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루시 - 뤽 베송, 한국에 대한 앙금 해소했나? 영화

※ 본 포스팅은 ‘루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만 타이페이에서 유학 중인 20대 여성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는 마약을 타의에 의해 조직보스 미스터 장(최민식 분)에게 운반하게 됩니다. 미스터 장은 루시와 3명의 남성의 배에 강력한 마약 ‘CPH4’를 외과 수술로 삽입해 해외로 밀반출하려 합니다. 루시는 마약조직원 남성에 폭행당해 CPH4가 다량으로 온몸에 흡수되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뤽 베송의 또 다른 여전사

뤽 베송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루시’는 의도치 않게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된 여성이 예정된 죽음을 앞두고 복수를 하고 인류를 위한 대승적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묘사하는 SF 액션 영화입니다. 뤽 베송은 ‘니키타’, ‘레옹’ 등에서 이미 강인한 여전사가 등장하는 영화를 연출한 바 있습니다.

‘루시’의 타이틀 롤로 캐스팅된 스칼렛 요한슨은 ‘아이언맨 2’,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에서 마블의 여전사 블랙 위도우로 출연한 바 있기에 낯선 것은 아닙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루시’의 클라이맥스에서 착용하는 검정색 원피스는 블랙 위도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루시와 3명의 남성의 뱃속에 CHP4를 삽입한 뒤 빼내는 과정은 뤽 베송의 1997년 작 ‘제5원소’에서 4가지 원소의 보물을 외계인 오페라 여가수 플라발라구나의 뱃속에서 꺼내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여담이지만 플라발라구나를 연기했던 마이웬 르 베스코는 1992년부터 뤽 베송과 결혼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하지만 뤽 베송이 ‘제5원소’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밀라 요보비치와 가까워지면서 1997년 마이웬 르 베스코와는 이혼합니다. 뤽 베송은 밀라 요보비치와 결혼해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두 명의 여배우와 결혼한 셈이 됩니다. 하지만 뤽 베송과 밀라 요보비치는 결혼 2년 만에 이혼합니다. 뤽 베송은 2004년 영화 제작자 버지니 실라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루시’의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최민식의 엄청난 비중

최민식의 비중은 엄청납니다. 1995년 작 ‘코드명 J’를 통해 기타노 다케시가 할리우드에 진출한 것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아마도 뤽 베송은 ‘올드보이’와 ‘악마를 보았다’에서의 최민식의 카리스마를 높이 평가한 듯합니다.

뤽 베송은 한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제5원소’의 한국 개봉 당시 삭제된 채 상영된 것을 알아차린 뤽 베송은 내한 도중 불쾌감을 표하며 출국했고 2000년 작 ‘택시’에서 한국인 비하 논란을 불러온 장면을 삽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루시’에서 악역을 맡은 최민식의 비중은 압도적이며 그가 연기한 미스터 장이 영어를 전혀 모르는 것으로 설정해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으로 출연한 조연은 물론 단역 배우들의 한국어도 첫 번째 대사 ‘빨리빨리’를 비롯해 완벽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동양인 배우들과 한국인 교포 배우의 서툰 한국어 흉내는 없습니다.

루시가 프랑스 파리에서 미스터 장의 일당의 행동을 간파하기 위해 한글로 된 전화 통화 내역을 찾아내는 장면도 제시됩니다. 일본어 카나를 연상시키는 글자가 모니터에서 떨어지는 ‘매트릭스’를 상징하는 설정과도 유사합니다. 루시가 100%에 육박하게 뇌를 활용하며 사위가 새하얗게 변화하는 장면도 ‘매트릭스’를 연상시킵니다.

한국에 대한 앙금, 해소됐나?

뤽 베송은 지난 8월 내한해 ‘루시’를 홍보했는데 ‘제5원소’에서 비롯된 한국에 대한 앙금이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휴대전화, TV, 캠코더, 복사기, 프린터를 비롯한 모든 가전제품은 삼성이 협찬했습니다. 최민식을 비롯한 다수 한국인 배우들의 캐스팅과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러닝 타임 중반까지 한국어 대사에 대한 영어 자막이 삽입되지 않으며 중반 이후에나 한국어와 프랑스어 대사에 영어 자막이 삽입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미에도 동일한 버전으로 개봉되었다면 초반 루시가 미스터 장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때 한국어 대사를 관객이 알아듣지 못하게 해 공포를 배가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뤽 베송의 한국에 대한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미국 출신의 백인 스칼렛 요한슨, 뇌 과학자 노먼 역으로 미국 출신의 흑인 모건 프리먼, 루시를 돕는 형사 델 리오 역의 이집트 출신의 아미르 웨이키드, 그리고 최민식까지 인종적 균형을 맞추며 ‘인류의 기원과 진화’라는 주제의식에 충실하려 합니다. 하지만 대만에서 암약 중인 사악한 마약 조직이 생뚱맞게도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정은 한국에 대한 뤽 베송의 부정적 시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최민식의 캐릭터 또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해 진부하게 묘사해왔던 동양인 갱스터 캐릭터와 차별화되는 점이 거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뤽 베송이 조국 프랑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전 등 클라이맥스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합니다. 자동차 추격전의 주인공이 되는 차량은 프랑스의 자존심 푸조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루시를 끝까지 믿고 도우며 미스터 장을 살해하는 것은 파리 경찰 델 리오입니다.

다큐멘터리 삽입 장면의 의도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제시되는 첫 번째 장면은 세포 분열 장면입니다. 노먼의 강연에는 동물의 교미 장면과 함께 인간의 카섹스 장면도 제시됩니다. 루시가 100%의 두뇌 사용에 접근하면서 세포 분열 장면으로부터 우주의 빅뱅까지 시간의 흐름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큐멘터리 장면을 다수 삽입한 것은 ‘루시’가 사실성과 설득력을 갖춘 SF임을 강조하기 의도입니다. 테렌스 말릭의 2011년 작 ‘트리 오브 라이프’와 유사한 연출 방식입니다. 루시가 미스터 장의 부하들에게 잡힐 때 ‘동물의 왕국’에 등장할 법한 치타가 가젤을 사냥하는 장면을 삽입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최초의 인간 여성과 동일하게 루시의 이름을 설정한 것과 최초의 인류와 루시가 시간을 거슬러 손가락을 마주치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오마주한 장면이 제시되는 것은 루시가 자신의 희생으로 인류 문명을 새로운 단계로 진화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깊이도, 참신함도 부족

거창한 주제 의식이나 철학적 요소를 다루고 있지만 ‘루시’는 깊이의 측면에서 빼어난 SF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89분의 짧은 러닝 타임이 말해주듯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도 아니며 참신하지도 않습니다. 성인 취향에 가깝지만 폭력과 섹스의 강도를 보다 높이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초반에는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루시가 전지전능을 발휘해 노먼과 통화하며 가전제품을 마음대로 다루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며 호흡이 길어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그에 앞서 루시가 병원을 나오며 죽음을 예감하고 미스터 장을 찾아가 그의 양손에 단검을 꽂아 복수하는 장면에 삽입된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매우 관습적인 배경 음악 삽입입니다. 마약이 대량으로 신체에 흡수될 경우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지 않아 사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초보적이자 근본적 의문도 숨길 수 없습니다.

그랑 블루 - 이상향에 대한 남자의 고독한 집착
레옹 - 잔혹 동화 혹은 '니키타'의 프리퀄
더 레이디 - 가족관계만 집중 부각해 아쉽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포스21 2014/09/06 17:38 #

    요약글만 보면 미국식 수퍼 히어로물 코믹스 같군요.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된 여주인공이 수퍼히어로 (수퍼히로인)이 되어 악을 응징한다...
    그런데 요새는 잘 모르지만 이런식의 여성 수퍼히로인 원탑 영화는 헐리웃에서 별로 재미를 못봤다고 하더군요. 데어데블의 히로인 격이었던 "일렉트라" 영화판도 그렇고... 이영화는 좀 다른 듯 한데... 흥미가 생깁니다만 영화관에서 보는게 좋을까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