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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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 압도적인 성인용 블랙 유머 스릴러 영화

※ 본 포스팅은 ‘나를 찾아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분)와의 달콤한 연애를 거쳐 결혼 생활 5년이 지나 권태기에 접어든 닉(벤 애플렉 분)은 어느 날 아침 아내 에이미가 자택에서 실종되었음을 발견합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닉은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의심받습니다. 폭발적 관심을 표출한 여론 또한 등을 돌려 닉은 난처해집니다.

아내가 사라졌다

스릴러의 거장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는 아내의 갑작스런 실종으로 인해 살인범으로 몰린 남성과 부부 주변의 인물들을 묘사합니다. 길리언 플린이 2012년에 발표한 원작 소설을 작가 본인이 직접 각색했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원작 소설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Gone Girl’인데 영어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해 개봉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글 제목으로 번역해 개봉한 것은 반갑습니다.

하지만 한글 개봉 명 ‘나를 찾아줘’는 원제 ‘Gone Girl(‘사라진 여자’, 혹은 ‘떠난 여자’)’의 은유적이며 암시적인 스릴러의 뉘앙스가 사라진데다 에이미를 찾는 것을 전제로 한 의역이기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다가 에이미는 자신을 찾아주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오역에 가깝습니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여론 재판에 시달리는 남자 주인공은 1994년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미국을 들끓게 했던 O. J. 심슨 사건이나 ‘의족 스프린터’로 추앙받았지만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극도로 일그러진 부부 관계를 묘사하는 블랙 유머의 성인용 우화라는 점에서는 ‘장미의 전쟁’, ‘그래서 난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등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나를 찾아줘’는 훨씬 더 사실적인 영화이며 스릴러의 요소가 매우 강합니다.

미국의 세태를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으로 반영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데이빗 핀처는 TV 뉴스, 리얼리티 쇼를 비롯한 언론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의 움직임까지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당초 여론전에서 수세에 몰렸던 닉은 전문 변호사 태너(타일러 페리 분)를 고용해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돌립니다. ‘변호사의 나라’ 미국답습니다. 닉 부부의 실직과 버려진 건물 속 노숙자들 등 미국의 경제난에서 비롯된 어두운 단면도 사실성을 더합니다. 닉과 쌍둥이 여동생 마고(캐리 쿤 분)가 유치장에서 동시에 보석으로 석방될 때 벽에 게시된 ‘GOD BLESS AMERICA(신이여 미국을 축복 하소서)’ 포스터는 무수한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역설적 소품입니다.

교차 편집의 매력

닉은 아내의 실종을 현관문이 열려 집밖으로 나온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됩니다. 고양이는 종잡을 수 없으며 가출한 여심을 상징하는 전통적 동물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반전은 오프닝 이후 약 1시간 만에 제시됩니다.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에이미의 생사와 행방을 확실하게 제시합니다. 결말에야 제시되지 않을까 했던 예상을 무색케 합니다.

에이미의 행방이 제시되기 전 약 1시간 동안의 러닝 타임에는 닉 부부의 과거와 에이미가 실종된 닉의 현재가 교차 편집됩니다. 에이미의 행방이 제시된 이후부터 나머지 1시간 30분은 닉이 누명을 벗는 과정과 에이미가 은둔하다 또 다른 범죄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 할애됩니다. 첫 번째 교차 편집은 과거와 현재, 두 번째 교차 편집은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구분됩니다. 데이빗 핀처의 빼어난 연출력은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교차 편집을 통해 입증됩니다. 자막을 통해 실종 이후의 시간대를 제시해 복잡한 교차 편집 속에서 관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에이미의 행방을 일찌감치 까발리려 정면 승부하는 전개는 ‘나를 찾아줘’가 지닌 당당한 자신감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캐릭터의 힘

‘나를 찾아줘’를 이끄는 또 다른 힘은 압도적인 캐릭터입니다. 타이틀 롤 에이미는 천재적 재능을 지닌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 등장합니다. 에이미는 자신을 완벽한 캐릭터로 꾸며낸 소설 ‘어메이징 에이미’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녀의 결혼 전 성까지 이어붙이면 ‘어메이징 에이미 엘리엇(Amazing Amy Elliott)’으로 두운이 맞습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상황에 따라 표정과 감정을 얼마든지 바꾸고 숨길 수 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에 누명을 씌우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여성을 연기합니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등에서 이상 심리를 지닌 범죄자를 등장시켜 관객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데이빗 핀처는 ‘나를 찾아줘’에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팜므 파탈을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치밀한 광기로 무장한 악녀 에이미를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는 내년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선정이 예상됩니다.

에이미의 범죄에 희생되는 닉을 연기한 벤 애플렉은 어벙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밴 에플렉이 케빈 스미스 감독의 1997년 작 ‘체이싱 아미(Chasing Amy)’에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는데 ‘나를 찾아줘’에서는 진짜로 에이미(Amy)를 찾아 나서게(Chase) 됩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에서는 이상 심리를 지닌 가해자로 인해 피해자까지 이상 심리에 휘말리는 세밀한 심리 묘사가 압권인데 닉도 에이미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두려움을 안게 됩니다.

닉의 쌍둥이 여동생 마고는 사실상 유일한 가족입니다. 어머니는 사망하고 아버지는 양로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고는 신랄한 성격의 여성이지만 등장인물들 중 가장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이며 닉의 동업자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입니다. 닉은 마고에게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우애가 좋은 오누이입니다. 언론의 이미지 메이킹에 의해 근친상간을 벌인 것처럼 오해를 살 정도입니다. 따라서 닉의 아내이자 동반자는 에이미가 아니라 마고처럼 보입니다. 에이미의 치밀한 범죄는 닉뿐만 아니라 마고까지 겨눕니다.

에이미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혼성 형사 콤비 보니(킴 디킨스 분)와 길핀(패트릭 퍼지트 분)은 유능과 무능 사이를 오가는 현실적인 형사입니다. 수사 과정의 모든 추리가 적중하는 환상적인 형사도, 무능을 연발하는 바보스런 스테레오 타입의 형사도 아닙니다. 보니와 길핀은 대조적입니다. 여형사 보니는 닉을 쉽게 의심하지 않지만 조수인 남성 형사 길핀은 닉이 에이미를 살해했다고 쉽게 단정합니다. 보니는 경험이 풍부하며 대담하지만 길핀은 경험이 부족하고 소심합니다. 보니가 조금만 더 유능했다면 ‘파고’의 여주인공으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연기했던 마지 경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등장할 때마다 큼지막한 종이컵에 커피를 들고 다니며 마시는 이혼 경력의 여형사 보니는 매우 사실적인 인물입니다.

또 다른 광기를 지닌 인물은 디지(닐 패트릭 해리스 분)입니다. 과거 에이미와 사귄 적이 있으며 그녀의 결혼 뒤에도 잊지 못해 편지를 주고받던 디지는 에이미가 숨겨달라고 하자 최신시설을 갖춘 자신의 저택에 그녀를 감금합니다. 디지 또한 에이미 못지않은 광기를 지닌 인물입니다. 하지만 치밀함에 있어 에이미에 밀린 디지는 극중에 묘사되는 유일한 살인의 희생양이 됩니다. 디지가 저택에 설치한 CCTV는 오히려 자신에 불리하게 작용될 뿐입니다. 아마도 디지의 또 다른 약점은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에이미는 디지를 이용할 의도뿐 사랑하지 않았지만 디지는 방식이야 어찌됐든 에이미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에이미 복귀 후 편집 짧았다면…

에이미가 가정에 복귀한 후 수미상관의 결말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러닝 타임이 소요되며 전개도 다소 느립니다. 에이미의 정체라는 진실을 언론에 밝힐 수 없어 고통과 의심으로 가득할 닉의 차후 쇼윈도 부부 생활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보입니다. 하지만 149분의 긴 러닝 타임을 감안하면 에이미의 복귀 이후는 압축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짧은 편집이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이며 가벼운 오락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나를 찾아줘’가 지루하고 부담스러운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에이미가 디지를 살해한 후 자택에 모인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 피투성이로 나타난 장면은 ‘세븐’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분한 존 도우가 살인 후 피투성이로 경찰서에 나타난 장면의 패러디로 보입니다. 그에 앞서 에이미가 ‘여행’ 중에 만난 그레타(롤라 커크 분)와의 대화에 불만을 품고 그녀의 음료수에 몰래 침을 뱉는 장면은 ‘메멘토’에서 레너드(가이 피어스 분)의 맥주에 나탈리(캐리 앤 모스 분)가 침을 뱉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에이미와 나탈리는 남성을 파멸로 몰아넣는 팜므 파탈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무리 치밀한 에이미도 그레타와 제프(보이드 홀브룩 분) 커플의 단순 무식함에 가진 돈을 모두 털린다는 점입니다. 돈이 바닥나 궁지에 몰린 에이미는 디지를 찾아가게 되고 결국 살인으로 연결됩니다.

에이리언3 - 에이리언보다 무서운 죽음의 자본
세븐 - 음울한 도시가 진범(眞犯)인 걸작 스릴러
파이트 클럽 -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다
조디악 -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디악 디렉터스 컷 - 철두철미하며 지적인 스릴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소셜 네트워크 - 최연소 억만장자의 역설적 인간관계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빠른 전개 강점인 데이빗 핀처의 ‘007’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bender 2014/10/26 02:13 #

    이거 나름 기대하고 있는지라 글은 다 보지 못했는데 호불호가 너무 갈려서 좀 고민 됩니다ㅠ

    오랜만에 볼만한 스릴러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지루하시다는 분들도 많아서...

    그래도 일단 낼 보러는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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