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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골로 인 뉴욕 - 매춘 향한 긍정적 시선, 이색적 성인 로맨스 영화

※ 본 포스팅은 ‘지골로 인 뉴욕’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작은 서점을 경영하던 머레이(우디 앨런 분)는 폐업하며 오랜 세월 종업원으로 재직했던 피오라반테(존 터투로 분)에게 매춘을 권합니다. 머레이는 우연히 알게 된 아비갈(바네사 파라디 분)이 남편과 사별한지 2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피오라반테와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매춘을 긍정하다

존 터투로가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지골로 인 뉴욕’은 원제 ‘Fading Gigolo’가 암시하듯 저물어가는 나이에 매춘에 나선 남성 매춘부 피오라반테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직역하면 ‘희미해지다’, ‘바래지다’의 의미의 ‘Fade’를 남성 매춘부를 뜻하는 ‘Gigolo’의 앞에 붙인 이유는 피오라반테에 관계를 맺는 셀미나(소피아 베르가라 분)의 대사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셀미나는 여성이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난초처럼 시들어가는(Fade) 존재’라고 언급하는데 피오라반테 또한 나이와 더불어 특출 나지 않은 외모를 감안하면 시들어가는 입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오라반테는 ‘고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고전을 암송할 줄 아는 지적이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에 요리에 능하고 손재주가 뛰어나 여성들을 매료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는 꽃꽂이, 배관, 전기 배선 등에도 능통하면서도 큰돈을 벌지는 못합니다. 매춘에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꽃꽂이는 그가 첫 번째 고객인 피부과 여의사 파커(샤론 스톤 분)의 호감을 살 때 도움이 됩니다. ‘이성을 유혹할 때 최우선 조건은 외모가 아니라 분위기’라는 속설에 어울리는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각본, 연출, 주연을 모두 존 터투로가 맡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피오라반테는 자신의 새로운 직업에서 죄의식은커녕 나름의 자부심을 얻습니다. 성적 혹은 금전적 만족 때문이 아니라 권태기나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치유를 선사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오라반테와 한 번 동침한 여성들은 그를 또 다시 찾습니다. ‘매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머레이의 대사를 피오라반테가 반복하는 이유입니다. 선한 주인공이 매춘을 긍정하니 ‘지골로 인 뉴욕’은 전반적으로 매춘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춘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매춘이 잔혹한 범죄로 직결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 설정 및 전개와 차별화됩니다.

매춘부의 사랑

매춘부 피오라반테가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또 다른 이유는 순수한 사랑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사별한 유태인 주부 아비갈을 고객으로 맞이하지만 그녀의 슬픔을 이해하고 등을 마사지하는 것 이상의 스킨십을 피하며 섬세하게 다룹니다. 매춘부가 사랑에 빠진 이성과 섹스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전개는 매춘부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종종 제시됩니다.

섹스 장면의 적나라한 노출은 거의 없는 대신 아비갈을 중심으로 뉴욕의 유태인 사회가 집중적으로 묘사되어 눈길을 잡아끕니다. 율법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유태인 사제들과 아비갈을 짝사랑하는 고집스런 유태인 남성 도비(리브 슈라이버 분)는 기묘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특히 강인한 이미지로 주로 각인되었던 리브 슈라이버의 어리숙한 모습과 독특한 분장은 인상적입니다.

피오라반테, 아비갈, 도비의 삼각관계는 성숙하게 마무리됩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의 사랑답습니다. 단편 소설을 읽는 듯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가운데 쓸쓸하면서도 깔끔한 귀결은 공간적 배경 뉴욕의 스산한 분위기와 부합됩니다. 자극적인 볼거리는 없지만 중장년층 이상의 관객에 호소하는 잔잔한 매력이 돋보입니다.

배우 우디 앨런

양념과 같은 조연 우디 앨런은 얍삽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포주로 등장합니다. 최근 자신의 연출작에는 출연 빈도가 떨어지기에 ‘지골로 인 뉴욕’에서 배우로서의 우디 앨런의 출연은 소중합니다. 공간적 배경이 뉴욕이며 재즈가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고 코미디의 요소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우디 앨런 연출작과 유사한 측면도 있습니다.

머레이는 자식을 여럿 둔 흑인 여성 오텔라(토냐 핀킨스 분)와 동거 중인데 함께 살고 있는 어린이들은 머레이와는 혈연이 무관한 오텔라의 아이들로 보입니다. 흑인인 오텔라의 아이들과 유태인이며 야구를 전혀 모르는 아비갈의 아이들이 머레이의 주선으로 야구를 하는 장면은 인종적으로 독특합니다. 머레이는 유태인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며 메이저리거 케빈 유킬리스를 언급하는데 2013년 당시 뉴욕 양키즈에서 뛰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케빈 유킬리스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입니다.

로맨스와 코미디의 요소를 동시에 지녔지만 ‘지골로 인 뉴욕’은 로맨틱 코미디는 결코 아닙니다. 피오라반테와 아비갈의 진지한 사랑에 집중하는 중반 이후 머레이의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20세기 후반의 향수

시간적 배경은 스마트폰이 사용되는 오늘날이지만 작품 분위기는 20세기 후반에 가깝습니다. 4:3의 화면비로 시작해 1.85:1로 넘어가는 서두, 폐업하게 된 서점에서 피오라반테와 머레이가 함께 오래 일했다는 설정, 셀리마가 1977년 NBA 농구 경기를 녹화해두고 시청하는 장면 등에서 드러납니다. 40대 이상의 배우들이 주연인 만큼 아날로그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한 가지 작은 의문이 남습니다. 머레이는 포주로서 번 돈을 소파 구입에 사용합니다. 하지만 피오라반테가 매춘으로 번 큰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제시되지 않습니다. 매춘을 통해 치유를 말하며 결말에서도 매춘을 계속할 수 있다고 암시한다면 피오라반테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는지, 그렇지 않으면 저축이라도 한 것인지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