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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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 하늘의 뜻 넘어선 인간의 의지 영화

※ 본 포스팅은 '순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순천'은 순천만에서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윤우숙 할머니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편 차일선 할아버지의 70대 노부부를 포착한 이홍기 감독의 다큐멘터리입니다. 64분의 러닝 타임 동안 약 1년의 세월을 묘사합니다.

하늘의 뜻

입이 걸고 억척스럽지만 속정 깊은 할머니와 술로 지내는 무뚝뚝한 할아버지의 노부부는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일상생활의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매우 낯익습니다. 하지만 거대 스크린을 통해 실제 인물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지켜보는 것은 각별한 체험입니다. 직접적으로 애정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회를 떠 할아버지 것은 덜어두고 '먹고 싶은 것은 다 해줬다'는 할머니의 술회처럼 부부애는 각별합니다.

제목 '순천'은 공간적 배경인 전라남도 순천시와 동시에 순천(順川)의 지명을 한자 그대로 해석해 '하늘의 뜻을 따름'을 의미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2007년 작 '밀양'이 공간적 배경 경상남도 밀양시와 동시에 밀양(密陽)의 지명을 한자 그대로 해석한 영어 개봉명 'Secret Sunshine'이 된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순천'은 장면을 전환하며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생태가 잘 보존된 순천만의 자연환경을 통해 제시합니다. 흑두루미, 짱뚱어, 게 등은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인간의 의지

할머니의 억척스런 삶은 하늘의 뜻을 따른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자연에 기대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녀의 영역인 어부로서 강렬한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2대의 고깃배로 조업을 하는 것은 물론 작은 뻘배로 갯벌에서 꼬막을 채취하고 깨도 재배합니다. 할머니는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자식들을 키우고 결혼시켰다는 자긍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삶이란 인간의 의지에 좌우되는 산물임을 강조합니다.

자식들을 홀로 키우다시피 한 할머니의 진한 모성애에 비유되는 대상은 물고기를 갓 부화한 새끼들에 먹이는 흑두루미와 숱한 강아지들을 낳은 어미 개입니다. 특히 할머니가 키우는 어미 개가 낳은 새끼들은 금세 자라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할머니를 '누님'이라 부르는 이웃이자 조업 동료인 김종선 어촌 계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정작 할머니의 자식이나 손자들은 잠시 얼굴만 비출 뿐 그들의 목소리는 배제되어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한 객관적 시선을 견지하며 주제의식인 모성애를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죽음입니다. 지병을 앓아온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납니다. 투석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병으로 사망했는지는 제시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과정에서 선산으로 향하기 직전 집 앞에서 할머니가 곡을 하는 장면은 '순천'의 가장 강렬하며 가슴이 찡한 장면입니다. 뱀이 흑두루미의 둥지에 기어 올라가 알을 삼키는 장면에 말해주듯 죽음은 모든 생명이 피할 수 없는 섭리입니다.

삶은 계속됩니다. 할아버지가 떠난 후에도 할머니는 직접 조업한 물고기를 시장 좌판에서 판매합니다. 홀로 사는 집에는 어미 개와 강아지들이 할머니를 반깁니다. 외로운 처지가 되었지만 할머니는 결코 바다와 어업으로부터 떠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합니다.

다소 어색한 편집

'순천'은 여러모로 2009년에 개봉되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전국 2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워낭 소리'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홍기 감독은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을 통해 사회를 말하고 싶었다. 힘겨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모성을 통해 위안 받을 수 있었다면 좋겠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습니다.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 순천만의 자연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시기의 장면이 전반과 후반에 반복 제시되는 편집입니다. 촬영 기간이 1년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극중의 시간적 배경이 겨울로 시작해 여름을 거쳐 다시 겨울을 지나 1년이 넘어 보이는 것도 다소 어색합니다. 몇몇 삽입 장면을 제외하고 주된 장면들은 과연 시간 순서대로 편집된 것인지 의문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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