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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 - 전쟁의 본질을 고찰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치매를 극복하는 백신에서 비롯된 시미안 바이러스의 만연으로 인류는 절멸 위기에 빠집니다. 동료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탈출해 뮤어 우즈 숲속에 숨은 시저(앤디 서키스 분)가 이끄는 유인원 집단은 나름의 문명을 형성합니다. 숲속의 수력발전소를 재가동해 샌프란시스코에 전력을 공급하려는 말콤(제이슨 클라크 분)은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 집단과 조우합니다.

전작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과의 연결고리

매트 리브스 감독의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은 1968년 작 ‘혹성 탈출’로부터 시작된 5편의 시리즈에 대한 리부트였던 2011년 작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의 직계 후속편입니다. 시저의 대사에 의하면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간적 배경으로부터 10년이 지났으며 바이러스의 만연으로 인해 최근 2년 간 인간을 보지 못했다고 언급됩니다. 즉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은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으로부터 10년 뒤를 시간적 배경으로 합니다.

공간적 배경은 전작과 동일한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는 여전히 중요한 장소로 인간과 유인원의 경계입니다. 하지만 포스터에 제시된 금문교가 끊어지는 장면은 영화 본편에는 제시되지 않습니다.

시저는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은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에 등장했던 코넬리아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장남의 이름은 ‘파란 눈(Blue Eyes)’입니다. 오리지널 ‘혹성 탈출’에서 주인공 테일러를 유인원들이 부른 이름을 오마주한,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은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저의 어머니 ‘밝은 눈(Bright Eyes)’을 연상시키는 작명입니다. 인간의 아지트를 습격하는 장면에서 슬로 모션을 통해 파란 눈의 파란색 눈은 강조됩니다. 그의 눈 색상을 제외하면 외모는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저의 젊은 시절을 빼닮았습니다. 한편 갓 태어나 귀염을 떠는 둘째 아들은 아직 이름조차 없습니다.

초반부의 기괴하며 강렬한 배경 음악은 오리지널 ‘혹성 탈출’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에 잠시 제시되어 오리지널 ‘혹성 탈출’과의 연결고리인 실종된 우주선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습니다.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자신을 보살폈던 과학자 윌(제임스 프랑코 분)을 시저는 아직 잊지 못합니다. 코바의 배신으로 인해 총상을 입은 시저는 윌의 집을 은신처로 활용합니다. 그곳에는 시저와 윌이 함께 찍은 사진과 캠코더 동영상이 남아 있습니다. 시저가 주로 머물던 윌의 집 2층 창틀의 문양은 지도자 시저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윌과 함께 했던 시저의 과거는 그의 아련한 추억이자 동시의 태생적 한계입니다. 코바가 이끄는 강경파 유인원들이 시저가 옛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인간을 사랑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윌은 재등장하지 않습니다. 윌이 등장할 경우 인간과 시저 사이에 너무나 쉽고도 단단한 결속력이 생겨 종족 간 갈등이 약화되고 서사의 흥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제임스 프랑코의 출연료를 절약할 수 있기도 합니다. 윌은 사진과 동영상 속에서만 잠시 재등장합니다. 따라서 시미안 바이러스나 혼란에 휘말려 사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시저는 인간과 새로운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의 인간 주인공 말콤입니다.

전편에 등장했던 유인원 모리스, 코바, 로켓도 재등장합니다. 단 코넬리아와 함께 코바의 배우는 교체되었습니다. 왕성한 지적 욕구를 자랑하며 인간에 대해 우호적인 부드러운 성격의 유인원 모리스는 시저가 인간에 대한 그리움을 비롯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입니다. 아내 코넬리아가 출산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대사가 거의 없어 비중이 미미하기에 모리스가 시저의 아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전쟁의 본질 고찰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의 주제는 전쟁의 본질 고찰입니다. 인간과 유인원은 각각 강경파와 온건파로 대칭을 이루며 구분됩니다. 인간 말콤, 유인원 시저와 모리스는 온건파이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인간 지도자 드레이퍼스(게리 올드만 분)와 발전 기술자 카버(커크 아세베도 분), 유인원 코바는 강경파입니다. 상대 종을 증오하는 두 캐릭터의 이름이 카버(Carver)와 코바(Koba)로 어감이 비슷한 것은 의도적인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드레이퍼스의 동료로 강경파에 해당하는 조연 캐릭터 워너(Werner)가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혹성 탈출’ 프랜차이즈의 배급사 20세기폭스의 최대 라이벌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를 연상시키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유인원의 문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인간의 언어를 불완전하게 구사하며 수화에 의존합니다. 유인원들은 말에 탑승하지만 의복은 없습니다. 오리지널 ‘혹성 탈출’에서 완벽한 문명을 형성했던 유인원들에 비하면 일천한 수준입니다. 무기도 창을 이용하는 수준이며 총은 금지합니다.

문명 발전 수준은 높지 않아도 종과 종의 불신과 대립, 문명 간의 갈등을 틈타 이득을 취하는 세력은 전쟁을 획책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립에서는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선명한 매파가 보다 많은 지지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비둘기파는 전쟁의 명분하에 치러야만 하는 희생을 경계합니다. 문명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불신이 싹트며 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은 유인원에 빗대는 우화를 통해 전쟁의 본질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전쟁은 남성의 전유물입니다. 따라서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에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은 매우 미미합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코넬리아는 비중이 거의 없으며 말콤의 둘째 아내 엘리(케리 러셀 분)는 간호사라는 여성적 직무에 충실합니다. 섹스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으며 로맨스도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남미녀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은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 출연한 배우 중 게리 올드만과 코디 스미트 맥피 정도를 제외하면 익숙한 배우도 적습니다.

또 하나의 주제, 가족

가족 또한 인간과 유인원이 거의 정확한 대칭을 이룹니다. 말콤과 시저 모두 부자 관계 정립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말콤의 사춘기 아들 알렉산더(코디 스미트 맥피 분)는 계모에 해당하는 엘리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말콤과도 소원합니다. 알렉산더는 오히려 유인원 모리스와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엘리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된 알렉산더는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시저는 장남 파란 눈이 자신보다 코바를 더 따르는 것이 불만입니다. 파란 눈은 아직 젊은 만큼 온건한 아버지보다 과격한 코바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친구 애쉬가 인간에 의해 부상을 입은 것도 파란 눈이 코바를 따르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말콤과 시저는 부성으로서 갈등과 타협을 벌이지만 각각 부자간의 갈등과 화해를 경험합니다.

로켓의 아들 애쉬는 코바의 편에 가담하지만 결정적 순간 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코바에 의해 내던져져 추락사합니다. 로켓과 애쉬 부자는 가장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부자입니다.

코바의 최후, 시저의 왕좌 복귀

시저를 축출하고 인간과 전쟁을 하기 위해 코바는 인간 2명을 살해하고 총을 탈취합니다. 코바가 바보스럽게 원숭이 흉내를 내는 장면은 파란 눈과 애쉬가 다투는 장면, 그리고 시저의 둘째 아들이 알렉산더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장면과 더불어 인간이 유인원에 대해 연상하는 전형적 행동입니다.

인간을 가장한 코바의 암살 기도와 방화로 인해 시저는 중태에 빠지고 유인원 마을은 불바다가 됩니다. 유인원 마을의 화재 장면은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 원주민들의 공동체 화재 장면과 유사한 분위기로 비극적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시저는 전쟁을 중단시키고 왕좌를 되찾기 위해 코바가 장악한 샌프란시스코의 타워를 올라갑니다. 그에 앞서 시저는 코바의 저격으로 인해 연단에서 추락한 바 있습니다. 시저의 연단에서의 추락과 타워로의 상승은 주인공의 추락과 부활을 상징하며 느와르를 비롯한 영화의 전형적 전개입니다.

당연히 시저는 코바를 물리치며 승리합니다. 국내 방영된 TV 예고편에 공개된 바와 같이 코바는 타워에서 추락합니다. 코바의 추락사는 죽음과 동시에 잠시 강탈했던 지도자의 자리에서도 추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말에서 말콤과 헤어진 시저는 유인원 무리들의 집단 경배를 받습니다. 마치 ‘대부’에서 마이클 콜레오네가 대부로서 손에 키스를 받는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영화 내내 시저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을 통해 그의 권위와 카리스마를 상징하는 장면이 자주 제시된 것과 동일한 맥락의 결말입니다. 한편 타워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유인원들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의 클라이맥스에서 인공 섬의 꼭대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새들을 연상시킵니다.

후속편을 위한 포석

시저는 코바를 응징하고 파란 눈과의 부자 관계도 회복합니다. 하지만 파란 눈이 시저의 후계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갓난아기 동생을 경쟁자로 바라보는 파란 눈의 시선이 매섭습니다. 따라서 매트 리브스가 다시 감독을 맡아 2016년 여름에 개봉될 후속편에는 시저의 총애가 어린 동생으로 향하고 이에 맞서 파란 눈이 주도하는 ‘왕자의 난’이 묘사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드레이퍼스의 동료 중 한 명은 다른 지역의 인간과 잠시 교신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유인원의 기습으로 교신은 짧게 종료됩니다. 드레이퍼스는 말콤에게 다른 지역의 인간들이 군대를 끌고 와 유인원과 본격적인 전쟁을 벌일 것이라 주장하는데 진실 여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후속편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설정입니다. 진화를 거듭하는 유인원과 절멸의 위기를 맞은 인간의 대립은 ‘혹성 탈출’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입니다.

인류 종말의 위기를 묘사하는 묵시록적인 분위기는 인류 종말을 다룬 ‘28일 후’, ‘나는 전설이다’, ‘더 로드’와 같은 영화들과 유사합니다. ‘더 로드’에서 중년 사내인 주인공의 아들 역을 맡았던 코디 스미트 맥피가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에서도 중년 사내 주인공의 아들 역을 맡은 것은 의도적인 캐스팅으로도 보입니다. 물론 매트 리브스 감독의 전작 ‘렛 미 인’에 코디 스미트 맥피가 남자 주인공을 맡은 것도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서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전 세계 각지의 모습을 제시하며 설명하기에 전작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을 관람하지 않아도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은 외부와 교류가 없어 바이러스 청정 구역으로 묘사됩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침투해 성조기 위에 올라타는 유인원의 모습에서 미국은 유인원에게 점령당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추가 장면은 없으나 유인원의 울음소리를 삽입해 그들의 세상이 도래했음을 강조합니다. 후속편에서 유인원의 문명이 얼마나 더욱 발전할지 기대됩니다.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는 아닙니다. 종과 종의 대립, 전쟁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서사에 치중하기에 역시 20세기 폭스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로 먼저 개봉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편 아이패드에 대한 노골적 홍보는 실소를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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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사람 2014/07/18 20:39 # 삭제

    코바는 떨어질 때 바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크레인 같은 중간 구조물 위로 떨어진 것을 보니 죽지 않고 재등장 할 것 같네요.
  • 원피스 2014/07/22 20:37 # 삭제

    와~ 북한만 표시가 안되는 거 역시 보셨군요. 저도 보면서 "역시 북한"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 대륙송사리 2014/12/29 15:29 # 삭제

    시저의 둘째아들의 이름은 영화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해외 혹성탈출 공식 백과사전인 Planet of the apes wikia에선 밀로(Milo)라고 하더군요 이 이름은 원작혹성탈출에 나오는 한 유인원의 아들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시저역의 앤디 서키스가 인터뷰에서 잠깐 아들 이름을 언급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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