’를 플레이하기 위해 저는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했습니다. 복사 CD로 돌리던 시절 ‘바이오해저드’의 2, 3편을 추운 겨울밤에 방의 불을 다 꺼놓고 담요를 뒤집어 쓴 채 플레이했습니다. 방이 추우니까 공포가 더 배가되더군요. 똑똑, 하고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들리는 가운데 다른 게임과는 달리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듀얼 쇼크 패드를 움직이는 것이 처음에는 만만치 않았지만 곧 좀비의 팔다리를 먼저 쏜 다음 녀석들이 기어오면 발로 머리를 밟아 터뜨려 죽이며 게임을 즐기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바이오해저드’의 미국판 제목인 ‘레지던트 이블’이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결론부터 말하면 원작 게임만 못한 영화입니다. 원작의 더럽고 지저분한 아비규환의 느낌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더군요. ‘바이오해저드’의 2, 3편만 플레이하고 1편은 플레이하지 못해 원작과 영화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메인 컴퓨터 ‘퀸’의 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히로인 vs 좀비’가 아니라 ‘히로인 vs 컴퓨터’의 대결로 초점을 흐린 것이 우선 아쉬웠습니다. 게임 ‘바이오해저드’를 상징하는 색이 더러운 검붉은 색이라면 영화 ‘레지던트 이블’을 상징하는 것은 차가운 금속성의 푸른 색이었는데 저는 아무래도 게임 쪽의 더러운 검붉은 색이 더 강하게 인상에 남아 있군요. 게다가 러닝 타임이 100분에 불과한데 좀비가 등장하기까지 무려 40분이나 걸리고 히로인의 액션을 보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좀비 영화에서 좀비와 히로인을 너무 아끼는 바람에 영화가 늘어졌습니다. 특수 대원들의 목숨을 잃는 장면에서는 독창성을 느끼거나 감탄하기보다는 ‘큐브’가 연상되더군요.

좀비 영화는 원래 얼마전 ‘새벽의 저주’로 리메이크된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이 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좀비는 주체성을 상실한 채 유행과 매스 미디어만을 무작정 추종하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우매한 대중을 모티브로 한 것인데 ‘레지던트 이블’의 좀비에서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아마도 공포의 수준이 최근의 좀비 영화였던 대니 보일의 ‘28일후’나 원작 게임 ‘바이오해저드’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액션 영화라고 하기에는 스케일이나 액션의 짜임새가 너무 빈약했고요.

하지만 굳이 지금에 와서 ‘레지던트 이블’을 본 것은 이번 주에 개봉되는 ‘레지던트 이블2’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서입니다. 이전 같으면 감상 리스트에서 제외되었을 ‘레지던트 이블2’를 시간이 남아돌아 영화를 많이 보게 되어 리스트에 올려놓은 것인데 1편을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대여점에서 빌려 감상했습니다. 비디오 테잎 이외에 dvd도 대여해주는 곳인데 주인은 ‘레지던트 이블’의 dvd가 나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더군요. 화면비가 잘리고 사운드가 2채널 스테레오 밖에 되지 않는 비디오로 감상하려니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앨리스로 분한 밀라 요보비치의 매력은 그런대로 발휘되었고(‘제5원소’ 이후 밀라 요보비치는 제대로 된 옷을 걸치는 일이 별로 없군요. 헝겊이나 붕대, 커튼 따위를 걸치고 말입니다.) 엔딩 씬의, 모조리 파괴된 허무한 도시에 홀로 선 앨리스의 모습은 강렬했습니다. 이제 ‘레지던트 이블2’에서는 기본 설정과 쓸데없는 설명은 과감히 배제하고 초반부부터 화끈한 좀비 액션으로 채워주기를 기대해봅니다.

덧글

  • 아마란스 2004/11/05 01:50 #

    1 편은 그저그런 적당한 액션에 적당한 긴장감을 지닌 평작이었죠.
    게임의 명성을 생각하자면 정말 어이없는 결과물인데...
    2 편은 꽤나 좋다고 하더군요. 단순무식하게 액션만 보여준다는데...잘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번 극장에서나 보러 갈 예정이거든요.;
  • 키노키드 2004/11/05 02:53 #

    기대했던 타일런트가 드디어 나와서 아주 좋았습니다.개인적으론 2편도 1편처럼 2%부족하다는 느낌 이었습니다.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3편쯤에나 나올 듯 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만들어야 그렇겠지만요.
  • 알트아이젠 2004/11/05 08:11 #

    그냥 Ps1에 나왔던 실사판 동영상과 엔딩의 느낌만 살려주었으면 괜찮았을텐데, 괜히 오버액션을 집어넣어서 좀 아니더군요.
  • 디제 2004/11/05 08:39 #

    아마란스님/ 일본인의 게임 감각을 '양키 센스'가 못따라 가는 것 아닐까요.
    키노키드님/ 2편을 벌써 보셨군요. 그런데 3편을 또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알트아이젠님/ 캡콤의 게임은 정말 명작이었죠.
  • 박건일 2004/11/05 08:46 #

    아아앗! 전 레지던트 이블을 너무너무 좋아한답니다. :-) 오늘 밤에 2편을 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리는군요. 전 특이하게도 사람들이 레지던트 이블에서 싫었다는 부분만 좋아하기 때문에 2편도 아주 기대하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바이오해저드 2, 3탄은 완전 액션게임이랍니다. 전 2, 3탄이 더 좋더군요. 디제님과 같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던지 (저를 포함) 이번 2탄은 시작부터 액션이 아주 많다고 하더군요.
  • 질풍17주 2004/11/05 10:50 #

    아니 그 밀라의 삼각날아차기만 빼면 괜찮았습니다(...)
  • 밀라요보비치 2004/11/05 10:52 # 삭제

    2편 봤는데, 액션 영화로는 별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
  • 디제 2004/11/05 12:51 #

    박건일님/ 저.. 혹시 DP 리뷰 쓰시는 박건일님 아니세요?
    질풍17주님/ 그 장면은 '장군의 아들' 같던데요.
    밀라 요보비치님/ 출연하신 소감이 어떠세요? ^^
  • 솔롱고스 2004/11/05 22:52 #

    레지던트 이블의 엔딩씬은 28일 후를 연상시키던 걸요.
    과연 레지던트 이블 2는 어떻게 얘기를 풀어갈 지 궁금하네요.
  • 세계의적 2004/11/06 02:48 #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 원작 게임보다 나은 영화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아니, 지금까지 있기나 했는지......)
    그런데, 영화에서의 그 삼각 날아차기를 비롯한 히로인의 액션들은 일종의 복선이라고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미 게임 코드 베로니카에서 웨스커가 매트릭스식 액션을 선보인바 있기 때문에, 영화의 히로인이 웨스커와 비슷한 존재(웨스커가 스스로에게 투여한 약과 비슷한 종류의 처치를 받은 실험체)라는 설정인 경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묘사라고 생각 되기도 하는군요.
    2는 못봤지만, 듣자 하니 정말 그런 설정일 가능성도 있다던데.
  • 밀라요보비치 2004/11/06 10:45 # 삭제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복선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3편이 나올지도 모르는 복선을 깔며 끝나기도 하지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인크레더블스 심야 보러 갈렵니다...
  • Sion 2004/11/06 17:17 #

    대략 영화는 '좀비보다 더 무서운 그녀'였죠;;
  • 디제 2004/11/07 13:32 #

    솔롱고스님/ 2편에는 질 발렌타인이 나오는 것 같던데요.
    세계의적님/ 동감합니다. 원작 게임보다 나은 영화는 거의 없지요. '슈퍼 마리오'나 '파이널 판타지'도 그랬군요.
    밀라 요보비치님/ '속편 암시하기'는 시리즈물에서 이제 스포일러도 아닐 정도로 당연하지요.
    Sion님/ '좀비보다 더 무서운 그녀'가 너무 뒤늦게 활약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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