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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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만화적인 사랑 영화

사랑 영화를 보고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현재 감정적으로 매우 무뎌져 있으며, 그런 식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있고, 그렇지 않다 해도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일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울어 본 기억이 아예 나지 않는 군요. 한 10년 쯤 되었을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배신당하는 것이 두려워 아예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니까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장애인 소녀 조제(구미코; 이케와키 치즈루 분)와 남자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의 사랑 이야기인데 일본 특유의 만화적이고 판타지적인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아마도 같은 주제로 한국에서 영화가 만들어졌더라면 그렇게 쿨하게 접근하는 것은 어려웠을 겁니다. 조제와 사귀는 츠네오에게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비난과 독촉이 질척거리며 집중되는 주말 애증 드라마가 되었기 십상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오사카 사투리에 할머니 말투를 쓰는 조제가 삶에 대해 보여주는 쿨한 태도 덕분에 영화는 전반적으로 그녀의 분위기를 따라갑니다. 미인은 아니지만 개성이 돋보이는 이케와키 치즈루의 흡인력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더군요. (아마 여자분들은 이케와키 치즈루보다는 ‘워터 보이즈’에도 등장했던 잘생긴 츠마부키 사토시를 보시느라 정신 없으셨을 듯.) 게다가 멜러 영화의 전매 특허인 ‘순결한 사랑’, 즉 섹스를 배제한 비현실적인 사랑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섹스에 대해 담백하고 따뜻하게 묘사함으로서 요즘 세대들의 공감을 자아내도록 한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장애인 여성과의 사랑을, 그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회피한 채 아름답게만 묘사한다는 점에서 판타지에 가까우며 구미코의 할머니, 그녀의 유일한 고아원 동기인 정비소 청년, 변태 아저씨, SM을 고등학교 때부터 즐긴 카나이 하루키 등은 다분히 전형적인 만화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판타지와 만화에 근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 영화는 근본적으로 판타지이며 만화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의 사랑도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환상적이고 만화적으로 겹쳐져야만 하니까요. 단순히 말해 사랑은 ‘마법’아닙니까. 그래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면서는 주인공들과 함께 미소 짓고 슬퍼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저도 사랑이 그리운 것이겠죠. 사족을 덧붙이자면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는다구.'라는 츠네오의 대사가 가장 찡하더군요.

덧글

  • shyuna 2004/11/02 16:38 #

    굉장히 어두워지고 불편하게 꾸며지기 쉽상인 우리 감성하고는 다른 감성이라 그렇기 때문에 더 보고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나중에 DVD로나 즐겨야겠지요..
  • shuai 2004/11/02 18:05 #

    이 가을에 상당히 조용하고 눈에 안띄게 개봉하는 것 같아 좀 안타깝기도 하네요. 저는 지난 여름에 부천에서 봤는데 예매도 못하고 건진 뜻밖의 수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판타지 스러움이 참 맘에 들었는데 그래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대되었나봅니다. 부천 다녀와서 올린 포스팅이 있는데 트랙백 남길게요.
  • 디제 2004/11/02 20:25 #

    shyuna님/ 일본이라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츠네오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결국 조제를 소개시키지 않죠. 그 장면이 나왔다면 질척거리는 한국의 주말 드라마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shyuna님께서는 한국에 안계셔서 보시기 힘든 거겠죠?
    shuai님/ 역시 shuai님도 판타지라고 보셨군요. ^^
  • 불노랑 2004/11/02 21:09 #

    일본영화에선 이런 만화적인 표현이 종종 등장하곤 해서 제가 더 즐겨보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제님~ 놀러와서 글 잘 읽고 갑니다. 서글프면서도 그 슬픔을 참 담담하게 그려내는 점이 참 맘에 드는 영화였어요.
  • hardboiled 2004/11/03 03:26 #

    그는 그녀를 장애인으로 보지 않았고, 그녀는 그를 자신을 보호해 주는 사람으로 보지 않아서
    그래서 다행으로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장애인이든 그렇지 않든 동정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역시 만화적이고 판타지적인 생각일까요..
  • 디제 2004/11/03 10:13 #

    불노랑님/ 만화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은 이제 한국의 드라마에서도 배운 것도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
    hardboiled님/ 조제라는 캐릭터 자체가 판타지 아닐까요. 요리를 잘하고, 의자에서 뛰어 내리고, 유모차를 타고, 식칼을 휘두르고... 영상으로는 성립하지만 언어로 나열하면 어쩐지 언밸런스하니까요.
  • 2004/11/03 10: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브룸바 2004/11/21 15:38 #

    현실과 판타지를 잘 섞어놓은 듯..하네요. 한국영화 [오아시스]같은 건 둘의 사랑을 너무 전형적이고 뻔하게 표현했잖아요. 조제와 츠네오는 기분좋은 섹스를 나누지만, 결국 현실이란 벽을 돌파하진 못했습니다. 츠네오가 예쁜 여자에게 돌아가는 걸 쿨~하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거,할머니 말투 맞죠. 전 처음 들을 땐 할머니가 낸 소린 줄 알고-_-; 정비소 청년 말투도 오사카 말 맞죠?)
  • paper 2004/11/25 12:27 #

    역시 보셨구나...
    이거 좋았어요.
    아....조제의 그 목소리.
  • 에우 2006/01/31 21:33 #

    보고왔어요 :)
  • 디제 2006/02/01 11:13 #

    에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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