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자유의 언덕 - 벗겨도 벗겨도 새롭다 영화

※ 본 포스팅은 '자유의 언덕'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오류

제가 세 가지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자유의 언덕'을 8월 29일 언론시사회에서 관람한 뒤 작성한 첫 번째 글 '자유의 언덕 - 시간 뒤죽박죽, 홍상수가 선사하는 흥미진진한 퍼즐'에서 결말이 모리(카레 료)가 남희(정은채 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라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추석 연휴 동안 서울 시내 개봉관에서 관람했을 때 결말은 영선(문소리 분)이 모리의 게스트하우스 방 안에서 홀로 깨어나고 모리는 방 앞 테이블에서 엎드려 졸다 깨어나 영선을 매정하게 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모리가 남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은 결말이 아닌 후반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혹시 언론시사회와 일반 상영 시 편집이 달라졌는지 영화사에 문의했지만 동일한 버전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모리가 영선과 두 번째 동침한 후 '자신을 사랑하느냐'는 영선의 질문에 '사랑한다'고 답했다고 '자유의 언덕 - 시간 뒤죽박죽, 홍상수가 선사하는 흥미진진한 퍼즐'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 여부를 묻고 대답하는 장면은 두 번째 동침이 아닌 첫 번째 동침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틀린 것이 있었습니다. '자유의 언덕 - 시간 뒤죽박죽, 홍상수가 선사하는 흥미진진한 퍼즐'에서 모리를 '모리 상(もりさん)'이라 부르는 유일한 인물이 게스트하우스 여주인 구옥(윤여정 분)이라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관람하니 영선과 상원(김의성 분)도 '모리 상'이라 불렀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뒤죽박죽으로 혼동시킨 데다 꿈까지 삽입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홍상수 감독의 연출 의도에 충실하게 된 관객 중 한 사람이 된 셈입니다.

일편단심 사랑은 없다

모리와 영선이 각자 잠에서 깨어난 뒤 헤어지는 결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모리가 권(서영화 분)과 재회해 일본으로 함께 떠나는 장면 직후에 제시되는 결말은 모리와 권의 재회의 사실 여부를 떠나 모리와 영선의 관계가 확실히 정리되었음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게스트하우스에 오기 전에 술을 함께 마셨지만 게스트하우스에 와서는 동침하지 않고 따로 잔 것으로 보입니다. 영선은 세 번째 동침에 이르지 않은 의미를 깨닫고 게스트하우스를 떠납니다. 모리도 쿨하게 보냅니다.

그에 앞서 모리는 영선에게 광현(이민우 분)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영선과 동침합니다. '사랑하느냐'는 영선의 질문에 '사랑한다'고 답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 동침에서 돌아선 직후 자신을 '어리석다'고 규정합니다. 이후 그녀의 집을 찾아가 이별을 고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별을 고하려던 모리는 영선과 두 번째 동침합니다.

단순한 사랑을 넘어 '훌륭하다'고 평가하며 일전에 청혼했던 권과 재회하기 위해 한국에 왔으면서도 영선과 동침한 모리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모리가 자신의 입으로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 영선과 동침한 뒤에도 그녀의 (좋은) 남자가 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습니다. 모리는 비열한 위선자 혹은 쾌락주의자라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긴 영선도 잠시 한국에 온 일본인 모리와 함께 살거나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영선 또한 자신의 남자친구 광현을 배신한 셈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일부일처제 혹은 한 사람을 향한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일관된 조롱은 '자유의 언덕'도 예외가 아닙니다.

주제의식의 직접적 표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남녀가 만나 둘 중 한 사람이 유혹하고 다른 한 사람이 못이기는 척 호응해 동침하는 과정이 묘사됩니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들은 이 과정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윤색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매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리와 영선의 첫 만남부터 두 주인공은 동침 가능성을 강하게 풍깁니다. 모리는 영선에 무관심하지만 영선은 모리와의 첫 만남에서 악수를 하며 스킨십을 시도합니다. 관객이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입니다. 모리가 강아지 꾸미를 찾아준 것은 영선에게 좋은 구실거리가 됩니다.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십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남녀의 술자리는 동침을 향한 전주곡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모리와 영선의 술자리에서 '자유의 언덕'의 주제의식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영선이 모리가 항상 휴대하는 책 '시간'의 내용을 묻자 모리는 '시간은 인간이 편의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눴을 뿐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요지를 설명합니다. 영선은 젯밥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시간'의 내용에는 무관심하기에 귀담아 듣지 않고 '나중에 다시 알려달라'고 화제를 전환합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주제의식과 더불어 시간을 마구 뒤섞은 편집의 의도까지 함께 반영된 중요한 대사입니다.

제3의 여성, 남희

남희는 제3의 여성입니다. 권과 결혼하려 하면서도 영선과 동침한 모리는 남희의 매력에도 이끌립니다. 명확한 설명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아마도 남희는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의 가게를 운영하는 유부남으로 보이는 흰머리 남성의 연인으로 보입니다.

모리는 상원과의 삼겹살집의 단둘의 술자리에서 한국 여자의 인상에 대해 '튼튼하고 키가 크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남희의 외양과 동일합니다. 권과 재회해 일본으로 함께 떠나 딸과 아들을 각각 하나 씩 낳았다는 모리의 내레이션에서도 딸이 '튼튼하고 키가 크다'고 언급됩니다. 모리와 남희는 한 번도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남희는 모리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긴 듯합니다.

'자유의 언덕'은 '양파'다

장르를 구분하면 코미디에 가까운 '자유의 언덕'이지만 아름다운 장면도 있습니다. 모리가 꿈속에서 냇가에 앉아 있는 가운데 '모리, 모리'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여성 목소리의 허밍 송이 삽입된 장면은 몽환적입니다. 이내 모리는 꿈에서 한밤중에 깨어나는데 '호접지몽'을 연상시키는 주제 의식이 반영된 장면입니다.

옥에 티도 엿보입니다. 영선으로부터 쪽지를 받은 모리가 그녀의 카페에 찾아간 시각은 밤 10시 30분경이지만 카페의 주변 하늘은 초저녁이나 새벽처럼 짙은 파란색입니다. 한밤중 장면을 의도적으로 초저녁이나 새벽에 촬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색합니다. 카페에 들어간 모리는 영선과 키스하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동침합니다.

두 번째 관람으로 인해 명확해진 점도 있지만 오히려 불명확해진 점도 있습니다. 절대 다수의 영화들이 반복 관람으로 인해 더욱 명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자유의 언덕'은 벗겨도 벗겨도 새하얀 속살이 나오는 양파 같은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남자라는 이름의 수컷
극장전 - 영화를 위한 영화
옥희의 영화 - 독특한 형식미, 홍상수의 변주곡
북촌 방향 - 우연에 의존한 일상성의 고찰
다른 나라에서 - 끊임없이 반복, 변주되는 우주적 인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 뒷담화와 수작질, 기괴하다
우리 선희 - 여자와 말(言)을 공유한 세 남자
자유의 언덕 - 시간 뒤죽박죽, 홍상수가 선사하는 흥미진진한 퍼즐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레몬트리 2014/09/13 15:26 #

    마지막 장면은 세 번째 동침을 안 한 게 아니라 영선이 모리한테 강아지를 찾아준 게 고맙다고 밥을 사겠다고 해서 같이 술을 마신 이후에 다음 날 아침 장면입니다. 그러니까 아직 동침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때입니다. 그리고 영선이 쪽지를 남겨서 모리가 찾아간 장면에서는 모리가 상원과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새벽에서야 쪽지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영선은 10시 반 이후로 카페에 혼자 있겠다고 했으니까 새벽까지 쭉 기다리고 있었던 걸로 저는 생각했습니다..ㅋ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